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지의 코인리뷰] 불법자금→환치기→해외로…스테이블코인, 범죄 온상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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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24-01-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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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C·ETH 이어 시총 1000억 달러 넘보는 USDT

  • "스테이블코인 결제규모 페이팔 10배…성장 가능성↑"

  • 시세변동 리스크 낮다는 장점 되레 범죄에 악용

  • 2022~2023년 코인 불법 거래 61.5%가 스테이블코인

사진테더 홈페이지
[사진=테더 홈페이지]
대표적인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가 시가총액 1000억 달러 고지를 눈앞에 뒀지만 범죄의 온상으로 떠오르고 있어 국제사회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USDT는 미국 달러와 가치가 일대일로 고정된 만큼 주로 송금과 결제 수단으로 활용되는데, 자금세탁 범죄에도 악용되면서다.

24일 코인마켓캡에서 USDT 시총은 955억 달러를 넘겼다. USDT가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XRP, 바이낸스코인(BNB)에 이어 가상자산 중 다섯번째로 시가총액 1000억달러에 성큼 다가섰다. 비트코인은 2017년 10월에 1000억 달러를 넘었고, 이더리움도 곧이어 10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후 XRP와 BNB도 1000억 달러 대열에 합류했지만 현재 기준으로는 XRP 281달러, BNB 448달러로 주저앉았다. 때문에 USDT가 1000억 달러를 넘기면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함께 1000억 달러 클럽 3대장 반열에 오르게 된다.

전체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USDT는 71%를 차지한다. 더블록에 따르면 전체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USDT는 점유율이 1년간 21%포인트 증가했다. 지난해 UDSDT의 점유율은 50%였으나 현재 71% 수준이다. USDT 유통량도 950억개를 돌파했다. 이는 과테말라, 불가리아 등 일부 국가의 국내 총생산(GDP)보다 큰 규모다. 뒤이어 서클의 스테이블코인 USDC가 두번째로 높은 점유율을 차지했다. USDC는 지난해 480억개 이상 발행됐으나 실제 유통량은 약 270억개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스테이블코인, 장밋빛 전망은 계속된다
글로벌 가상자산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 24일 테더USDT의 시가총액 추이 사진코인마켓캡
글로벌 가상자산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 24일 테더(USDT)의 시가총액 추이. [사진=코인마켓캡]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코빗은 미국 가상자산 데이터분석 기업인 메사리의 분석 보고서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달러와 유로를 기반으로 발행된 테더(USDT), 유에스디코인(USDC), 페이팔유에스디(PYUSD)는 국가 규제를 준수하고 있는 만큼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의 결제 규모는 페이팔의 10배에 달하며 비자(Visa)의 결제 규모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매주 스테이블코인으로 거래하는 블록체인 주소는 500만개에 달한다. 코빗 리서치센터는 "미국 달러의 구매력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금은 현대 통화를 완전히 뒷받침하기에는 불안정하고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너무 크며, 국채는 완전히 의존하기에는 압류 위험이 너무 크고 심지어 폭락 위험도 있다"면서 "하지만 이 세 가지를 모두 한 바구니에 담으면 최고의 상품이 탄생하는데 USDT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면서 부침을 겪었던 스테이블 코인 USDC도 점유율 확대를 위해 공격적인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USDC 발행사 서클은 생태계 확장을 위한 자금 조달 차원에서 뉴욕 증시 기업공개(IPO)를 신청했으며 현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검토 중이다. 또한 최근에는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 아프리카의 옐로카드와 결제 레일을 통합, 투자자가 이더리움 레이어2 롤업 베이스에서 비트코인(BTC)·USDC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제레미 알레어 서클 최고경영자(CEO)는 야후파이낸스에 "미래의 통화 경쟁은 기술 경쟁"이라면서 "달러가 세계 기축 통화지만 미국은 이를 당연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스테이블코인이 달러의 힘을 유지하고 거래·교환을 위한 새로운 인프라를 뒷받침하는 데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법 코인 거래의 60%가 스테이블코인 활용
사진체이널리시스
[사진=체이널리시스]
문제는 스테이블코인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불법 자금 세탁으로 악용되는 사례도 늘어가고 있다. 1코인 가격이 1달러로 고정된 만큼 시세변동 위험이 낮아 범죄 수익 환치기에 이용하기 용이하다는 판단에서다.

스테이블코인은 지난 2년간 비트코인을 제치고 불법 코인 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체이널리시스 보고서에 따르면 2022~2023년 적발된 불법 거래 중 스테이블코인이 최다 거래량을 기록했다. 보고서는 "가상자산 규제가 적용된 지역에서만 지난해 모두 149억 달러(약 19조9138억원) 상당의 스테이블코인 불법 거래가 발생했다"면서 "이는 전체 코인 불법 거래의 61.5%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불법 거래는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승인한 가상자산 플랫폼 내에서 발생했다. 아직 규제가 마련되지 않은 지역의 불법 거래는 포함되지 않은 통계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는 비트코인(BTC)을 불법적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다수였지만 범죄자들의 선호도가 스테이블코인으로 넘어간 모양새다.

국제연합(UN)은 최근 USDT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자금 세탁과 사기 범죄의 주요 결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분석 보고서도 내놓았다. 2023년에만 9월 170억7000만 USDT가 불법 환전 및 범죄 자금에 사용됐다. 거짓 연애 관계를 만들어 피해자 신뢰를 얻은 후 거액을 송금하도록 유인하거나, 불법 도박판에서 게임 포인트와 교환되는 방식 등 곳곳에서 자금세탁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UN 마약 범죄 사무소의 제레미 더글라스는 "조직적인 범죄는 새로운 기술들을 사용해 유사한 금융 시스템을 구현했고 암호화폐와 함께 규제되지 않는 온라인 카지노 확산은 이 지역 범죄 생태계를 강력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을 악용한 범죄 사례가 심심찮게 나온다. 지난해 연말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USDT로 환치기해 175억원을 해외로 빼돌린 중화권 조직원 일부가 경찰에 붙잡힌 바 있다. 이들 조직은 생활안정자금을 주거나 대출이자를 낮춰주겠다는 식으로 접근해 피해자 수백명에게 최대 1억원까지 뜯어냈다. 이렇게 벌어들인 범죄 수익금을 USDT로 세탁해 보이스피싱 조직의 가상화폐 지갑으로 보냈다.

테더는 UN의 보고서에 대해 "원장 기록이 남는 공공 블록체인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USDT는 범죄 집단의 좋은 선택지가 아니다"라면서 "최근 몇 달 동안 불법 자금을 동결하는 등 자체적으로 감독 활동에 나서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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