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브린의 For Another Perspective] 김정은의 반(反)통일 선언 …북한의 새로운 '통일 전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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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브린 인사이트 커뮤니케이션스 CEO
입력 2024-01-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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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브린
[마이클 브린 인사이트 커뮤니케이션스 CEO]


지난해를 마무리하며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더 이상 남한과의 화해나 통일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그는 "우리를 ‘주적’이라고 선포하고 외세와 야합하여 '정권붕괴'와 '흡수통일'의 기회만을 노리는 족속들을 화해와 통일의 상대로 여기는 것은 더 이상 우리가 범하지 말아야 할 착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현실을 인정하고 남조선 것들과의 관계를 명백히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우리는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번 선언을 두고 북한이 기존의 오랜 국가 전략을 근본적으로 거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남측의 본능적인 가정이다. 남한의 헌법에서 통일을 지향하는 것처럼 북한 노동당은 항상 통일을 궁극적인 국가 목표로 설정해왔다. 우리로서는 어느 한쪽이라도 실제로 별개의 국가 차원의 새로운 노선을 추구하는 걸 상상하기 어렵다.

북한 지도부가 한반도 통일을 포기하는 것 또한 상상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국가적 테마로 봤을 때, 통일이 매우 유용한 카드이기 때문이다. 독재자는 실제이든 가상이든 늘 적으로부터 방어자임을 자처한다. 북한의 독재자들은 ‘악의 존재 남한과 동맹국 미국을 상대로 통일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이라는 아주 좋은 명분으로 자유를 억압하고 특수부대처럼 나라를 운영해왔다. 확실히 그것은 변하지 않을 건가?
김정은이 국가 목표의 변경을 공식화 하지 않는다면, 통일하지 않겠다는 그의 선언은 전술의 변화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남한에서 가장 힘을 얻고 있는 분석은 김정은이 더 이상 윤석열 정부와 거래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거다. 이에 대한 단서는 그가 “정권 붕괴” 와 “흡수 통일” 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에 있다. 김정은은 그런 것들이 집권 여당 국민의힘의 진짜 목적이라고 주장한다. 그가 맞다. 남한의 우파는 김씨 가문이 집권하는 한 통일의 희망은 없다고 본다. 그의 정권이 무너지고 북한 주민들은 그의 폭정에서 해방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남한의 우파도 통일이 진정한 체제 통합을 이룰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진 않다. 그들에게 통일은 북한이 자유시장 민주주의에 동참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통일은 흡수의 방법으로 갈 것이다. 그러나 부정적이거나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진 않다. 이러한 흡수는 북한 주민들이 원하지 않는 한 작동하지 않을 것이며, 하게 되더라도 점진적이고 통제적이며 평화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할 거다.

야당인 민주당은 여당과는 다른 대북 접근법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그렇지 않다. 단지 다른 스타일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좌파는 보수당보다 덜 정직하다. 그들은 북한 사람들이 ‘남쪽 사람들은 자신들의 체제를 존중하고,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기를 원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렇게 믿는 사람들에게도 그들의 환상이 깨지는 데 오래 걸리지 않을 거다.

통일이 되려면 남한 정부가 정치적으로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북한의 체제는 유지되지 못할 거다. 남한에 의해 강제로 제거되지는 않는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자유를 찾은 북한 사람들이 거부할 것이다.

김정은도 이를 알고 있고, 그래서 그가 여당과 야당을 모두 싫어하는 거다. 독자들은 그가 몇 년 전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나 명백한 화해의 발걸음을 내디뎠지만 얼마 안 돼 그 후 남북 간 대화를 위해 사용되었던 개성의 연락사무소를 말 그대로 ‘날려버린’ 것을 기억할 거다.

이를 고려했을 때, 김정은의 반통일 선언은 그저 현실을 수용하고 적응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화해와 통일에 대한 대화에 지쳤고, 좌절했다. 진전이 없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그는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다며 솔직하게 나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매우 진지하게 염두에 두어야 할 또 다른 측면이 있다. 만약 북한이 화해와 통일을 거부한다면, 남한이 계속 통일에 전념하는 걸 평양 측에선 공격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이다. 필자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과거에는 양쪽 모두 통일에 찬성하는 자세를 보였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반감을 상쇄시켰다. 그러나 한쪽만 원하게 된다면, 남북 통일 문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상황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남한은 상대국의 영토와 사람들에 대한 일방적인 주장을 펼치는 러시아처럼 비쳐질 거다.

이 말인 즉슨, 남한이 전 한반도에 적법적 권위를 가지고 있다, 북한의 주장에 맞서는 '내부의 적'에서 ‘외부의 적’으로 변해 주권 국가로서의 북한의 존재를 위협하는 모습이 된다.

이제 북한 정권은 훗날 전쟁에서 남한을 더 이상 불법 국가가 아닌 별개의 적국이라 취급하며 남한에 대한 핵무기 사용을 정당화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많은 분석가들이 전쟁을 조장하고 핵무기로 도발하는 것이 북한이 한반도를 통일시키기 위한 전략이라고 보고 있는데, 정작 현재 북한 정권은 통일에 관심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 약력]
마이클 브린은 현재 글로벌 PR 컨설팅 회사인 인사이트 커뮤니케이션스 CEO다. '가디언' '더 타임스' 한국 주재 특파원, 북한 기업에 자문을 제공하는 컨설턴트, 주한 외신기자클럽 대표를 역임했다. 가장 최근에 출간한 <한국인을 말한다>를 포함해 한국 관련 저서 네 권을 집필했다. 1982년 처음 한국에 왔으며 서울에서 40년 가까이 거주하고 있다.
 
(번역: 문가현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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