[김호이의 사람들①] 세르주 블로크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데 필요한 건 단 하나, 용기"

"단순하게 그린다는 건 단순하지 않다."

프랑스의 일러스트레이터 세르주 블로크의 말이다. 그가 그려내는 선은 간결하지만, 그 속에는 삶의 유머와 진실, 철학과 감성이 고요하게 녹아 있다. 글과 그림, 여백과 상상, 유머와 통찰이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는 그의 작품은 아이에게는 웃음을, 어른에게는 생각할 거리를 준다.

세르주 블로크는 아이처럼 그리기를 멈추지 않은 어른이다. 그림을 단순하게 표현하기 위해 오히려 더 깊이 있는 용기와 솔직함이 필요하다는 그는, 여백을 통해 감상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텍스트와 이미지를 두 발로 걷는 사람처럼 균형 있게 엮어낸다.

그림은 그의 일상이고 언어다. 그는 매일 그림을 그리고 매일 상상한다. 상상은 자유로움에서 온다는 걸 알기에, 아이들에게는 잘하게 하는 것보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자유롭게 느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인터뷰는 그림이라는 언어로 세상과 대화하는 한 예술가의 삶을 따라가며, 그 안에서 우리 모두가 한때 가지고 있었던 순수한 상상력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세르주 블로크 작가 사진 김호이 기자
세르주 블로크 작가 [사진= 김호이 기자]


작가님의 그림은 단순하지만 굉장히 깊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러한 스타일은 어떻게 형성됐나
- 단순하지만 단순하지 않다. 단순하게 하는데 단순하지 않고 복잡하게 하는게 오히려 쉬울 수 있다. 단순하게 하기 위해서는 용기를 가지고 솔직하게 표현해야된다. 너무 인위적인 걸 추구하지 않는다.
 
그림에서 '여백'을 자주 활용하시는 데, 특별한 의도가 있나
-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주기 위해서 여백을 많이 두는 편이다. 제가 게을러서 그렇기도 하다(하하).
 
텍스트와 이미지의 균형을 어떻게 고민하나
-걸어갈 때 두발로 걷는 것처럼 그림이 한발 단어가 한발이라고 생각한다. 두개가 서로 균형을 잘 맞출 때 의사 전달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걸을 때 양발을 쓰는 것과 마찬가지다.
글과 그림을 같이 할 수 있는 건 대단히 운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서로가 보완적이라서 글이 그림대신 이야기하기도 하고 그림이 글대신 이야기하기도 하게 작업한다. 다만 두개가 반복되는 건 피하고자한다.
 
사진 김호이 기자
[사진= 김호이 기자]
사진 김호이 기자
[사진= 김호이 기자]


그림의 즐거움을 언제부터 느꼈고 그 즐거움이 어떻게 유지할 수 있었나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즐겁게 느꼈고 아스테릭스 만화를 보면 뭔가를 먹으면 마술에 빠지는 것처럼 어렸을 때부터 그림그리는데 즐거움을 느꼈다. 어렸을 때는 다른 아이들처럼 그림을 그렸는데 많은 아이들이 크면서 그림 그리는 걸 중단하지만 저는 계속했다. 제가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건 모든 아이들이 5~6세 때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지만 크면서 멈추게 된다. 저는 다른 많은 아이들과는 다르게 그림 그리는 즐거움을 계속 포기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그림그리는 걸 포기하게 되는 이유는 어렸을 때만큼 자유로운 생각을 계속 갖지 못해서라고 생각한다.

 
작품의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나. 일상에서 어떤 장면들이 창작을 자극하나
- 머리로 그리고 손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림은 자전거 타는 것처럼 처음에는 힘들지만 매일매일 하면 자연스럽게 그림이 나온다. 영감을 얻는 것도 매일매일 하는 훈련이 되어 있으면 영감이 많이 떠오르고 제일 중요한 건 생각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그림을 그릴 때 순진할만큼 단순한 생각을 하다보면 좋은 그림이 나온다.
 
인터뷰 장면 사진 김호이 기자
인터뷰 장면 [사진= 김호이 기자]
세르주 블로크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 사진 김호이 기자
세르주 블로크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 [사진= 김호이 기자]


어릴 때의 세르주 블로크는 어떤 아이였나. 어린이들에게 ‘상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
- 보통 평범한 아이였고 장난감 가지고 놀고 형제인 루이와 노는 걸 좋아했다. 산이 많은 동네에서 살았고 자유롭게 큰 편이다. 그게 작품 세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모르겠지만 자유롭고 행복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그런 것들이 바탕이 된 것 같다. 중요한 건 아이를 잘키우려고 과잉보호 하지 않는게 중요하다. 아이들도 자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갖는게 중요하다. 어려움이 생기면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서 방법을 찾게 하는게 중요하다. 아이가 너무 잘하게 애를 쓰는 것보다 자유를 주는게 중요하다. 모든 것에 가장 중요한 동기부여는 자유로움에서부터 나오기 때문에 아이가 상상력을 갖게 하려면 자유롭고 즐거운 상태가 되어야 한다.
 
 
세르주 블로크 작가와 사진 김호이 기자
세르주 블로크 작가와 [사진= 김호이 기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