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배분 처분을 멈춰 달라는 의대생·교수·전공의·수험생의 신청이 항고심에서 각하됐다. 이에 따라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절차는 초읽기에 들어갔다.
16일 서울고법 행정7부(구회근·배상원·최다은 부장판사)는 의대생과 교수 등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한 1심 결정에 대해 이같이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대교수·전공의·수험생의 신청은 1심과 같이 이들이 제3자에 불과하다며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청구 내용이 판단 대상이 아닐 때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결정을 말한다.
재판부는 공익과의 비교형량과 관련 "의대생 신청인들의 학습권 침해 등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성은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처분의 집행을 정지하는 것은 의대증원을 통한 의료개혁이라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고, 전자를 일부 희생하더라도 후자를 옹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결국 이 사건 신청은 집행정지의 실체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할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날 신청인 측(의대) 변호를 맡은 이병철 변호사는 입장문을 통해 "대법원 재항고 절차를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서울고등법원은 나머지 6개 즉시항고사건, 특히 충북대(4배 증원)를 포함한 32개 대학 의대생들의 즉시항고사건 3건에 대해 신속히 결정해주시기를 촉구한다"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기본권 보호를 책무로 하는 최고법원이고, 헌법107조 2항에 따라 정부의 행정처분에 대해 최종적인 심사권을 가지므로 총 7개 재항고사건을 31일 이전에 심리 확정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3일 신청인들의 집행정지를 각하했다. 당시 재판부는 신청인들이 의대 정원 증원으로 침해당한 구체적 이익이 없어 행정소송이나 집행정지를 제기할 자격이 없다며 이 같은 판단을 내렸다.
법원의 이 같은 결정에 따라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은 최종 확정돼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대입전형심의위원회는 예정대로 대학들의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심의해 이달까지 각 대학에 통보하고, 대학들은 이를 반영해 학칙을 개정하게 된다. 각 대학은 이달 말, 늦어도 다음 달 초까지 정원을 확정한 뒤 최종 수시 모집요강을 발표한다.
의료계가 대법원에 재항고는 가능하지만 각 대학이 이달 말까지 신입생 정원을 확정해야 해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
다만 유급 위기에도 휴학을 강행하고 있는 의대생들이 학교로 돌아올지는 미지수다.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 등 집단 행동이 계속된다면 '집단 유급'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대학들은 교육부에 '유급 방지책'으로 1학기에 한시적으로 유급 기준을 미적용하거나 원격 수업을 정해진 기간 내에만 수강하면 출석을 인정해주는 방안 등을 강구하고 있다. 정부도 의사 국가시험 일정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