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준의 함께꿈] 분란의 아이콘? 구원의 아이콘? …이재명, 그의 선택이 국운을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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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준 국립안동대 사학과 교수
입력 2024-02-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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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안상준 국립안동대 사학과 교수
[안상준 국립안동대 사학과 교수]



정치는 생물 
 
사람들은 흔히 정치는 생물이라고 말한다. 민심의 향방은 날마다 예측 불허이고, 정치인의 생명은 어느 날 느닷없이 끝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그렇다. 정치권의 이 격언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총선에도 적용된다. 한동훈이 국민의힘(이하 국힘) 비상대책위원장에 오르고 거의 동시에 이준석이 국힘을 탈당하던 지난 12월 말부터 설 연휴까지 총선 분위기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게 유리해 보였다.
그런데 지난주부터 분위기가 묘하게 흐르고 있다. 정당 지지율 변동과 분석 기사를 보면, 국힘의 상승세와 민주당의 하락세가 뚜렷하게 대비된다. 특히 지난 총선 결과를 정확히 예측한 선거전문가(엄경영, 오마이뉴스 4. 23)와 노조 활동가 출신 정치비평가(최병천, 경향신문 4. 24)의 평가는 민주당에게 꽤 냉정하다. 요컨대 패배를 직감한 정치신인 한동훈이 전원공격으로 경기를 뒤집고 있다면, 다 이긴 경기로 착각한 대선 패자 이재명은 침대축구로 시간을 끌다가 역전당하자 당황하면서도 실실 웃는 클린스만과 흡사한 모양새다. 경기 흐름이 바뀌자 한동훈의 최대 약점인 대통령의 실정과 영부인의 국기문란 행위들은 여론의 관심에서 슬그머니 비껴나 있는 듯 보인다.
이런 판세 분석은 설득력이 있다. 국힘과 민주당 모두 연일 공천과정의 잡음이 터져 나오는데 국힘은 조용히 처리되는 듯 보이지만 민주당은 갈등을 넘어 매일 분당을 경험하듯 언론에 추한 모습이 그대로 노출되더니 급기야 이재명의 리더십마저 도마 위에 올랐다. 어쩌면 검찰의 칼끝 위에서 위태롭게 버텨오며 동정표를 받던 이재명 대표에게 이제 비로소 진정한 시련이 다가온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재명의 민주당
 
그런데 이 시련이 지난 두 달의 상황 변화에서 비롯된 것일까? 필자가 보기에,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은 이미 대선 패배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기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 하나는 민주당 자체의 역량 미달이다. 2017년 민주당의 집권은 촛불시위와 탄핵정국의 결과였다. 국민은 국민을 이기려는 정부를 타도했고 새로운 정부와 사회 분위기를 요청했다. 문재인 정부는 적폐 청산의 기치 아래 검찰 개혁을 비롯해 다방면의 개혁을 시도했다. 보수 야당과 기득권 세력의 방해는 집요했다. 그러자 2020년 총선에서 국민은 무려 180석을 허락하며 민주당 정부를 응원했다. 민주 국가에서 특정 정당을 위한 이런 일방적인 지지는 정말 예외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모두가 아는 것처럼 민주당은 기대에 못 미치는 형편없는 수준의 정치를 일삼다 그예 성과를 내지 못했다. 유시민 작가의 지적대로 간호법과 노란봉투법의 입법 실패가 대표적으로 아프게 다가온다(민들레, 2. 22). 촛불정부가 실패하며 민주당은 ‘무능한 정당’으로 전락하고 말았고, 도덕적 우위로 얻은 평판마저 상실했다. 무한한 정치적 실망감을 맛본 국민은 부끄러움에 치를 떨었다.
다른 하나는 이재명 리스크다. 그는 유능한 행정가였고, 상황 판단이 빠르고 언행이 민첩한 행동가였다. 성남 외곽에 세운 화장장과 납골당을 겸비한 훌륭한 장묘시설(영생관리사업소)은 이재명 성남시장의 능력을 입증한다. 촛불 정국 당시 성남시장 이재명의 시원한 언변과 코로나19 사태를 일으킨 신천지 교회에 대한 경기지사 이재명의 기민한 대응은 국민에게 강한 인상과 믿음을 주었다.
그런데 대선 이후 이재명과 민주당은 의문의 행보를 보였다. 이재명은 대선 패배를 인정했지만, 민주당은 패배의 원인을 정밀하게 분석·평가하지도 투명하게 공개하지도 않았다. 민주당 의원들조차도 선거백서의 존재를 두고 논란이 되는 실정이다. 이로써 이재명의 정치력 역량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 기회가 사라졌고, 민주당은 패배를 딛고 거듭날 기회를 놓쳤다. 0.73% 격차에 따른 석패의 의미와 교훈은 허무하게 사라졌고, 강성 지지층만 남은 채 민주당에게 기대를 걸었던 국민의 기대와 염원은 사라졌다. 민주당은 여론의 관심을 외면하며 대선 패자 이재명을 엉뚱한 지역구 의원으로 밀어 올렸고 나아가 당 대표로 옹립했다. 이때부터 이재명의 횡보가 시작되었고 거대야당 민주당은 방 안의 코끼리로 둔갑했다. 지금 국민은 이재명의 민주당이 수권정당의 능력과 위신을 갖추었는지 의심하고 있다.
 
