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배터리] 전기차 성장세 급제동, 배터리 기업에 날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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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기자
입력 2023-11-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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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글로벌 전기차 판매 성장세가 크게 둔화하면서 배터리 기업들의 수익성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3분기에 들어서면서 배터리 판매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으며, 늘어나는 전기차 재고량, 할부금리 인상 전망 등으로 인해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기업가치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내수시장 포화로 북미, 유럽을 상대로 저가 공세에 나선 중국도 국내 기업에는 큰 위협이다.

더 큰 문제는 세제혜택 및 보조금으로 수익성 하락을 일부 충당하고 있는 배터리 기업과 달리 관련 소재 기업들은 재무구조 악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시행되지 않는다면 당장 내년부터 해외투자가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6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TrendForce)에 따르면 지난 8월 글로벌 배터리 판매가격은 10%가량 하락했다. 배터리 가격 하락과 함께 관련 원자재 가격도 큰 폭으로 내렸지만, 이미 계약한 원자재 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내년 초까지는 배터리 판매 수익률 악화를 피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배터리 가격 하락의 주요 원인은 글로벌 전기차 판매 둔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 중 하나인 중국의 올해 1~9월 전기차 판매 성장률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25%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들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대응으로 인해 지난 3년간 적극적으로 투자한 북미의 상황은 특히 좋지 않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Cox Automotive)에 따르면 지난 10월 초 기준 전기차 재고를 나타나는 생산 중단 시 판매 가능일수는 97일로 내연기관 차량의 재고인 58일 수준과 비교해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까지 전기차 생산 중단 후 판매 가능일이 0에 가까웠으며 올해 초 기준 50일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공급량이 수요를 크게 앞지른 것이다. 유럽에서도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폐지한 독일의 9월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하는 등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기차 판매 감소에 따른 배터리 수익성 악화는 올해 4분기에 더욱 가파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국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 및 축소에 이어 금리 인상에 따른 전기차 판매 할부금 부담도 더 커질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지난달 18일 미국의 전기차기업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이자율 상승으로 인한 전기차 수요 감소 경고를 한 이후, 배터리 기업의 기업가치는 크게 떨어졌다. 일론 머스크의 발언 이후인 지난 1일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는 주당 37만5500원으로 올해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중국의 주요 배터리 기업들이 미국과 유럽의 보조금에 대항하기 위해 배터리 가격을 크게 낮추고 있는 점도 국내 기업의 수익성 악화 원인 중 하나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배터리 생산 기업의 수익성 악화는 국내 배터리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에게도 치명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북미 현지 공장을 통해 2000억원대 보조금 및 세제혜택 지원을 받으며 영업이익 방어에 나선 배터리 기업과 비교해 어떠한 안전장치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3분기 국내 주요 배터리 소재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반토막이 났으며, 전기차 판매 정체가 지속될수록 재무구조 악화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정부가 연구개발(R&D), 설비 분야에만 지원하고 있어, 국내 배터리 관련 기업들이 올해 말과 내년 초 글로벌 투자를 멈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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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K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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