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균열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SK온과 일본 닛산 간 약 15조원 규모로 알려진 배터리 공급 계약이 전면 재검토 국면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나왔다. 수요 급변과 투자 부담이 맞물리면서 ‘성장 산업’으로 불리던 배터리 시장의 구조적 불안이 노출된 것이다.
이번 재검토의 출발점은 전기차 시장 둔화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 계획을 조정하면서 배터리 수요 역시 예상보다 빠르게 꺾이고 있다. 닛산 역시 전기차 전략 속도를 조절하는 흐름 속에서 공급 계약의 조건과 규모를 다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단순한 협상 이슈가 아니라 산업 전반의 수요 예측이 흔들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배터리 업체의 부담도 커졌다. SK온은 대규모 설비 투자와 함께 적자 구조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생산능력 확대를 전제로 한 장기 공급 계약은 수요가 유지될 때만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시장이 예상과 다르게 움직일 경우, 투자 부담은 곧 재무 리스크로 전환된다. 계약 재검토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조정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이 사안이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글로벌 배터리 업계에서는 투자 속도 조절, 공장 건설 지연, 계약 조건 재협상 등이 잇따르고 있다. 수요 성장률 둔화와 원가 부담, 보조금 정책 변화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산업의 ‘속도전’이 한계에 직면한 것이다.
그동안 배터리 산업은 ‘규모의 경쟁’이 핵심이었다. 얼마나 빨리, 얼마나 크게 생산능력을 확보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수요의 불확실성이 커진 환경에서는 무조건적인 증설이 오히려 리스크가 된다. 성장 전략 자체의 수정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완성차와 배터리 업체 간 관계도 재편 국면에 들어섰다. 과거에는 공급 부족을 우려한 완성차 업체들이 선제적으로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면, 이제는 조건을 다시 따지는 흐름으로 바뀌고 있다. 주도권의 미묘한 이동이 시작된 셈이다.
이번 계약 재검토는 한국 배터리 산업에도 중요한 신호다. 외형 확대에 집중해온 전략이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수익성과 수요 안정성을 함께 고려하는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해졌다.
배터리 산업은 여전히 성장 산업이다. 그러나 성장의 방식은 달라지고 있다. 속도보다 균형, 규모보다 수익이 더 중요한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SK온과 닛산의 협상 재조정은 그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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