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선구제 후회수'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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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석 국토교통부 전세사기피해지원단장
입력 2024-04-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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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민 주거사다리'로 여겨졌던 전세제도가 지난 몇 년간 큰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지난 2월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된 특별법 개정안은 공공의 피해자 직접 지원방안을 담고 있다.

    전세사기로 인한 피해자의 보증금 반환채권을 주택도시기금으로 매입하고, 이를 공공기관이 법적 절차를 거쳐 회수하는 소위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안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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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석 국토교통부 전세사기피해지원단장. [사진=국토교통부]

‘서민 주거사다리’로 여겨졌던 전세제도가 지난 몇 년간 큰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현재 국토부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에서 가결된 피해자 인정 건수만도 1만5000여 건에 이를 정도로 서민 임차인의 피해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국민의 주거 안정과 전세사기 피해지원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 관계자의 일원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지난해 6월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특별법)' 시행으로 피해자의 주거 안정을 위한 기틀이 마련됐다. 다만 피해자에게 보증금을 직접 돌려주는 내용은 담기지 않아 일부 피해자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직접적인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된 특별법 개정안은 공공의 피해자 직접 지원방안을 담고 있다. 전세사기로 인한 피해자의 보증금 반환채권을 주택도시기금으로 매입하고, 이를 공공기관이 법적 절차를 거쳐 회수하는 소위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안이 바로 그것이다. 본회의 상정을 목전에 두고 있으나, 야당 단독처리 과정에서 구체적인 사항들이 충분히 논의되지 못해 아래와 같은 우려에 대한 충분한 숙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사기 피해 간 형평성 문제가 있다. 사적 계약 부분의 피해에 대한 정부 개입의 첫 사례로서 과거의 전세사기 피해자, 잠재적인 전세사기 피해자까지 형평성 관점에서 면밀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개정안에 필요한 재원도 논의해야 한다. 정부·공공기관이 매입해야 하는 보증금 반환채권의 대다수는 부실채권으로 회수 가능성이 상당히 떨어져 수조원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2023년 순손실은 약 3조9000억원, 대위변제 회수율도 10% 내외에 그쳤다. 최근 시장 악화로 경매 물건이 증가해 낙찰률이 감소 추세에 있고, 회수에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공공이 회수 과정에서 부담하게 될 손실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또한 주택도시기금은 청약저축 등으로 조성된 부채성 재원으로, 이를 소모성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기금 재정을 악화시키고 기금의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개정안의 집행 가능성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개정안은 공정한 가치평가를 통해 피해자의 보증금 반환채권을 매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주택의 권리관계 및 조세채권 등을 조회할 근거가 없고, 낙찰가도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어서 '공정가치'를 산정하기 매우 어렵다. 또한 채권의 가치평가, 법률 조치 등에 필요한 대규모 인력·조직·예산도 갖추기엔 시행 후 1개월이란 시간은 매우 촉박하다.
 
또 개정안은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선순위 저당채권을 의무 매입해 후순위 임차인의 퇴거를 방지하고, 더 많이 배당받도록 하고 있다. 선순위 저당채권 전체를 매입해야 후순위 임차인의 퇴거를 막을 수 있어 공공의 채권 매입비용이 과다하게 소요될 뿐 아니라 후순위 권리자를 위해 선순위 권리자가 의무적으로 채권을 매각토록 함으로써 시장경제에 바탕을 둔 재산권의 침해가 우려된다.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논의 과정에서 이러한 우려사항이 해소되길 희망한다. 정부는 특별법 개정 논의와 관계없이 전세사기 피해자의 잠재적인 주거 불안까지 해소할 수 있도록 본연의 업무를 다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전세제도가 다시 든든한 서민의 주거사다리로 탈바꿈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임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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