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박준하 토스뱅크 CTO "혁신 비결요? 은행을 IT회사로 만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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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24-02-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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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생 환전 무료' 외환 서비스 대박난 토스뱅크

  • 혁신 서비스 개발 어떻게 하나 개발 조직 살펴보니

  • "IT 서비스 만들던 기술로 은행도 만들 수 있다"

  • MSA 등 혁신 기술로 막힘 없는 '원 앱' 구현

사진토스뱅크
[사진=토스뱅크]
"올해 외환서비스가 전체적으로 '핫(hot)'해질 줄은 몰랐어요. 처음에 준비할 때 이런 걸 의도한 것도 아니고 그냥 고객이 이건 불편하겠다 생각한 부분을 개선했을 뿐인데···."

2021년 10월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의 막내인 토스뱅크가 금융권을 뒤흔들고 있다. 금융권 최초로 시도한 살 때도 팔 때도 평생 무료환전 외환서비스가 역대급 흥행몰이를 하면서다. 외화통장 하나로 세계 17개 통화를 24시간 내내 실시간 환전할 수 있다는 장점 덕에 출시 3주 만에 신규 계좌가 60만개나 생겼다. 연간 이익이 수조 원에 달하는 시중은행들은 연간 사업 계획을 수정해 가며 토스뱅크 따라잡기에 분주하다.

기존에 없던 은행을 표방한 토스뱅크는 '고객이 가장 편리하게 느끼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에 집중해 그동안 △지금 이자 받기 △매달 내는 돈 낮추기 △매일 즉시 캐시백 등 서비스를 내놓았다. 이런 혁신적인 서비스를 구현하는 핵심엔 토스뱅크의 개발 조직이 있으며, 이 조직을 이끄는 수장은 박준하 토스뱅크 헤드 오브 테크놀로지(CTO)다. 토스에 몸담은 지 7년여가 흘렀지만 26일 서울 역삼동 토스뱅크 본사에서 만난 박 CTO는 토스뱅크의 기술 이야기가 나오자 어제 막 입사한 개발자처럼 의욕이 불탔다. 다음은 박 CTO와 일문일답한 내용. <관련기사 / 박준하 토스뱅크 CTO는…포털부터 게임·번역까지 IT로 못할게 없다는 '도전 팔방미인'>
 
사진토스뱅크
[사진=토스뱅크]
-토스뱅크 조직은 어떻게 이뤄져 있나.
"토스뱅크는 IT 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직원 500여 명 중 IT 개발 인력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들은 △프로덕트 디비전 △데이터 디비전 △플랫폼 디비전에서 일하고 있다. 프로덕트(제품) 영역은 팀 단위가 아닌 스쿼드(에자일) 조직으로 움직이는데 PO(프로덕트 오너), 디자이너, 데이터분석가, 개발자 등이 다 모여서 하나의 서비스를 책임진다. 토스뱅크 구성원이 자유롭게 낸 의견 가운데 공감을 얻는 의견이 나오면 스쿼드 안에서 제품 개발부터 고객 배포까지 모든 걸 할 수 있는 구조다. 한 스쿼드에 개발자가 한두 명인 곳도 있고, 규모가 큰 곳은 8~9명 이상이 속하기도 한다. 스쿼드 안에 있는 개발자도 제품 기획부터 참여하기 때문에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상태에서 개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스쿼드 내 개발자들이 제품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기술에 대해선 플랫폼 디비전에서 모두 지원한다. 서비스 개발 인원으로는 적다고 볼 수 있지만 고객에게 맞는 제품을 개발하는 데 조직이 최적화돼 있다."

-어떤 과정을 거쳐 서비스를 개발하나.
"우리는 모든 제품을 내부에서 직접 개발하며 외주를 주지 않는다.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선 고객이 편리하게 느끼는 서비스인지를 알아야 한다. 서비스를 출시했는데 반응이 좋을 수도 있지만 어떤 건 대박 날 줄 알았는데 망하는 것도 있을 수 있다. 크게 시도했다가 크게 실패하면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우리는 작은 시도를 해보고 결과에 따라 기민하게 움직이려고 노력한다. 지속적으로 변화를 추구하고 이에 대한 결과를 내부에서 모으는 작업을 각 스쿼드에서 하고 있다. 이런저런 적금 상품을 내놓은 것 중 하나가 '토스뱅크 굴비적금' 서비스이고 이후에도 굴비 그림을 크게 그려봤다가 작게 그려봤다가 하면서 소비자에게 가장 좋은 서비스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사진토스 홈페이지
[사진=토스 홈페이지]
-토스뱅크 출범부터 몸담은 만큼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토스에서 송금 계좌 개설, 마이너스 통장 개설, 토스 머니 카드 등 여러 가지 서비스를 만들었는데 혼자서 못하고 온갖 금융 회사들과 협업을 했다. 정말 좋은 서비스를 만들긴 했지만 아쉬움이 컸다. 이거 하나만 더하면 고객이 더 편한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데 "이런 건 금융회사에선 안 된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 토스뱅크를 만든다고 할 때 이 한계를 벗어나 직접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지금 와서 보니 그때 안 된다고 했던 것들이 못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결론적으로 IT서비스 만들던 기술로 은행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체감했다. 기술력으로 모든 것을 다 서포트할 수 있다."

