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중처법 中] CEO 탓이냐 CSO 탓이냐...법령상 '경영책임자' 여전히 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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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성 기자
입력 2023-09-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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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다 돼가지만 법령상 '경영책임자'에 관한 규정이 여전히 모호해 기업들의 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안전 책임의 주체가 최고경영자(CEO)인지, 최고안전책임자(CSO)인지를 놓고 수사 및 사법기관의 법 적용 잣대에 차이가 드러나면서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매뉴얼 수립과 조속한 판례 정립, 중처법 법문의 구체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기관마다 중처법상 '경영책임자' 적용에 혼선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모호한 법문으로 인해 경영책임자에 대한 해석을 놓고 여전히 현장에서 혼선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중처법 2조 9호 가목은 경영책임자를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이나, 그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규정한다.

그간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은 사업을 대표·총괄하는 권한이 있는 법인의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수사나 기소를 진행했다. 대표이사 외에도 그룹 회장이 '경영 관리회의' 등을 통해 기업 안전보건에 대한 최종 결정을 진행한 경우, 관련 책임을 물어 기소한 사례도 있다.

중처법 적용 제1호 사업장인 삼표산업이 대표적이다. 검찰은 올해 3월 삼표산업 대표이사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은 중처법 위반 협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 고용노동부나 노동청도 CSO를 중처법 2조 9호의 경영책임자로 인정하지 않고, 기업의 대표이사만 중처법상 피의자로 입건하는 추세다.

그러나 최근 안전보건 인사·예산 등에서 CSO에게 독자적인 권한이 있다면, 이를 경영책임자로 볼 수 있다는 수사기관의 해석이 나와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중처법상 CSO가 대표이사에 준하는 안전보건 책임자로 인정된다면, 대표이사 대신 CSO만을 중처법으로 의율하는 것도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실제 공장 폭발로 협력업체 직원 1명이 사망하고 근로자 9명이 중경상을 입은 에쓰오일 사례에서, 검찰은 기존 사건과 달리 대표이사가 아닌 CSO만을 경영책임자로 지목하고 수사를 진행한 바 있다. 향후에도 수사기관이 CSO를 중처법상 경영책임자로 수사할 수 있다는 여지를 줬다는 점에서 기업들에게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는 설명이다.
 
"경영책임자 범위 구체화·판례 확립해야"
법문에 대한 해석 여지가 넓은 만큼 현장 기업과 로펌의 대응도 제각각이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CSO 선임 여부에 대한 자문이 최근 많은데 사실 조언해주기 까다로운 면이 있다"며 "CSO에 권한을 몰아주면 경영책임자로 인정될 소지가 있지만 반대로 그런 점 때문에 책임 전가를 이유로 CEO의 의무 이행 여부 확인이나 책임을 추궁할 가능성도 높다. CSO 선임에 대해 로펌마다 전략이나 제공해주는 자문도 다 다른 형국"이라고 언급했다.

CEO의 안전보건 책임 부담을 덜기 위해 CSO를 선임하거나 복수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하려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특히 그간 중처법을 의식한 대기업의 CSO 선임 경향이 최근에는 중견 설비·제조업체로도 확대되는 추세다. 

강세영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에쓰오일 사건을 계기로 기업들이 CSO를 선임하거나 다른 대표이사를 두는 경향이 실제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대기업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중견 제조·설비업체는 물론 공공기관에서도 이런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도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아무래도 CSO를 선임하면 실제 대표이사나 CEO의 법적 책임도 CSO가 지게 될 여지가 생기다 보니 여력이 되는 기업에서는 CSO를 선임해두려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중처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경영책임자' 의미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또 유관기관 사이의 통일된 법 해석이 가능한 매뉴얼 마련과 판례 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강태선 서울사이버대 안전관리학과 교수는 "기업의 품질·환경 책임에서 최고경영자가 면책될 수 없듯이 안전 보건책임을 다룬 법령 역시 책임의 위임 소지가 적어야 하는 것이 맞다"며 "국제표준인 'ISO 45001' 등 해외 안전보건 기준이나 법령과 비교할 때 국내 중처법 적용과 해석이 '갈라파고스화' 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강 변호사도 "경영책임자의 범위를 어느 정도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 불분명하다"며 "CSO에 대한 권한 여부나 위임을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법문상 사업의 '총괄'이라는 개념 등도 구체화해 경영책임자를 보다 명확하게 해석할 수 있도록 법 개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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