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출신이지만 非미국적'…새 교황, 트럼프와 충돌하나

  • 보수-개혁 사이 균형 잡을 온건한 인물

  • '반이민 정책'엔 반대…SNS 통해 비판 추정

  • 주요 언론 "트럼프 행정부와 마찰" 예상

레오 14세 교황
레오 14세 교황 [사진=AP·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신임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는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났지만, 바티칸 내에서는 ‘가장 미국답지 않은 미국인’으로 통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非)미국적인 인물’로 여겨진다는 게 바티칸 사정에 정통한 주요 언론들의 평가다. 

레오 14세 교황은 바티칸 내 개혁과 보수 성향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온건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 등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비판적 태도를 나타낸 것으로 확인됐다. 레오 14세 교황은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조부모 모두가 이민자였다.
 
그는 이번 콘클라베를 앞두고 이탈리아 공영방송 라이(Rai)와 가진 인터뷰에서 "조부모님은 모두 이민자였다. 프랑스, 스페인 출신이셨다. 나는 가톨릭 가풍이 짙은 가정에서 자랐다. 부모님은 모두 교구 일에 많이 관여하셨다"며 가족사를 공개한 바 있다. 

교회 내 성폭력 문제에 대해서는 전임자였던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침묵은 답이 아니다. 해결책이 아니다. 투명성과 진실성이 중요하다. 우리는 피해자와 동행하고, 피해자를 도와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피해자의 상처가 낫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우리 모두에게 엄청난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이 개혁 정책 중 하나로 교황청 주교부 위원직에 여성을 선임한 데 대해서는 "다양한 상황에서 그분들의 시각이 우리를 풍성하게 해줬다"고 긍정적인 의견을 밝힌바 있다. 
 
엑스
레오 14세가 추기경 시절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엑스(X) 계정 [사진=X] 

여러 사안에 대해 비교적 온건한 목소리를 낸 것과 달리,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것으로 보인다. 레오 14세 교황이 추기경 시절 이용한 소셜미디어 엑스(X) 계정을 보면 트럼프 정부의 이민 정책을 비판하는 기사를 다수 공유했다. ‘JD 밴스가 틀렸다. 예수는 타인에 대한 사랑에 등급을 매기라고 하지 않았다’ 등의 기사다.
 
해당 계정은 2011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게시물 대부분은 여러 기사나 글을 리트윗한 수준이다. 팔로워가 800명 정도였던 이 계정은 새 교황 선출 소식이 전해지면서 팔로워 수가 33만명 이상으로 빠르게 늘었다.
 
주요 언론들은 새 교황의 반이민 정책 입장이 트럼프 행정부와 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다고 봤다. CNN은 “새 교황은 과거 JD밴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정책을 비판하는 게시물을 SNS를 통해 공유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전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입장과 일치하는 것이지만, 앞으로 백악관과 마찰을 빚을 수 있다”라고 짚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레오 14세 교황과의 만남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새 교황 선출 직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방금 교황으로 선출된 프레보스트 추기경에 축하를 전한다"며 "그가 최초의 미국이 교황이란 사실을 알게 돼 매우 영광"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정말 흥분되는 일이며, 이는 우리나라에 커다란 영광"이라며 "교황 레오 14세와의 만남을 고대하고 있다. 매우 뜻깊은 순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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