이재명의 총선 전략
 
이재명은 국민의 의심을 해소하고 민주당을 구원할 수 있을까? 이재명의 능력 평가에는 한 가지 제약조건이 따른다. 검찰에 의한 무한대의 압박이다. 최근 이재명의 부인과 영부인에 대한 검찰의 극단적인 조치는 매우 상징적이다. 이재명의 부인은 법인카드 10만원 유용 혐의로 기소되었다. 반면에 영부인은 관련자가 처벌받은 도이치모터스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및 300만원을 넘는 고가의 ‘디올백 스캔들’에도 검찰의 조사조차 받지 않고 있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대학가에서는 커피 한잔 건네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자리 잡은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나아가 2년간의 수사에도 불구하고 이재명은 왜 기소되지 않는지도 의문이다. 법리적인 측면에서 증거가 불충분한 건지 아니면 정치적인 시간 끌기 전략인지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의 능력 발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음을 시인한다.
그렇다면 바로 지금 이재명의 총선 승리 전략은 무엇인가? 또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대한민국의 정당 수준과 정치적 역량을 가늠할 때 민주당 앞에는 두 개의 해결책이 있을 것 같다.
하나는 민주당의 대동단결에 기초한 총력전 전개다. 이재명은 민주당의 비주류 출신으로 대선 후보가 되었고, 지금은 당 대표로 당을 지휘한다. 당내 주류 교체를 통한 당권 장악과 이후 대선 후보의 길은 총선 국면에서 해결할 과제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에 앞서 총선의 상대 국힘이 있음을 잊지 않고 대승적 결단에 기초한 통합적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두 정당의 지지율이 역전되자 이재명은 분란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언론의 프레임일지 모르지만, ‘찐명’ 논란이 거짓은 아니라는 느낌을 받는다. 적전 분열로 참패한 요르단전을 총선에서 지지자들이 경험해야 하겠는가? 그건 민주당을 지지하는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본다.
다른 해결책은 민주당의 역량을 채워줄 참신한 인재 영입이다. 필자의 안테나 성능을 고려하여 다른 분야의 영입 인재에 대한 평가는 보류하겠다. 하지만 대학정책과 지방소멸 대비를 위해 영입한 인재를 볼 때 몹시 의아한 느낌이 들었다.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에는 고등교육 정책을 주관하는 연구원이 박사 한 명밖에 없다던 지인의 전언이 떠올랐다. 나아가 총선 국면 초입에서 민주당이 내놓은 ‘인재추천위원회’의 12개 영입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희망이자 아킬레스건인 ‘교육’이 빠진 이유를 이해했다. 그 12개 분야 중에는 하물며 ‘동물 복지’도 있었기에, 민주당은 필패를 자초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정책 차원에서 다른 사례를 보자. 이재명은 최근에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공약으로 발표했다. 시들하던 프로젝트가 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그런데 민주연구원은 이 프로젝트의 유효성과 실현 가능성을 면밀하게 검토했는지 궁금하다. 다급한 상태에서 떠도는 제안을 덥석 공약으로 발표한 건 아닌지 묻고 싶다. 왜냐면 문재인 정부 시절 한겨레신문에 실린 “논의 20년째 ‘대학통합네트워크’, 총선 앞두고 다시 펼쳐질까”(2020. 2. 20)라는 기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총선 국면에서 발표된 이 기사의 핵심 발언자가 ‘서울대 10개 만들기’ 프로젝트의 제안자였다. 또한 이 프로젝트는 지난 대선에서도 이재명의 공약으로 부상했지만, 재정 조달과 실천 방안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공약집에서 배제된 바 있었다. 돌려막기와 재탕에 불과한 정책으로 마치 새로운 정책인 양 국민을 현혹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끄러움을 모르기는 피차가 마찬가지 아닐까 싶었다.
 
