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내 쌀값 급등 등의 여파로 이시바 시게루 내각의 지지율이 지난해 10월 출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농림수산상이 “쌀을 사본 적이 없다”고 발언해 거센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
에토 다쿠 농림수산상은 지난 18일 자민당 정치자금 행사에 참석해 “쌀을 사본 적이 없다. 지원자분들이 많이 주셔서 집에 팔아도 될 만큼 있다”고 발언했다.
이를 두고 현재 일본 정부가 비축미를 풀고 수입산 쌀을 들여와도 쌀 가격 상승세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쌀 정책을 책임지는 농림수산상의 발언으로서는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자 에토 농림수산상은 19일 “소비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며 “팔 정도로 쌀이 있다는 말은 지나친 말이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쌀을 정기 구입하고 있다고 말을 바꿔 해명하기도 했다.
에토 농림수산상은 또 이시바 총리와 면담 후 “발언을 전적으로 철회한다”며 거듭 사과하고 “총리에게 매우 엄중한 질책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각료직은 사임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총리로부터) 반성하고 직무에 힘쓰라는 말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논란에 대해 일본 여론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사퇴까지 할 만한 심각한 사태라고 지적했고 연립 여당인 공명당도 해당 발언을 지적했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19일, 지난 5∼11일 전국 슈퍼에서 판매된 쌀 가격을 조사한 결과, 쌀 5㎏의 평균 가격이 4268엔으로(약 4만977원)으로 전주보다 54엔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전주에는 18주 만에 하락세를 보였지만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에 현재 쌀값은 1년 전과 비교하면 2배 수준으로 오르면서 고공행진 중이다.
이러한 가운데 교도통신과 마이니치신문이 이달 17~1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이시바 총리가 이끄는 내각 지지율이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한 대처 부족과 함께 쌀값 급등을 막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마이니치의 조사에서는 상품권 배포 스캔들 당시 기록한 23%보다 낮은 22%로 나타났으며, 응답자의 62%가 정부의 쌀값 대응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교도통신의 조사에서도 내각 지지율이 27.4%로 최저 수준을 기록했는데, 쌀값 상승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은 87.1%에 달했다
이시바 총리는 에토 농림수산상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임명권자로서 사과한다”고 밝혔지만 현재로선 경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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