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에 '쓴소리' 들은 초대형 IB들, 해외M&A·혁신기업투자 강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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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 기자
입력 2024-02-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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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올 초부터 자본시장 체질 개선에 초대형 투자은행(IB)과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증권사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양적으로 성장해 왔지만, 종합 기업금융 서비스 제공기관으로서 기능을 수행하는 데 미흡했다고 평가하고 기업금융 역할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정부와 증권사가 함께 논의해 나가겠다고 예고했다.

10일 현재까지 대형 증권사 9곳이 종투사로 지정받아 기업 신용공여 등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 5곳은 초대형 IB로도 허가받았다. 금융 당국은 2013년 종투사 제도 도입 당시 기업 신용공여, 혁신 중소기업에 대한 융자와 투자, 초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중·후순위 출자, 해외 M&A 자문과 주선, M&A 인수자금 공급, 기업에 대한 외국환 서비스 및 현금성 자산 관리 등 다양한 종합 기업금융 서비스를 기대했다.

하지만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4일 금융위-금감원-증권업계 간담회 자리에서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음에도 증권사들은 여전히 위탁매매·부동산 중심의 영업행태를 보이며, 종합 기업금융 서비스 제공기관의 기능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지적하고 "증권업계 스스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며, 정부도 증권업계와 머리를 맞대고 증권사의 기업금융 역할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시 현장에 대표이사가 참석한 10개 증권사에는 초대형 IB 5곳이 모두 포함돼 있었다. 사실상 초대형 IB들의 기업금융 서비스 제공이 미흡하다고 꼬집은 셈이다.

정부가 논의해 나가겠다는 국내 증권사의 기업금융 역할 강화 방향성은 이미 지난해 자본시장연구원이 발간한 '종투사 10년 평가 및 한국형 IB의 발전전략' 보고서에 제시됐다. 보고서는 해외 진출을 확대하고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 제도를 도입할 것, 증권사 인수합병(M&A) 자문 사업을 활성화하고 법인 지급결제를 허용할 것 등을 제안했다.

이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2016년 8월 혁신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을 확대하고, IB 중심의 종합 기업금융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초대형 IB 육성방안을 발표했다. 또한 글로벌 IB들의 사업구조를 벤치마크해 국내 증권업의 대형화를 유도하고 해외진출을 장려하기 위해 자기자본을 키울수록 유망한 IB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종투사에 발행어음 업무를 허용하고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의 종투사에 종합투자계좌(IMA) 업무를 허용했다. 당시 금융당국은 고객에게 수신한 자금을 기초로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발행어음과 IMA로 조달한 자금은 레버리지 비율 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하지만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ECM 주관사 중 국내 종투사 순위는 20위권으로 상위권을 차지하는 미국계, 중국계 IB에 밀리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 DCM과 M&A 주관사 중 국내 종투사 순위는 60~70위권으로 역시 글로벌, 중국계 IB 대비 훨씬 처지는 상황이다. 중국 기업 주식 및 채권 발행 규모는 상대적으로 크고 국내 종투사의 중국·홍콩 현지법인 경쟁력은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유럽계 IB가 상위권을 차지하는 이유는 국내 종투사가 그들 대비 주요 기업 분석 능력이 열위에 있고 자본력과 자금조달 비용 경쟁력이 부족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는 "한국형 IB로서 국내 종투사를 발전시키려면 국내 종투사의 강점을 기반으로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신남방 국가의 위탁매매와 자기매매 분야에 진출하여 현지 소매 고객 니즈에 맞는 ICT 기반 증권매매 솔루션 제공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종투사들이 IB 부문에서 경쟁력 우위를 가지기 위해 기업금융 역량을 강화하는 노력이 요구된다"며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제도 도입 등을 통해 혁신 벤처기업에 대한 융·투자를 확대하고 M&A 활성화를 통해 국내 종투사들의 M&A 자문·인수금융 역량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BDC는 상장 이전 단계의 벤처·혁신기업에 집중해 투자하는 투자기구(상장펀드)로 이미 2022년 5월 국무회의를 통과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해 도입이 추진됐다. 기존 공모펀드의 차입, 대출, 투자한도 등 한계를 일부 완화한 형태로 일정수준 이상 자기자본과 증권운용인력을 보유한 자산운용사, 증권사, 벤처캐피탈(VC)을 인가한다. 향후 정부와 증권업계의 증권사 기업금융 역할 강화 방향도 앞서 자본시장연구원이 진단한 논의의 틀 위에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엔 별도 언급되지 않았지만,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종투사에 허용된 IMA 업무 신사업 관련 걸림돌인 '가이드라인의 부재' 상황도 거론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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