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섭 칼럼] 디지털·그린 대전환…글로벌 경쟁력 확보의 양대 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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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섭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
입력 2023-07-2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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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섭 교수]


 
기업은 국가 경제의 기둥으로 기술패권 전쟁 속에 국가 안보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사기충천해야 할 기업인들이 요즘처럼 기업 하기 어려운 적이 없었다며 한숨만 내쉬고 있다. 과거 수년간 반기업·친노조 정책으로 혁신의 주체가 되어야 할 기업이 혁신의 대상으로 몰리며 기업 경영 환경이 생존의 임계점을 넘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저임금제, 주 52시간제, 중대재해법, 화학물질 관련 화평법·화관법 등 가야 할 방향이지만 우리 기업이 감내하기에 너무 빠른 속도로 진행되며 글로벌 경쟁력이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친기업 정책으로 선회하며 재도약의 날갯짓을 시도해 보지만 한번 꺾인 사기와 경쟁력은 회복하기 쉽지 않다. 우리도 못 느끼는 사이에 기업가 정신은 퇴조하고 저비용·고효율 국가에서 고비용·저효율 국가로 변해가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것도 일시적 시장 상황이라기보다 글로벌 경쟁력의 약화가 근본적 이유가 되고 있다.
 
초변화·대전환 시대로 접어들며 전 세계가 생존을 위한 일대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경쟁력 회복이라는 우리 기업의 당면 과제에 기업인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 모든 분야에서 혁신적 대전환이 필요하나, 특히 디지털·그린·문명 등 3대 대전환에 우리 기업의 미래 명운이 달려 있다. 그중에서도 디지털 대전환과 그린 대전환은 미래 기업 경영은 물론 국가 경영 패러다임의 양대 축이다. 세계를 대표하는 기술전시회인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소비자전자쇼)와 독일 하노버 산업박람회도 모두 이 양대 축을 기업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미래 트렌드로 제시하고 있다.
 
왜 디지털 대전환이 살 길인가? 디지털 대전환은 우리 기업과 국가의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시킬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해법이다. 디지털 대전환은 연결과 데이터, 인공지능(AI)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기존 산업의 추락하는 생산성과 효율을 반전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데이터 기반의 새로운 산업과 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다.
 
먼저 기존 산업의 디지털 대전환이 시급하다. 디지털 대전환의 1단계로 마케팅, 제품 개발, 생산, 영업, 재무 등 모든 기업 가치사슬의 정형 및 비정형 디지털 데이터를 수집·확보하는 디지타이제이션(Digitization), 2단계로 수집된 디지털 데이터의 AI 및 통계적 분석을 통해 기업 가치사슬의 제반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 3단계로 데이터 분석 및 활용을 통해 개인 및 대량 맞춤형 제품, 제품의 서비스화 등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을 기본부터 차근차근 추진해야 한다. 이를 통해 생산성, 품질, 효율 등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올릴 수 있다. 최근 지구촌을 열광시키고 있는 챗(Chat)GPT 등 초거대 AI도 기업 구성원의 역량 제고와 함께 기업 경쟁력의 대폭 제고가 가능해져 도입 및 활용을 서둘러야 한다. 제조업의 경우 AI가 잘하는 영역인 품질관리 등 분류 기능, 예지보전, 수요예측 등 예측 기능에 추가하여 제품 및 공정 설계 등 생성 기능까지 AI 적용이 확대되며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AI를 잘 쓰는 기업’이 ‘AI를 안 쓰는 기업’을 대체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AI 활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AI 기술의 선도국이 되는 것도 중요하나 AI를 가장 잘 활용하는 나라가 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아울러 디지털 대전환을 통한 새로운 산업 및 부가가치 창출도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AI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진다. 데이터 없는 AI는 무용지물이다. 향후 세계 패권은 보유 데이터에 달려 있다고 하는 이유다. 미국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빅테크 기업은 세계 최고의 검색, 클라우드, AI 지배력을 앞세워 세계 데이터 패권 확보를 도모하고 있다. 이에 대항하여 유럽연합(EU), 중국 등 강대국은 데이터 주권 확보라는 기치를 내걸고 독자적 데이터 및 AI 생태계 육성에 매진하고 있다. 첨예한 미·중 패권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자국 데이터 및 디지털 경제 육성을 추진하고 있는 EU의 가이아-엑스(Gaia-X), 카테나-엑스(Catena-X), 매뉴팩처링-엑스(Manufacturing-X) 등 일련의 국가적 프로젝트를 눈여겨보아야 한다.
 
챗GPT 등 초거대 AI의 출현으로 세계 각국은 데이터 및 AI 주권 확보를 새로운 글로벌 경쟁력 요소로 간주하기 시작했다. 즉 자국의 데이터 및 AI 역량을 확보해야만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강대국의 디지털 식민지로 전락하는 것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네이버, LG, KT, SK, 카카오 등 국내 기업의 초거대 AI 역량 확보에 범국가적 지원이 따라야 한다. 초거대 AI 역량에 관한 한 우리나라 생태계도 세계적 수준에 근접하고 있어 자국 역량 확보 및 시장 방어, 글로벌 생태계와 협력 및 진출이라는 공수 양면의 투 트랙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 데이터 정책에 있어 우리나라도 데이터 댐, 데이터 레이크 등 디지털 데이터 생태계 육성 정책을 추진해 왔으나 사용 목적에 대한 충분한 고찰 없이 데이터 수집 및 레이블링 등에 주력하는 다소 보텀업(Bottom-Up)적 접근 중심인 점이 아쉽다. 기업 및 이해관계자가 모두 참여하여 데이터 활용 사례, 즉 유스케이스(Use Case) 중심의 데이터 모델을 기반으로 한 EU의 톱다운(Top-Down)적 접근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전환과 함께 왜 그린 대전환이 살 길인가? 그린 대전환의 핵심은 지속 가능성이다. 이미 임계점을 넘어가고 있다는 기후변화·위기를 기반으로 한 환경의 지속 가능성은 물론 사회 양극화 등 악화되고 있는 사회의 지속 가능성, 의사 결정 지배구조의 지속 가능성을 기업 경영의 핵심에 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새로운 글로벌 규범화하고 있다. ESG와 일맥상통하는 그린 대전환도 디지털 대전환과 같이 기술 혁신이 핵심이어서 새로운 기술 장벽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린 대전환에 실패하면 수출 중심의 우리 경제에는 치명적이다. 따라서 우리 기업은 이를 의무나 비용으로 여기지 말고 수익의 기회로 관점을 바꿔야 한다. 기업 스스로는 물론이고 정부, 기관, 국민도 기업을 그린 대전환 및 ESG 경영의 혁신 대상이 아닌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많은 긍정적 유인책이 필요하다. 숙명적으로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로서는 그린 대전환도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것이다.
 
세계적 추세인 디지털 및 그린 대전환은 이제 논란의 여지가 없다, 우리 경제가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이다. 기업은 닥치고 전환하고, 정부는 닥치고 지원해야 한다. 그 길이 쉽지 않은 길이나 아무리 어려워도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중꺾마, 대한민국!
 

주영섭 필자 주요 이력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산업공학박사 △현대오토넷 대표이사 사장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중소기업청장 △한국디지털혁신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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