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해외로 떠난 여행자 마음, 다시 국내로 돌리는 길

[사진=김다이 기자]
 
“제주도 갈 돈이면 일본 가죠.”

요즘 여행객들 사이에서 심심찮게 들리는 말이다. 과거에는 ‘경기 좋으면 해외, 어려우면 국내’라는 여행 공식이 통했지만, 최근에는 그 경계가 사라졌다. 

올해 1분기 내국인의 국내 관광 지출액은 전년 대비 5.1% 줄었고, 제주도의 내국인 항공 수요 13% 넘게 감소했다. 반면 지난 2월 해외여행을 떠난 사람은 6% 증가했고, 같은 기간 해외여행 지출은 7.6% 늘었다. 황금연휴에 공항만 북적이는 이유다. 경제가 어렵다고 말하면서도 해외여행은 참지 않는 시대다.

국내 여행을 떠난 이들은 높은 지출에 비해 경험의 질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은다. 평균 2박 3일 일정에 100만원 가까이 드는 제주 여행에서, 낡은 숙소, 비싼 식사, 불친절한 서비스까지 겹치면 ‘돈이 아깝다’는 인식이 생길 수밖에 없다. 

반면 일본, 중국, 타이완, 베트남 등 가까운 해외 도시에서는 저가 항공과 특가 숙소를 활용하면 더 저렴하게, 이색적인 경험을 누릴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그런데 이 현상을 단순히 ‘바가지 물가’ 때문이라고 치부하기는 어렵다. 국내 곳곳엔 청정 자연과 지역 고유의 문화, 역사, 미식, 이야기가 살아 있는 보석 같은 여행지와 축제들이 존재한다. 문제는 여행객들의 발걸음이 거기까지 닿지 않는다는 데 있다.

지금은 가격을 무작정 낮추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여행자가 “이 정도면 충분히 가볼 만하다”고 느낄 수 있는 경험의 가치를 설계하는 것, 그것이 국내 관광이 다시 선택받는 길이다.

특히 여행을 주도하는 젊은 여행객들의 관심을 이끄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릴만한 ‘핫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 김천의 뜬금없는 ‘김밥축제’는 지역 축제지만 소위 ‘대박’을 터트렸다.

성공 사례를 봤다면 정부와 지자체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단순히 예산을 퍼붓거나 할인 쿠폰을 뿌리는 것으로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어렵다. 지역 고유의 이야기와 문화를 바탕으로 ‘나만 알고 싶은’ 감각적인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교통 편의성을 높이고, 관광 자원들을 연계해 실질적인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국내 여행의 경쟁력은 콘텐츠와 신뢰에 달려 있다. “국내는 아깝고, 해외는 괜찮다”는 인식을 “국내도 충분히 좋은 곳이 많다”로 바꾸는 일. 지금은 가격을 낮추는 것이 경쟁력이 아니라,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가치’를 만드는 것이 경쟁력인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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