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잃은 저신용자] 10만원 이하 거래는 '이자율 무제한'…청소년 주요 타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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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훈 기자
입력 2023-10-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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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픈 카카오톡 등 SNS 이용한 불법 대리입금 성행

  • 연 2400% 넘는 고금리 내몰리는 경우도 다반사

  • 10만원 미만 소액대출도 이자 제한하는 법안 통과 시급

사진아주경제 DB
[사진=아주경제 DB]
# 고등학생 정모씨는 한정판 운동화를 사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광고를 통해 불법 사금융업자와 접촉했다. 15만원을 빌리고 5일 뒤 수고비 4만원을 더해 총 19만원을 갚기로 약속했지만 용돈이 늦어져 이보다 이틀 후인 일주일이 되던 날 상환했다. 그러자 불법 사금융업자는 지각비로 시간당 2000원씩 총 6만원을 추가 지급할 것을 강요했다. 연이율로 따지면 5000%를 넘어서는 초고금리다. 이를 지불하지 않으면 SNS에 정씨 개인 신상을 올리겠다고 협박했다.
 
저신용자들이 ‘자금난’에 허덕이는 가운데 미래 경제주체인 청소년들은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현행법상 원금이 10만원을 넘지 않는 개인 간 금전 거래는 별도로 이자 제한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법률상 최고 이자율은 20%지만 소액 거래에는 따로 제한이 없는 것이다. 이로 인해 청소년들이 불법 대리입금을 통해 연 2400% 넘는 고금리 이자에 내몰리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대리입금은 오픈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등 SNS를 활용해 아이돌 상품 또는 게임 아이템 등을 살 돈을 빌려주고, 수고비(이자)와 지각비(연체료)를 받는 행위다. 거래 금액은 대부분 10만원 미만이라 별도로 이자 제한이 없다. 따라서 수고비 명목으로 주당 20~50%에 이르는 이자를 받고 보통 시간당 1000~1만원가량 지각비도 받는다.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무려 2400%에 달한다.

반면 이러한 피해가 실제 신고로 이어지는 사례는 제한적이다. 2019년 1건, 2020년 4건, 2021년 1건에 그쳤고, 작년 1~8월에는 전무했다. 대출 과정이 청소년들에게 음성적으로 이뤄진다는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실제 피해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경기도가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관련 조사에선 66%가 “대리입금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로 인한 2차 피해 우려도 크다. 돈을 갚지 못하면 개인정보 유출이나 협박·감금 등 추가 범죄로 이어질 소지가 크고 텔레그램을 활용한 'N번방 사건'과 유사한 방향으로 번질 수도 있다. 해당 자금이 불법도박에 활용되는 일도 다반사다. 대리입금이 추가 범죄 가능성을 키우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내구제 대출’도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이는 차주가 대포폰 개통 또는 렌털 가전 제공 등을 통해 소액 현금을 빌리는 행위다.

업계에선 청소년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10만원 미만 소액 대출도 이자를 제한할 수 있도록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서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원금과 이자 합산액이 10만원을 넘으면 법정 최고 이자율을 적용받도록 하자는 내용을 담은 이자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해당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돼 있다. 또 여러 사람을 대상으로 이자를 받을 때는 반드시 개인이 아닌 대부업 등록을 하고 영업을 하도록 하는 조치가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부터 금감원이 청소년 대리입금 관련 피해를 줄이고자 관련 홍보 활동을 강화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이자제한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통과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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