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믹데일리] 자동차보험 가입자 수 2위인 DB손해보험이 또 다시 수리비 미지급으로 정비업체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지난해 9월 본지 연속 보도(관련기사 참조)가 나간 지 1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는데도 손해보험사가 대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는 행태가 개선되지 않아 '보험 갑질' 논란이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30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DB손해보험에 자동차보험 수리비를 청구했다가 장기간 정산을 받지 못한 사례가 잇따라 발생했다. 업체별로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 넘는 돈을 받지 못해 폐업 위기에 내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A정비업체는 DB손해보험에 청구한 수리비 2000여 만원을 받지 못했다. 이 업체가 DB손해보험으로부터 받지 못한 돈 중에는 3년이나 된 건도 있었다.
A정비업체 박모 대표는 "돈이 돌지 않는데 고정 지출은 계속 생기고, 그러다 보니 여러 금융기관에서 개인 신용대출이나 사업자 대출을 받아 부족한 자금을 충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출마저 잘 안 될 땐 문 닫을 생각도 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박 대표는 수리비를 주지 않거나 뒤늦게 지급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이유로 담당자가 수시로 바뀌는 문제를 꼽았다. 박 대표는 "DB손해보험 담당자가 몇 개월 단위로 계속 바뀌는데 인수인계가 제대로 안 된다"며 "새 담당자는 본인 실적에 잡히는 것만 처리해 밀리는 건이 점점 늘어난다"고 밝혔다.
차를 수리하는 정비업체만 미지급에 시달리는 것은 아니다. 정비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은 상황이 더 심각했다.
서울에 있는 B부품업체는 DB손해보험으로부터 1억원 가까운 돈을 못 받았다. 이 업체가 보관 중인 보험수리 부품 대금 내역을 살펴본 결과 지난해 12월 DB손해보험 측에 청구한 200여 만원을 포함해 최대 1300여 만원에 이르는 부품값까지 70건 넘는 미지급 건이 확인됐다. 짧게는 몇 달에서 길게는 2년 동안이나 돈을 받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B부품업체를 운영하는 김모 대표는 "보험수리 건은 보험사에 견적을 청구함으로써 일종의 외상 거래로 이뤄진다"면서 "미수금 건에 대해 보험사 담당자에게 연락하면 맨날 바쁘다며 지급을 피한다"고 토로했다.
김 대표는 이어 "언론에 (보험사 행태가) 나오면 금방 해주고 한동안 안 터지면 (대금 지급을) 또 안 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부품점은 중간에 끼어서 더 힘든 상황인데 돈이 안 들어오면 우리도 물건을 받을 수가 없다"며 "수시로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해 DB손해보험 측은 "미지급 건은 소송 중이거나 과실 분쟁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회사도 지급을 사고 싶은데 소송이 걸리면 과실 비율이 확정되지 않아 미지급으로 잡아 놓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부러 안 주려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비업체가 수리비를 과도하게 청구하기 때문이라는 해명도 내놨다. DB손해보험 관계자는 "공업사(정비업체)에서 과잉으로 수리해 대금을 청구해서 회사와 분쟁으로 이어지고 미지급되는 건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비업체의 얘기는 DB손해보험 측 설명과 달랐다. 서울에 있는 C정비업체 대표는 "사고 당사자 간 과실 비율이 정해지지 않았더라도 수리비를 선지급하는 제도가 있다"며 "보험사에서 소송이나 과실 비율을 이유로 드는 건 말도 안 되는 핑계"라고 일갈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댓글1
0 / 300
-
air**** 2023-08-31 06:33:44이런 기사들은 일정금액 지불하면 사실관계 없이 그냥 내주는 기사들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