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하기만 할 수는 없는 초저가 항공사. 지난 2일(현지시간) 전격 폐업을 선언한 미국 초저가 항공사 스피릿항공을 두고 현지 소비자들의 감정이 교차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소비자들이 웹사이트를 개설해 스피릿항공을 매입하겠다는 국민주 운동까지 생겨났다.
USA투데이 등 외신들에 따르면, 스피릿은 2일 새벽 3시를 기해 운항 종료와 폐업을 전격 선언했다. 당초 이 항공사는 5월 15일까지 국내선 4000편 이상을 운행할 예정이었지만, 향후 전체 항공편이 취소됐다. 폐업 당일 대부분의 티켓이 환불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하지만 바우처나 마일리지 등으로 항공권을 산 승객은 파산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기다릴 수밖에 없다.
스피릿의 파산은 그동안 업계에서 예견된 일로 꼽혔다. 이 항공사는 2024년과 작년 두 차례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스피릿에 5억 달러(약 7390억원)를 지원하는 대신 주식 90%를 받는 협상을 진행했지만 무위에 그쳤다. 채권단 측 관계자는 통신에 "트럼프 행정부가 스피릿을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죽은 시체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스피릿은 1983년 전세기를 운영하는 차터원항공이라는 사명으로 설립됐고, 1992년 제트기를 도입하면서 스피릿으로 개명했다. 이후 회사 측은 2007년부터 초저가항공사로 전략을 수정했다. 흔히 미국 초저가항공사에서 볼 수 있는 좌석 지정, 수하물, 기내 음료, 카운터 서비스 등 서비스의 유료화가 이때부터 도입되기 시작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스피릿은 코로나로 여행업계가 타격을 입은 2020년까지 매년 흑자를 기록했고 이후 프런티어, 선컨트리, 아벨로, 얼리전트 등 타 초저가항공사들이 이 모델을 채택했다. 요즘에는 델타나 아메리칸항공 등 미국 대형 항공사들도 베이직 이코노미 요금을 도입하고 좌석 지정 요금을 받는 등 유사한 전략을 일부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적자가 누적되기 시작한 스피릿은 결국 이번 이란 전쟁으로 인한 유가 폭등을 이겨내지 못하고 폐업을 선언했다. 당초 스피릿은 올해 항공유 전망을 갤런당 약 2.24달러(약 3300원), 내년 2.14달러(약 3160원)를 전제로 경영 회복 계획을 수립했는데, 이란 전쟁이 터지면서 항공유 가격은 4.24달러(약 6260원)까지 치솟은데 따른 것이다.
스피릿의 폐업을 두고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상반된 감정이 교차한다. 스피릿은 그동안 잦은 스케줄 변동이나 취소 등에도 보상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또한 수하물이나 좌석 지정 등 모든 서비스가 유료라는 점이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온라인에서는 스피릿이 허용하는 '개인 아이템(personal item)' 사이즈에 맞는 가방이 판매될 정도다. 한 소비자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스피릿은 티켓 자체는 75달러(약 11만원)였지만 수하물에 좌석을 더하면 300달러(약 44만원)를 지불해야 했다"면서 "스피릿은 백팩에 옷만 넣고 아무 짐 없이 갈 때나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인터넷 카페 등에서는 여행자들 사이에 "(부가 요금이 너무 많아) 영혼(spirit)까지 탈탈 털린다" "(직원의) 미소 외에는 전부 유료인 항공" 등의 후기도 전해온다.
아울러 실직자 대량 발생과 소비자 피해 등의 문제점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미 항공업계는 스피릿 임직원에 대한 채용 프로그램과 취소된 스피릿 항공권을 갖고 있는 고객들에 대한 할인 티켓 판매 등을 진행하고 있다. 미 정치권에서 책임론도 불거졌다. 숀 더피 교통부 장관은 전임자인 바이든 정부 당시 피트 부티지지 전 장관 시절 스피릿과 제트블루의 합병을 방해해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부티지지 전 장관은 "트럼프 재임 중 (이란 전쟁으로) 항공유 가격이 두 배로 올라 스피릿이 파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국민주 형태로 스피릿을 매입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네티즌들이 개설한 스피릿 2.0이라는 사이트가 그 예다. 이들은 45달러(약 6만6000원)를 최저 금액으로 모금운동을 진행 중이다. 뉴욕포스트는 지금까지 이 사이트에 12만명이 몰려 8800만 달러(약 1300억원)가 약정됐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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