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건강검진 '의무'라는데…"회사가 개인연차 쓰라고 하는 게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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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언 기자
입력 2023-12-13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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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직장인 A씨는 바빠서 미뤄둔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병원을 예약하려다 고민에 빠졌다. 건강검진을 받으려면 반차 또는 연차를 써야 해서다. A씨가 근로자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권리'인 연차를 건강검진에 쓰는 걸 꺼려하자 직장 상사들은 "주말에도 병원이 여니까 그때 검진을 받는 게 어떠냐"고 권유했다. 이런 고민을 다른 회사에 다니는 친구 B씨에게 털어놓자, B씨는 "당연히 반차는 회사가 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놀라는 눈치였다. B씨 회사는 늘 건강검진 시 직원들에게 반차를 지급해왔다.

연말을 앞두고 바빠서 미처 건강검진을 받지 못한 직장인들이 검진을 받기 위해 병원으로 몰려들고 있다. 그런데 검진을 받기 위해 회사가 직원들에게 유급휴가를 줘야 하는지를 놓고 회사마다 규정이 달라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3일 아주로앤피 취재에 따르면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은 '사업주는 상시 사용하는 근로자의 건강관리를 위해 건강진단을 실시해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건강검진을 위한 휴가 부여 방식 등은 규정돼 있지 않다. 산안법 시행규칙은 사무직은 2년에 1회 이상, 그 밖의 노동자는 1년에 1번 건강검진을 실시해야 한다는 횟수만 정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건강검진을 위한 유급휴가 지급은 단체 협약, 취업 규칙, 회사 내규 등에 건강진단을 위한 공가 및 유급휴가 적용이 별도로 규정돼 있을 경우 대체로 이에 따르고 있다. 다만 고용노동부는 사업주가 건강검진 시간을 제공할 의무가 있는 만큼 유급휴가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해석하고 있다.

고용부는 "법에서 정한 근로자에 대한 건강진단은 사업주의 의무사항으로써 근로자가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건강진단을 받는 경우에는 그 자체가 근로시간으로 볼 수 있는 바,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건강진단을 실시하는 시간을 제공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설령 회사가 직원들에게 유급휴가를 주지 않더라도 근로자 동의 없이 연차휴가를 강제로 사용하도록 하는 것은 위법이다. 회사가 주말이나 퇴근 후 건강검진 받을 것을 강제하거나 지정한 날에 연차휴가를 쓰도록 한다면 근로자가 이에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게 고용노동부의 설명이다. 

법조계는 법 해석의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건강검진 시 휴가를 어떻게 부여할 것인지를 법에서 구체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건강검진일 유급처리 여부에 관해 법에서 정한 바는 없지만 산안법에서 근로자 건강검진을 사업주 의무로 두고 있고 건강검진이 근로자의 건강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다는 점, 건강검진을 받지 않을 경우 사용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유급으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법을 좀 더 명확하게 만들어 근로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법이 해석되지 않도록 하고 사업주는 위법을 피할 수 있도록 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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