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수하거나 떠나거나] TSMC, 中리스크로 '탈대만' 속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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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기자
입력 2024-02-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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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중 반도체전쟁, 양안관계 악화로 본격 탈대만

  • 日 '반도체 부활' 야심과 맞닿으며 속도 붙어

  • 2028년, 생산량 20% 日·美·유럽 등 해외공장이 담당

  • '나노전쟁' 격화로 최첨단 공정은 대만 내 사수

TSMC 로고 사진로이터연합뉴스
TSMC 로고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대만의 TSMC가 '탈대만' 전략을 펼치고 있다. 반도체 생산능력의 20%를 일본을 비롯한 해외로 돌려 미·중 반도체 전쟁과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 악화 등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로부터 공급망을 사수한다는 계획이다. TSMC의 탈대만 전략은 일본 정부의 '반도체 부활' 야심과 맞닿으면서 본격화하고 있다.    
 
보조금 두둑이 챙겨주는 日...TSMC 구마모토에 제2공장 건설 
TSMC는 지난 6일 올해 일본 구마모토에 6나노(나노미터·10억분의1m) 공정 제품 생산을 위한 공장 건설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는 일본 내 두 번째 공장이다. TSMC는 이미 12·16나노와 22·28나노 공정 제품 생산을 위한 구마모토 제1공장 건설을 완료해 오는 14일 준공식을 앞두고 있다. 제1공장은 올해 4분기, 제2공장은 2027년 양산에 돌입한다.

두 공장에서 생산되는 반도체를 합치면 한 달에 총 10만개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TSMC는 월간 생산량이 10만개 이상인 대규모 생산거점을 '기가팹'이라고 부르며 중시해 왔다"며 "현재 기가팹은 대만에 4곳이 있다. 제2공장이 가동되면 구마모토도 규모에 있어 이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구마모토 팹의 특징은 폭 넓은 생산라인으로, 고성능의 6나노부터 구형인 40나노까지 생산해 자동차와 산업기기 등 다양한 수요에 대응이 가능하다. 

TSMC가 이처럼 일본에서의 생산능력을 빠르게 확대하는 것은 반도체 패권을 되찾겠다는 일본의 야심과 지정학적 리스크를 낮추기 위한 TSMC의 탈대만 전략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2021년 6월 일본 경제산업성은 자국 공급망 강화를 위해 외국 반도체 기업의 일본 투자 유치와 이에 대한 일본 정부의 보조금 지급을 내건 '반도체 전략'을 발표했다. TSMC 구마모토 공장은 해당 전략 이행을 위한 첫 번째 프로젝트다. 반도체와 디지털산업을 살리기 위해 편성된 4조엔(약 35조8968억원) 중 일본은 구마모토 제1공장 건설에 4760억엔의 보조금을 지급했고, 제2공장에는 이보다 더 많은 7700억엔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기업들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도요타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 필수인 고성능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일본 구마모토 공장의 운영 자회사인 JASM에 출자, 구마모토 제2 공장 건설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미 JASM에 출자한 소니와 덴소도 추가 지분 매입에 나설 예정이다. 새 지분율은 TSMC 86.5%, 소니그룹 6%, 덴소 5.5%, 도요타 2%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본격 탈대만...첨단 공정은 대만 내 사수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중국과의 관계 악화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최소화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보조금까지 두둑이 챙겨주는 일본에 TSMC가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TSMC의 해외 최대 생산거점은 중국에 있다. 그러나 미국의 대중(對中) 수출통제로 반도체 장비 반입이 당장이라도 금지될 수 있다. 현재는 미국 정부로부터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유예 조치 연장을 승인 받은 상태다. 해외 생산거점을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로 분산해야 하는 이유다. 

더욱이 지난달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친미·독립 성향의 집권 민주진보당 라이칭더 당선인이 승리하면서 중국은 대만에 대한 군사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대만 해협을 향해 대함미사일 발사 훈련을 하기도 했다. 중국이 대만을 무력 침공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양안 관계 악화와 관련해 '전쟁 발발'과 '대만 봉쇄'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기도 했다.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침공하든 전면 봉쇄하든 TSMC 반도체 생산·공급은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TSMC의 탈대만 전략은 미국과 유럽에서도 진행 중이다. 미국 애리조나 제1공장은 2025년 상반기 4나노 공정 제품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고, 유럽 첫 공장인 독일 드레스덴 공장은 올해 4분기 착공한다. 드레스덴 공장에서는 12~28나노 공정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일본과 미국, 독일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2028년에 TSMC의 해외 공장 월간 생산량은 총 30만개에 달할 전망이다. 현재 TSMC의 월간 생산량(130만개)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전체 생산량의 20%를 해외 공장이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다만 삼성, 인텔 등과의 '나노전쟁'에서 승기를 거머쥐기 위해 TSMC는 3나노 미만의 최첨단 공정 공장은 대만에 묶어두고 있다. TSMC는 2022년 남부 가오슝 공장에서 3나노 공정 제품 양산을 시작했고, 2나노 공장은 대만 북부 신주와 가오슝에 각각 한 곳씩 짓고 있다. 이밖에 가오슝에 3번째 3나노 공장, 남서부 타이바오에 1나노 공장 건설 계획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TSMC는 최첨단 제품은 대만, 그 외 제품 생산은 해외가 담당하는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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