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CGV '질주', 롯데 '주춤', 日 이온 '진출'…베트남 극장가 삼국지

  • 한국 CGV·롯데에 일본 이온까지 가세... 베트남 영화시장에서 외국 자본 간 본격 격돌

베트남 영화관 시장점유율은 한국 기업이 71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사진베트남통신사
베트남 영화관 시장점유율은 한국 기업이 71%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사진=베트남통신사]

베트남 극장가가 한국과 일본 기업들 간의 새로운 경쟁 무대가 되고 있다. CJ CGV와 롯데시네마가 주도하던 시장에 작년 일본 기업 이온엔터테인먼트(이온)가 진입을 선포하면서이다.

CGV베트남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0%나 급증한 263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 실적을 나타내는 등 현지 1위 업체로서의 위용을 과시했다. CGV 베트남의 성공 배경에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관객의 취향을 정밀하게 분석해 현지 흥행작 ‘마이(Mai)’와 ‘럿맛 7(페이스오프 7)’ 등에 전략적으로 투자했고, 일본 애니메이션 ‘도라에몽’ ‘코난’ 등의 수입작을 배급하며 다양한 연령층을 흡수했다. 이에 베트남 전역에 83개 극장, 478개 스크린을 보유하며 50%가량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CGV는 명실상부한 업계 1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반면 같은 한국계 기업인 롯데시네마는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008년 진출 후 현재 45개 극장을 운영 중인 롯데시네마는 베트남 시장 점유율 26%로 2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2023년에는 100억 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CGV에 비해 전략적 확장과 관객 맞춤형 서비스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베트남 매체들은 평했다. 
 
베트남 베타 미디어와 일본 이온 엔터테인먼트의 합작 이온 베타 시네마 모습 사진베트남통신사
베트남 베타 미디어와 일본 이온 엔터테인먼트의 합작 '이온 베타 시네마' 모습 [사진=베트남통신사]
 
일본업체 진출

이런 상황에서 일본 기업 이온의 베트남 진출 선언은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이온은 지난해 베트남 로컬 브랜드 ‘베타시네마’를 운영 중인 베타미디어와 손잡고 2030년까지 베트남에 21개 극장을 신설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투자 규모는 200억~300억 엔(약 1900억~29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온의 가장 큰 강점은 이미 베트남 내에 구축된 유통 인프라다. 하노이, 호찌민 등 주요 도시 중심 상권에 자리한 쇼핑몰 '이온몰'은 안정적인 유동 인구를 확보하고 있어 신규 극장 오픈 시 초기 고객 확보가 용이하다. 또 1991년부터 일본 내 100여 개 극장을 운영하며 축적된 운영 노하우와 애니메이션 콘텐츠의 글로벌 배급력을 토대로 젊은 관객층이 많은 베트남에서 높은 경쟁력을 기대할 수 있다.

베트남 영화시장은 지난해 박스오피스 수익이 사상 최고치인 4조7000억동(약 254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29년까지 연평균 5% 수준의 성장이 예상되는 등 안정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영화시장의 대부분은 한국 등 외국 기업이 장악하고 있으며, 베트남 현지 기업인 갤럭시시네마와 베타시네마는 각각 한자리 수준의 점유율에 그치고 있다. 재정적 한계로 인해 시장 확대는 더욱 요원한 상황이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결국 영화시장의 성패는 ‘경험의 질’에 달렸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단순 관람을 넘어 ‘경험 소비’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에게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 한국 CGV는 최근 뜨개질과 영화 관람을 결합한 ‘시네니팅(Cine-Knitting)’과 같은 이색 이벤트를 도입해 주목받고 있으며, 베트남에서도 이러한 고객 체험 중심 서비스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후지와라 노부유키 이온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베트남은 현재 우리가 가장 주목하는 전략 시장”이라며 “극장 산업은 콘텐츠 유통을 넘어 복합 문화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베트남은 이를 실현하기에 최적지”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발언은 외국 투자자들의 관점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 베트남은 더 이상 부수적인 시장이 아니라 핵심 시장이 되었으며, 동남아에서의 성공과 실패를 직접적으로 좌우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처럼 외국계 기업 간 '삼국지' 양상으로 재편되고 있는 베트남 극장가는 각 기업에 각기 다른 과제를 안기고 있다. CGV는 시장 1위 수성, 롯데는 체질 개선을 통한 반등, 이온은 현지 정착이 목표이다.
 
치열해지는 경쟁 

베트남 영화시장은 단순한 상영 공간을 넘어, 젊은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과 문화를 반영한 '경험 중심'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관람객들은 단순히 영화를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극장 내 카페, 굿즈 스토어, 포토존 등 다양한 콘텐츠를 함께 소비하며 몰입형 문화 경험을 추구한다.

이에 각 기업은 상영관 인테리어 개선, 체험형 마케팅 강화, 굿즈 및 식음료 상품 다변화 등 고객 접점 확대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베트남의 젊은 인구 구조와 빠른 도시화 속도, 모바일 기반의 정보 소비 패턴은 이러한 변화의 속도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과 일본 기업 모두에게 창의적이고 민감한 시장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베트남 영화시장은 커뮤니티 중심의 콘텐츠 공간으로 진화하는 것이 관건으로, 누가 가장 빨리 변화를 읽고 실행하느냐가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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