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발목잡는 소송 上] 7년 걸린 양육비 소송..이행 명령 3번·감치 2번에도 지급 안하면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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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소희 기자
입력 2023-10-1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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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년 걸려 '10일' 감치 명령 받아냈지만 '미지급'

  • 법률구조공단도 고개 저어

A씨가 7년간 법원에서 받아낸 양육비 이행 명령 결정문 사진제보자 A씨
A씨가 지난 7년간 법원에서 받아낸 양육비 이행 명령 결정문. 왼쪽부터 2016년 7월, 2019년 12월, 2022년 9월 세 차례 이행 명령을 받았지만 결정문에 따라 양육비를 이행한 것은 두 차례 감치 명령이 있고 나서였다. [사진=A씨 제공]
 
# 인천지법은 최근 양육비를 달라며 18년 전 가출한 남편 집을 찾아가고 문자 메시지를 수차례 보낸 50대 여성에게 스토킹 혐의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법적 테두리' 내에서 양육비 미지급자에게 돈을 받아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판결이 현실을 외면했다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양육자가 양육비 채무자(배드 페어런츠)에게 '스토킹' 정도로 연락을 하는 배경에는 양육비 소송 과정에 도사리고 있는 채무자 측 '재판 지연 전략'이 있었다. 채무자가 주소지를 변경하는 식으로 잠적하면 재판이 지연되고 공시송달 처리가 돼 감치 명령 가능성이 낮아진다. 법원은 공시송달 상태에서 채권자가 재판 사실을 몰랐다고 판단하면 감치 명령을 내리길 꺼린다.

15일 아주경제 취재에 따르면 첫 소송 후 양육비 정기 지급까지 7년이 걸린 사례가 나와 양육비 소송이 어려운 현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A씨는 2015년 전 남편 B씨를 상대로 첫 양육비 소송을 제기한 후 양육비를 지급받기까지 5년이 걸렸다. 이는 A씨가 1인 시위에 나서자 마지못해 준 10만원이었는데 6번에 나눠 받은 것이었다. 밀린 양육비와 함께 매달 정기적으로 양육비를 정상 지급받기까지는 7년 걸렸다. 그동안 A씨는 '법적 테두리' 내에서 양육비 이행 명령 3번, 감치 명령 2번을 받아냈다. 법적 테두리 밖에서는 법원과 B씨 거주지 일대를 오가며 1인 시위를 벌이다가 B씨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3년 소송 통해 '10일' 감치 명령에도 양육비 미지급 
A씨가 양육비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2014년 이혼 판결과 함께 매월 60만원씩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명령이 있었지만 B씨가 이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통상 '양육비 본안 소송'이라고 불리는 양육비 이행 명령을 받아내기까지는 6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린다. A씨는 2016년 7월 "신청인(A씨)에게 미지급 양육비 중 2300만원을 10개월 동안 230만원씩 지급하라"는 이행명령을 받아냈다. 이마저도 미지급한 양육비 전부가 아니라 B씨 재산을 조회한 후 지급할 수 있는 범위를 고려한 금액이다. A씨는 "B씨가 이혼 소송을 하면서 이미 재산을 타인 명의로 돌려놓고 마이너스 통장만 남겨놨다"고 술회했다.
 
B씨가 법원의 이행 명령도 무시하자 A씨는 감치 소송을 진행했다. 가사소송법상 이행 명령을 90일 이상 이행하지 않았을 때 감치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원은 2017년 6월 "금전의 정기적 지급을 명령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3기 이상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B씨에 대해 감치 10일을 결정했다.
  
B씨는 서울구치소를 다녀온 후에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그간 A씨는 양육비 이행·감치 명령 소송 이외에도 채권추심·재산 명시·공탁 명령 등 할 수 있는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했지만 양육비를 받을 수 없었다. A씨의 양육비 소송을 지원한 양육비이행관리원에서도 담당 변호사가 7번이나 바뀌었다. 이행원에서도 양육비 이행을 위한 8가지 절차를 모두 진행했다며 인력 한계로 더 이상 지원하기 어렵다는 말을 전해왔다.
법률구조공단도 고개 저었지만···끈질긴 법적 분쟁 끝에 첫 양육비 

2019년 A씨의 소송은 법률구조공단으로 옮겨갔지만 공단 역시 더 이상 방법이 없다며 사실상 포기를 권유했다. A씨는 "당시 아이가 10세에 불과했다"며 "10년 동안 양육비를 못 받았는데 남은 10년도 포기하라는 것인가 싶었다"고 말했다.

2019년 12월 두 번째 양육비 이행 명령이 나왔지만 두 번째 감치 소송을 위해 A씨는 1인 시위를 시작했다. B씨가 주소지를 변경하고 연락을 받지 않는 등 잠적했기 때문이다. 법원이 공시송달 상태에서 채권자가 재판 사실을 몰랐다고 판단하면 감치 명령을 꺼린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공시송달은 소송 상대방이 서류를 받지 않고 재판에 불응할 때 법원 게시판과 관보에 게재한 뒤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상대방 소재를 파악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소송을 진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공시송달 상태가 되면 감치 명령 가능성이 떨어진다. 결국 감치 명령을 받기 위해서는 채권자가 채무자 소재지를 파악해 직접 연락을 하는 등 재판 진행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입증해야 한다.

A씨는 "아이 아빠가 연락을 피하고 숨어버리니 찾을 길이 없었다. 그래서 그 사람이 있을 것 같은 근무지, 주거지 인근에서 1인 시위를 했다"고 말했다. 합의를 위해 법원에 모습을 드러낸 B씨는 "지금은 재혼 가정도 있고 (구치소에) 들어가서 살 수가 없다"고 법원에 선처를 호소했다. 재판부는 B씨 행방이 두문불출한 점을 고려해 이날 감치 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B씨는 가정법원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A씨에게 폭행을 가했다. 이때 폭행으로 B씨는 징역 10월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에 B씨는 감치를 피하기 위해 법원이 명령한 미지급 금액 4500만원을 한번에 냈다. A씨가 1인 시위 도중 10만원씩 6번 받았던 것을 제외하면 소송 후 처음으로 받은 양육비였다. A씨는 B씨가 출소한 후 나머지 미지급금 약 1200만원에 대한 소송을 진행했고 지난해 9월 세 번째 이행 명령을 받아냈다. A씨는 "미지급 금액을 받았고 이행원이 모니터링하고 있는 가운데 매월 양육비를 지급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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