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투어웨이] 최경주가 쏘아 올린 작은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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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입력 2024-05-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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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2022년 80세의 나이로 유명을 달리한 작가 조세희가 세상에 내놓은 중편 소설이다.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최경주의 고향이자, 골프를 시작한 완도를 떠올렸다.

    작은 섬 위에 선 최경주는 어프로치에 이어 파 세이브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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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동훈 기자]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2022년 80세의 나이로 유명을 달리한 작가 조세희가 세상에 내놓은 중편 소설이다.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도시하층민의 고통을 간결한 문체와 어두운 분위기로 담았다.

'이 시간부터 우리 가슴에 철 기둥 하나씩을 심어 넣자. 무슨 일이 있어도 쓰러지지 않을 철 기둥을 박아두고 어떤 어려움이 와도 버텨내면서 빛이 보이는 곳으로 달려가야 한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구다. 

문장의 호흡이 짧고 묘사가 간결하다. 집안 사정이 어려웠던 고인이 손바닥만 한 수첩에 글을 적었기 때문이다.

1978년 초판을 찍어낸 이 소설은 1996년 100쇄에 이어 한국 문학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2017년 300쇄를 돌파했고, 40년이 넘는 오늘날까지 '명작' '필독서' '스테디셀러'로 불린다. 

지난 19일,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 골프클럽(파71) 18번 홀. 72번째 홀에서 SK텔레콤 오픈(총상금 13억원) 1타 차 우승을 앞둔 최경주는 그린 옆 난도 높은 벙커에 공을 떨궜다. 독기 서린 눈으로 깃대를 노렸지만, 넘기고 말았다. 퍼터로 굴린 공은 홀을 외면했다.

컸던 우승 불씨가 작아졌다. 54세인 그가 41세 현역 최다승(12승)을 보유한 베테랑 박상현과 연장 대결을 벌여야 했기 때문이다.

비거리가 짧은 최경주는 박상현의 등을 보며 깃대를 공략했다. 73번째 홀, 깃대를 바로 본 두 번째 샷 상황. 17번 홀부터 허리 통증을 느낀 최경주는 '뒤땅'과 함께 공을 그린 옆 개울로 보냈다.

우승 불씨가 소멸하는 것 같았다. 낙담한 표정과 함께 개울로 걸었다. 인공 섬 위에 공이 있었다.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최경주의 고향이자, 골프를 시작한 완도를 떠올렸다.

작은 섬 위에 선 최경주는 어프로치에 이어 파 세이브를 했다. 박상현도 파.

74번째 홀로 이어졌다. 기세가 오른 최경주는 파를, 박상현은 보기를 기록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최고령 우승. 우승 직후 최경주는 "나 자신의 발전과 함께 삶을 확실히 변화시킬 수 있는 터닝 포인트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몸에 좋지 않은 것(술·탄산음료·커피)을 끊었다. 잘 먹고, 잘 자야 한다. 꾸준히 운동해야 한다. 대회가 없을 때는 매일 500번의 스윙을 한다. 늘 연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근육이 빠진다"고 했다.

그의 말은 프로 골퍼와 시니어 골퍼의 본보기가 됐다. 

골프를 모르는 시니어의 마음에는 소설 속 '철 기둥'처럼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심었다. 핀크스 골프클럽은 인공 섬의 이름을 'KJ CHOI 아일랜드'라 명명했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언어영역 지문으로 등장했다. 초판을 찍은 지 30년 뒤의 일이다.

최경주가 쏘아 올린 작은 공도 오래오래 우리 곁에서 회자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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