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中 청년들의 이유있는 홍콩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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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기자
입력 2024-03-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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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값 고공행진에 금투자 급증

  • 가격 더 싼 홍콩으로 '금 원정' 떠나

  • 수익률 높은 홍콩 보험도 인기

  • 여행수요도 많지만...쇼핑은 줄어

로이터
홍콩 대표 관광지인 빅토리아 피크에서 바라본 홍콩 야경. [사진=로이터·연합뉴스]


# 최근 홍콩에 다녀왔다는 중국 광시(廣西) 출신 A씨. A씨가 홍콩을 찾은 목적은 금 구매였다. 홍콩 금값이 중국 본토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홍콩 금은방은 일대일 서비스가 원칙이라 먼저 온 손님 응대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등 불편이 적지 않지만 웨이신즈푸(위챗페이)의 추가 환율 혜택까지 누리면 최소 200위안(약 3만6500원)을 아낄 수 있어 다음에 또 홍콩으로 '금 원정'을 갈 계획이다. 

# 광저우(廣州)에 사는 B씨도 최근 홍콩에 다녀왔다. 고속철도를 이용하면 1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라 가끔 여행을 가긴 하지만 이번엔 보험을 들기 위해 홍콩행 기차에 올랐다. 역사를 빠져 나오자 보험 설계사가 기다리고 있었고, 이미 계좌를 개설한 B씨는 저축보험과 생명보험 등 보험 3개에 곧장 가입했다. 동료와 친구들한테 수익률이 높다는 후기를 충분히 들은 데다 마침 콘서트 티켓 증정 행사도 있어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지난 11일 36Kr과 21세기경제망 등 중국 매체에 소개된 중국 청년들의 ‘짠테크(아낀다는 의미인 '짠'과 재테크를 합성한 말)’ 사례다. 단돈 몇 푼이라도 더 아끼고 더 저축하기 위해 홍콩을 찾는 중국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증시 부진, 경제 불확실성 등으로 투자할 곳도 마땅하지 않고 투자 리스크(위험)도 커지면서다.
 
금값 고공 행진에 금 투자 급증···금값 더 싼 홍콩으로 '금 원정'
홍콩으로 금 원정을 가는 이유는 단순하다. 중국 금값이 홍콩보다 높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에서 금 가격은 최근 몇 년 동안 계속 오름세를 보이긴 했으나 일일 가격 상승 폭은 일반적으로 g(그램)당 2위안(약 360원) 안팎이었다. 하지만 지난 일주일 동안 금 가격이 폭등세를 보이면서 일일 가격 상승 폭이 최저 7위안에 달했다.

국제 금값이 안전자산 선호 현상과 미국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 등으로 고공 행진하며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 중인 가운데 중국에서도 기관과 개인 할 것 없이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인민은행 금 보유량은 전달 대비 39만 트로이온스(1트로이온스=약 31.1g) 늘어난 7258만 트로이온스를 기록했다. 16개월 연속 증가세다.

젊은 개인투자자들 또한 경제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영향을 덜 받는 금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금·은 제품 판매량은 같은 해 7월 말 대비 23% 증가해 2018년 3월 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징둥이 제공한 데이터를 보면 3월 이후 최근까지 금괴 구매액은 전달 동기 대비 100% 증가했으며 금 장신구 구매액 역시 120% 늘었다.

금 수요 폭발에 금은방들이 가격을 잇따라 인상하면서 중국 온라인상에는 "홍콩 가서 금을 사면 하루에 7000위안을 벌 수 있다" "홍콩 금 가격은 1g당 70위안 저렴하다"는 내용의 글이 계속 공유되고 있다. 환율 우대로 중국 본토와 홍콩 간 금 가격은 원래 어느 정도 차이가 있고, 홍콩과 인접한 선전 등지에서 홍콩으로 금 쇼핑을 가는 사례가 있긴 했지만 최근 이런 추세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고 36kr은 짚었다.

중국 최대 보석업체 저우다푸(周大福)의 금 판매가격을 기준으로 비교해 보면 지난 8일 현재 홍콩 저우다푸 판매 가격은 1g당 530홍콩달러(약 487위안, 8만8822원)로 중국 본토 저우다푸 금 판매가격 659위안을 크게 밑돌았다. 중국 특별행정구로 분류되는 홍콩은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하에 중국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하고 있어 금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덕분이다. 

주커리 중국정보협회 상무이사 겸 궈옌 신경제연구소 설립원장은 "홍콩에서는 금에 대한 수입세와 판매세가 비교적 낮고, 면세가 적용될 때도 있어 자연스럽게 금 원가도 낮고, 판매 가격이 본토에 비해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여기에 환율 변동으로 홍콩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유리하게 되면 추가로 환율 혜택도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금은방이 많은 홍콩에서는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고객 유치를 꾀하는 영향도 있다. 
 
수익률 높은 홍콩 보험도 인기···여행 수요 많지만 쇼핑은 줄어
투자 목적으로 저렴한 금을 찾아 홍콩으로 가는 것처럼 수익률이 높은 보험상품에 가입하기 위해 홍콩으로 가는 젊은이들도 늘고 있다. 21세기경제망에 따르면 작년 홍콩 내 중국 본토 고객의 개인 생명보험 신규 가입액은 약 590억 홍콩달러로 전년 대비 27배 급증했다. 상품 유형별로 보면 저축형 보험이 60%, 보장형 보험이 40%로 보험 개념보다는 투자 목적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률은 중국 본토 보험이 평균 3% 이하인 데 반해 홍콩 보험은 5~6% 정도에 달한다. 

이처럼 홍콩 보험 수익률이 중국 본토보다 높은 건 우선 중국과 홍콩 보험 상품 자체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화타이금융지주의 리젠 금융연구팀 공동책임자는 "홍콩과 본토 보험은 상품 설계 자체가 다르다. 본토 저축보험은 배당형이 거의 없다"며 "작년에 본토 고객에게 잘 팔린 홍콩 저축보험은 모두 배당형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사가 보험자금을 운용하는 방식도 크게 다르다. 중국 본토 보험사는 보험자금을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비율이 매우 낮은 반면 홍콩 보험사는 보험자금 투자 범위가 비교적 넓고, 대부분 달러로 투자한다. 중국 본토 고객들은 달러로 홍콩 보험 상품에 가입하기 때문에 홍콩 보험을 드는 건 달러 자산에 투자하는 방편인 셈이다. 홍콩 보험감독국은 중국 본토 고객이 늘어난 것에 대해 "미·중 금리 격차로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달러 보험 가입에 대한 수익률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금 구매와 보험 가입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최근 여행지로 홍콩을 선택하는 중국인 여행객도 늘고 있다. 여행에 있어서도 가성비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 멀리 해외여행을 떠나기보다 가까운 홍콩에서 이국적인 정취를 느끼려는 것이다. 홍콩 출입국사무소에 따르면 작년 홍콩 출입객 2억1200만명 중 중국 본토 여행객은 2676만명에 달했다. 다만 쇼핑 목적 여행객은 줄어들었다. 작년 10월 글로벌 부동산 자문사 존스랑라살(JLL)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홍콩을 방문하는 중국 본토 여행객의 쇼핑 비율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되는 홍콩 여행 관련 게시물 키워드를 보면 이전에는 '쇼핑 공략법'이 많았다면 이제는 최저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추구하는 여행 스타일인 '특전사 여행'이 대다수다. 중국인들이 홍콩 쇼핑가의 '큰손'으로 자리매김했던 시절은 지나간 모습이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중국인 여행객의 여행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며 "열광적인 '쇼핑족'에서 여유로운 '도시 산책족'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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