 총선 결과와 한국 사회의 미래- 이재명의 선택은?
 
전 세계가 민주주의의 위기를 느끼는 시절이다. 민주주의 체제 위기의 핵심 요소는 국정 책임자의 리더십이다. 트럼프, 푸틴, 시진핑, 헝가리의 오르반, 튀르키예의 에르도안 그리고 윤석열의 리더십을 보자. 인류 최악의 지도자 히틀러는 염라대왕이 파견한 악마가 아니다. 독일 국민이 민주주의 절차에 따라 선택한 정당 지도자이다. 그 선택의 책임 때문에 히틀러의 죄악에 대해 독일 국민은 오늘까지도 사죄의 의무를 지고 이행한다. 정치지도자의 선택이 역사적 사명감에 기초해야 함을 알려주는 대표적 사례다.
현재 대한민국의 양극화와 극우화는 위험 수위를 넘고 있다. 빈부 격차는 나날이 커지고, 민생은 도탄에 빠지기 직전이다. 초저출산과 지방소멸의 원인은 모두 내 한 몸 챙기기도 힘든 실존적 위기와 미래를 암울하게 전망하는 집단적 우울증으로 귀결한다. 대한민국만의 문제도 아니고, 대한민국 혼자서 해결할 수도 없다. 세계 경제의 침체, 코로나19의 후폭풍, 민주주의 체제의 해체 징후, 기후 악화에 따른 묵시록적 상황의 도래 등 전 세계의 위기 국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래도 대한민국의 추락은 너무 빠르다. 최근 뉴스에서 본 현직 국회의원, 대학원생, 의사의 입을 틀어막고 쫓아내는 장면이 모든 걸 웅변한다. 민주당 소속 국회의장은 이 사태에 대해 한마디 언급도 외마디 항의도 없다. 우리 곁에 와 있는 미래의 모습이다. 미국이나 프랑스 혹은 독일이라면 국회의원이 저런 모습으로 끌려 나가는 사건이 벌어질까? 혹여 벌어지더라도 이렇게 조용히 넘어갈까? 아마도 나라가 뒤집히는 난리가 나지 않을까 싶다.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이미 해체의 위기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인권변호사 출신인 이재명은 그 누구보다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만약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패배하면 우리 사회에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이재명은 충분히 예상하고 있다고 믿는다. 필자가 대학에서 서양사를 가르치면서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근대적 인간과 근대사회의 차별성이다. 그 위에서 우리는 인간다운 삶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해체의 위기가 눈앞에 닥쳐온 지금, 이재명의 역량과 선택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본다. 민주당의 확실한 승리를 위해 이재명은 용퇴를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최선의 결정을 국민 앞에 내놓길 바란다.



안상준 필자 이력

△국립안동대 사학과 교수  △독일 보쿰 루르대학(Ruhr Univ. Bochum)에서 서양중세사로 박사학위 취득 △(전) 한국중세사학회 회장 △컬럼비아대 해리먼 연구소 방문교수 △교수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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