-토스뱅크에서 이끌어낸 변화가 있다면.
"'지금 이자 받기' 서비스를 하는 회사들이 많이 생겼는데 이들 회사의 은행앱에 들어가 보면 첫 페이지에 지금 이자를 얼마 받을 수 있는지가 나오는 곳은 거의 없다. 첫 페이지에 이걸 보여주기 위한 트래픽을 모두 감당하지 못해서 클릭하고 들어가야 볼 수 있도록 만든 거다. 토스뱅크에는 앱 전면에서 얼마 받을 수 있는지를 볼 수 있고 굉장히 많은 트래픽을 감당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토스 때 쌓은 노하우를 토스뱅크에도 적용해 대용량 트래픽을 감당할 수 있었다. 토스에서 카드 사용 내역이나 계좌 거래 내역을 조회하기 위해 어떤 은행에 요청을 하면 그 회사들이 다 뻗어버려서 응답을 못 주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거래 내역을 우리 쪽에 열심히 쌓아두고 우리가 트래픽을 감당하되 꼭 필요할 때만 호출하는 시스템으로 바꿨다. 거래 내역을 조회하거나 하면 계정계까지 호출이 안 들어가고 채널계에서 해당 내용을 바로 응답해 줄 수 있는 구조를 짰다."
 
사진토스 홈페이지
[사진=토스 홈페이지]
-대형 은행사들의 슈퍼앱 경쟁이 치열한데 토스뱅크의 '원 앱' 이야기를 해준다면.
"'원 앱을 하면 앱 덩치가 크고 느려지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처음부터 원 앱으로 무조건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토스뱅크 계좌를 만들려고 토스뱅크 앱을 다운 받으라고 하면 저도 안 받을 것 같다. 당연히 편한 것은 내가 쓰던 토스 안에 다 들어가는 것이고 그 안에서 앱이 더 무거워지지 않고 기능이 추가돼도 작은 변화를 계속 만들어 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기술력의 차이다."

-최근 가장 영향력이 크다고 생각하는 토스뱅크의 기술은.
"단연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MSA)다. 대부분 은행이 사용하는 모놀리식(Monolithic) 아키텍처는 각 서비스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비스 개발이 축적되면 코드가 서로 얽혀 다른 서비스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 '스파게티 코드' 문제가 생기게 된다. 이걸 해소하기 위해 일반 금융회사들이 선택한 방식이 10년마다 몇천억 원을 들여서 하는 차세대 프로젝트다. 그러나 MSA는 각 서비스를 마이크로 서비스로 쪼개 놓았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겪지 않아도 된다. 미리 작게 쪼개두면 변화를 가져가기 훨씬 쉬운 상태가 되고 장애 영향도도 줄일 수 있다. 일반 시중은행들도 지난해부터 MSA라는 키워드가 핫한데 우리처럼 이렇게 빠르게 움직이고 좋은 상품을 만들기 위해선 MSA를 도입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 같다. 우리의 목표는 10년, 20년, 30년 뒤에도 차세대 프로젝트를 안 하는 것이다."

-MSA가 적용된 서비스를 소개한다면.
"이번 외환 서비스에 MSA를 적용했다. 외환 서비스가 그동안 없었기에 원화 계좌 옆에 녹여서 개발하면 편하겠다는 유혹도 있었지만 외화 계좌를 모놀리식 시스템에 둔다면 나중에 분리하기가 너무 힘들겠다는 개발자들의 의견이 많았다. 그래서 외화 계좌, 환전 기능 등을 모두 밖에다 만들고 마이크로 서비스로 기존 계좌 시스템과 분리해서 만들었다. 이 밖에도 토스뱅크의 경우 여신, 수신, 카드 서비스는 서버와 데이터베이스가 별도로 분리돼 시스템의 직접적인 참조 대신 HTTP API 등 통신을 통해서만 참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토스 홈페이지
[사진=토스 홈페이지]
-챗봇 등 생성형 AI가 기술 쪽 화두인데.
"요즘 AI 이야기하면 챗GPT가 이슈다 보니 챗봇을 많이 이야기하고 시중은행들도 몇천억 원을 들여서 챗봇을 만든다고 한다. 그런데 챗봇은 제가 써봤을 때 만족감을 느낀 적이 거의 없었다. 이걸 정말 만족할 만큼 만들려면 굉장히 많은 리소스를 오랜 기간 넣어야 그 수준에 도달할 것 같다. 우리는 은행업에서 비효율을 효율화할 수 있는 것들 중에 가장 문제를 잘 풀 수 있는 방법이 AI라고 하면 AI를 적용하고 있다. 'AI가 핫하니까 AI로 해볼 수 있는 것을 찾아와'라고 하는 방식은 지양한다. 그렇게 하면 챗봇밖에 안 나온다."

-AI 기술 접목한 서비스를 소개한다면.
"환율 정보를 가지고 와서 환율을 고시할 수 있지만 우리는 직접 환율을 고시한다. 직접 지정한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달러를 1100원에서 1300원까지 범위 안에서 지정해야 할 때를 가정해보면 평균 또는 최저, 최고를 기계적으로 정하는 대신 서비스 효율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을 AI로 찾아보고 있다. 고객들도 더 좋은 환율에 쓸 수 있고 은행으로서도 운영을 더 효율화할 수 있는 환율이 어디인지 그걸 AI로 찍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서비스는 아직 오픈을 하지 않았는데 이런 방식으로 우리가 지금 접근하고 있는 것들이 많다."

-올해 목표는.
"은행의 IT 시스템도 빅테크 IT 시스템처럼 가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결국은 그게 토스뱅크의 경쟁력이다. 고객들에게 가장 좋은 제품을 만들어가는 여정이며 이 여정을 튼튼하고 안전하게 지지하기 위한 방법을 계속 고민해 나가겠다. 예전에는 외부에 알릴 필요 없이 우리만 잘하면 된다, 좋은 서비스 만들어서 보여주자고 생각했는데 이젠 필요하다고 하면 찾아가서 토스뱅크의 개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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