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네 리뷰] '댓글부대' 시의적절한 혼란과 방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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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4-03-2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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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이네요. 이 조명, 온도, 습도···." 한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자가 남긴 말이다. 장소, 날씨, 몸 상태 등 하나하나가 모여 '분위기'를 만든다는 의미다. 영화도 마찬가지. 그날의 기분, 나의 경험이 영화의 '평가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최씨네 리뷰'는 필자의 경험과 시각을 녹여 관객들에게 영화를 소개하는 코너다. 조금 더 편안하고 일상적으로 담아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영화 댓글부대 스틸컷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댓글부대' 스틸컷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그런 시대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엑스(구 트위터)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하지 않는 이를 찾기가 드물고 신문이나 TV보다는 온라인으로 뉴스나 방송을 시청하는 게 익숙한 시대. 온라인의 흐름이 오프라인으로 번지고 빠르게 응집되는 만큼 흩어지기도 하는 때. '밈'이 되어야만 시장을 장악하는 그런 시대 말이다.

사회부 기자 임상진(손석구 분)은 대기업 '만전'의 비리를 제보받고 기사를 작성한다. 하지만 편집국장 앞으로 반박 증거가 등장하고 임상진의 기사는 오보로 전락한다. 온라인에서는 그의 오보 때문에 중소기업 대표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이야기가 새어나가고 여론은 뒤집힌다. 결국 임상진은 정직 처분을 받고 '오보 기자'라는 불명예를 얻는다.

그러던 어느 날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임상진의 기사는 오보가 아니었고 온라인 여론을 전문적으로 조작하는 조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임상진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제보자와 만나고 이제 막 성인이 된 남자아이와 대면한다. 그는 자신을 '찻탓캇'(김동휘 분)이라고 소개하며 여론을 조작하는 댓글 부대, 일명 '팀알렙'의 존재를 알린다. 그는 '찡뻤킹'(김성철 분) '팹택'(홍경 분)과 함께 팀을 꾸리고 전문적으로 댓글부대를 운영했으며 그들이 몰락시킨 인물들과 일화에 관해 떠든다. 임상진은 '찻탓캇'의 제보에 빠져들고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방황한다.
영화 댓글부대 스틸컷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댓글부대' 스틸컷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댓글부대'(감독 안국진)는 지금까지도 문제 제기되고 의혹을 받고 있는 '온라인 여론 조작'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다. 기자 출신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었다.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통해 충무로 새바람을 일으켰던 안국진 감독은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직설적이고 유쾌한 풍자를 마치 인터넷 '밈'처럼 이번 작품에 풀어냈다. 원작이 가진 사실적 묘사와 묵직한 이야기를 트렌디하고 친숙한 '밈'으로 풀어냈다는 점이 흥미롭다. 안 감독이 만들어낸 독특한 리듬은 마치 스크롤을 넘기듯 자유롭고 속도감이 넘친다. 마치 관객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의 인기 글을 읽는 것과 같은 감상이다.

영화는 의혹은 짙지만 실체가 없는 댓글부대를 흥미롭고 치열하게 쫓는다. 영화의 큰 줄거리는 댓글부대를 쫓고 그들의 실체를 파헤치는 식이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모니터 너머의 존재, 즉 네티즌과의 대면처럼 보이기도 한다. 임상진의 존재를 아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팀알렙'의 공간을 판타지적으로 표현한 것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명확한 구분으로 느껴진다.
영화 댓글부대 스틸컷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댓글부대' 스틸컷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또 흥미로운 점은 '찡뻤킹' '찻탓캇' '팹택'이 가지는 의미다. 이들을 각각 다른 존재가 아닌 한명의 인격으로 본다면 실체 없는 익명의 존재를 다각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임상진과 실제로 대면하는 현실의 얼굴('찡뻤킹')과 온라인이기 때문에 누군가를 더욱 쉽게 벼랑 끝으로 내모는 잔혹함('팹택'), 그리고 죄책감과 죄의식('찻탓캇')을 인물로 묘사했다고 본다면 이들의 충돌과 혼란이 새로운 문법으로 읽힌다.

안 감독은 임상진이라는 인물을 통해 관객들을 방대한 정보의 세계에 던지고 진실과 거짓을 오가며 방황하게끔 만든다. 마치 가짜뉴스가 사회적으로 만발한 지금의 시대를 지켜보는 것처럼. 시의적절한 질문과 이를 관통하는 메시지다. 그러나 이 '방황'을 관객에게 떠밀고 어물쩍 마무리 지어버린다는 인상은 지울 수 없다. 이 같은 결말이 주는 다양한 해석과 질문이 새로운 시작을 알릴 수 있겠으나 왜인지 상대의 이야기를 듣다 만 기분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소득은 배우 김성철, 홍경, 김동휘의 발견이다. 이들이 스크린에서 보여주는 힘이 압도적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각각의 '감정'을 하나의 인격으로 묘사하고 관객들을 몰아붙이는데 그 에너지에 속절없이 빠져든다. 이들이 각각 해석한 감정들과 호흡, 그리고 앙상블을 지켜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특히 홍경이 보여준 '팹택'의 몇몇 얼굴은 극장 밖에서도 선명히 떠오른다. 3월 27일 극장 개봉. 러닝타임은 109분이고 관람등급은 15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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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상진이랑 대면하는건 찻탓캇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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