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31주년] 中, 최대 흑자국서 최대 적자국으로…수출 산업 새판 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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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락 기자
입력 2023-08-24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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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홍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오성홍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20여 년간 우리나라의 최대 무역 흑자국 자리를 지켰던 중국이 최대 적자국으로 돌아서기까지는 채 1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해 글로벌 경기 부진의 여파로 반도체 시장이 얼어붙으며 대중 수출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미·중 갈등의 여파도 우리나라와 중국과의 수출 구조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미국에 맞서 공급망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는 중국이 중간재 자립도를 높이면서 수출 제품 중 중간재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가 타격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장기화하고 있는 미·중 갈등 구도에서 중국에 대한 경제·무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탈(脫) 중국론'도 제기된다. 하지만 여전히 최대 교역국인 중국을 대체할 시장은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기술 우위, 수출 품목 다변화 등을 통해 중국의 산업 구조 변화에 대응해 나가는 게 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23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우리나라는 중국과의 교역에서 144억910만 달러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원유 수입국이라 무역적자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사우디아라비아(154억1900만 달러)를 제외하면 사실상 중국이 최대 적자국인 셈이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대중 무역수지는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31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 30여 년간 대중 무역은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이익을 안겼다. 1992년 이후 지난해까지 대중 무역흑자 규모는 6980억 달러에 이른다. 

중국은 2003년부터 미국을 밀어내고 우리나라의 최대 무역 흑자국으로 부상했다. 당시 중국 내 전자제품과 IT제품의 제조가 크게 늘면서 한국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수요도 크게 늘었고 중국의 최대 흑자국 지위는 2022년까지 이어졌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기술 우위를 기반으로 중간재를 중국에 공급하고 중국은 이를 가공해 다른 나라로 수출하는 수직적 분업 구조를 유지하면서 경제 성장과 생산 구조의 고도화를 이뤘다. 하지만 중국이 적극적인 기술 투자를 통해 자체적인 중간재 조달과 완제품 생산 능력을 갖추며 우리나라 제품의 수출 비중이 꾸준히 줄었고 지난해 반도체 경기 부진은 직격탄이 됐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은 1300억~1400억 달러 수준에서 정체된 반면 중국으로부터 수입은 꾸준히 증가했다. 그 결과 2012년 535억 달러를 기록했던 대중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지난해 12억 달러까지 쪼그라들었다. 

중국이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과 경쟁하는 위치에 오르면서 향후에도 지금과 같은 무역적자가 만성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중국은 무역 5대 강국 중 수출 증가율에서 2위를 기록했지만 수입 증가율은 가장 최하위를 나타내며 경제 구조가 자립·내수형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중간재·소비재가 중국의 수출 증가를 주도하며 산업 구조가 유사한 우리나라와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미·중 간 무역 분쟁에 따른 우리 기업의 중국 내 사업 여건 악화로 대중 교역에서 예전과 같이 크고 지속적인 흑자를 기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 경제 '상저하고'의 큰 변수였던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가운데 현지 부동산 위기로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는 등 수출 악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미국, 유럽연합(EU), 중동, 아세안 등으로 수출시장을 전환하는 '탈중국'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3000억 달러를 넘어서는 한·중 교역규모를 고려할 때 이를 대체할 시장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중 수출 주력산업의 체질 개선을 위해 국가 차원의 종합계획 수립이 필요하다는 조언에 더 힘이 실린다. 

또 중국이 단일 최대 시장이자 제조 기지로서의 강점을 갖고 있는 만큼 우리 기업이 중국 시장 자체를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무리한 탈중국보다 중국 관련 사업과 공급망을 세계 시장으로부터 분리하는 전략적 판단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아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연구원은 "중국은 여전히 단일 시장으로 세계 최대 규모이자 단기간에 대체가 어려운 제조 인프라와 산업 클러스터를 갖추고 있다"며 "탈중국보다 중국 내 생산기지를 내수 전용으로 활용하면서 미국 등 규제가 엄격한 국가를 위한 생산기지를 미국 현지 또는 인도·멕시코 등 제3국에 구축하는 이원화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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