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섭 칼럼] 과학기술 전략, '미션 중심'으로 새판 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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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섭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
입력 2023-06-25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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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기술이 국가의 운명 결정… 대전환 시대에 맞는 전략 대전환·시대정신과 미래사회 방향 제시 필수

  • 과학기술도 퍼스트 무버 전략 시급

  • R&D 전략, 기술에서 미션 중심으로 전환 필요해

[주영섭 교수]



 
디지털·그린·문명의 3대 대전환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디지털 대전환,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의 그린 대전환,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팬데믹, 신냉전에 따른 문명 대전환 시대의 핵심 성공요소로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어느 시대보다 부각되고 있다. 최근 반도체, 바이오, 우주항공, 배터리, 양자컴퓨팅 등 첨단 기술을 둘러싼 미·중 패권경쟁에 따라 과학기술은 경제, 정치, 안보, 외교 등 모든 면에서 국가의 생존을 좌우하는 열쇠가 되고 있다. 가히 기술패권 시대다.
 
시대가 바뀌면 모든 환경이 바뀐다. 환경이 변하면 전략이 달라져야 한다. 변화의 규모·속도·범위에 있어 전대미문의 초변화 시대를 맞이하여 기업은 물론 국가 전략도 전면 혁신되어야 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중에서도 시대에 맞는 국가 과학기술 전략의 대전환이 시급하다. 과거에도 주기적으로 국가 과학기술 전략이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왔지만 당면한 대전환 시대의 총체적, 동시다발적, 혁명적 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체제와 방식 등 전면적 대혁신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국가 과학기술 전략 대혁신의 출발점은 대전환 시대가 추구하는 시대정신이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가 그동안 대한민국 성공신화의 핵심 전략이던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에 익숙해진 결과로 우리보다 앞선 선진국 사례 분석이 과거 우리 국가 전략 수립의 시작점이 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적으로 선진국 대비 기술 수준, 시스템, 프로세스 등을 중심으로 전략을 만들어 온 측면이 강하다. 우리나라가 당당히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면서 이러한 벤치마킹 중심의 ‘빠른 추격자’ 전략은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다. 이제 벤치마킹보다 우리 국내외 환경과 역량을 고려한 대한민국 특유의 전략, 즉 ‘선도자(First Mover)’ 전략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빠른 추격자’ 전략을 가능하게 했던 생산성, 원가·품질·시간 경쟁력 등 효율성 요소가 급속도로 퇴조하면서 ‘퍼스트 무버’ 전략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퍼스트 무버’ 관점의 국가 과학기술 전략은 새로운 시대정신의 이해를 바탕으로 기술 혁신을 통해 세계인에 인류의 미래 사회의 모습과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대전환 시대의 시대정신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기술 전시회 CES 2023의 핵심 슬로건이 큰 시사점을 주었다. CES 2023의 슬로건이던 ‘모두를 위한 휴먼 시큐리티(Human Security for All)’는 우리 미디어에 ‘모두를 위한 인간 안보’라고 번역되어 소개되느라 그 의미가 잘 전달이 되지 못한 감이 있다. ‘휴먼 시큐리티’는 식량, 의료, 경제, 기후·환경, 개인 안전 및 이동성, 공동체 안전, 정치적 자유 등 측면에서 인류가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는 자각에서 출발하고 있다. 즉, 기술 혁신을 통해 당면한 위협으로부터 인류를 지키자는 시대정신이 담겨 있는 것이다. 농업 기술혁명을 통해 인류를 식량 위기에서 구하겠다는 선언을 한 미국의 세계적 농기계 회사인 존 디어가 일약 CES 2023의 최고 스타가 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과거 기술 혁신에 집중했던 CES가 대전환 시대를 맞이하며 기술 혁신 자체에서 기술 혁신의 ‘목적(Purpose)’으로 관점을 전환한 것이 CES 2023의 가장 중요한 변화로 해석되는데 이 역시 같은 배경이다.
 
대전환 시대의 국가 과학기술 전략은 새로운 시대정신을 지향하는 ‘퍼스트 무버’ 관점으로 ‘기술’ 중심에서 기술의 ‘목적(Purpose)’ 중심으로의 대전환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최근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미션(Mission) 중심’ 국가 과학기술 전략의 배경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미션 중심’의 연구개발(R&D)을 위시한 과학기술 전략 혁신을 추진하고 있는데 민관 및 과학기술 생태계 전반으로 많은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미션’에 대한 정확한 정의와 공감대가 우선이다. ‘미션’은 우리말로 ‘임무’라는 용어로 오래 전부터 사용되고 있다. 대체로 국책 연구원 중심으로 사용되고 있는 ‘임무’의 정의는 기술 관점이다. 예를 들어, 정보통신연구원은 정보통신기술(ICT) 중심으로, 생명연구원은 바이오 기술 중심으로 ‘임무’를 정의하고 있다. ‘미션 중심’에 대해 정의가 다를 뿐만 아니라, 그간 해왔으니 새로울 게 없다는 오해도 있는 현실이다. ‘미션 중심’의 ‘미션’은 기술 관점이 아니라 인류·국가·사회 관점의 임무다. 사회가 지향하는 비전인 건강한 사회, 지속가능한 사회, 스마트하고 편리한 사회, 안전한 사회, 성장하는 사회가 바로 미션인 것이다. 기술은 미션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된다. 물론 미션 중에는 인류·국가·사회 관점의 미션뿐만 아니라 전략 기술과 같이 기술 관점의 미션도 포함될 수 있지만, 기술은 기술 자체보다 사회가 지향하는 미션이 궁극적 목적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미션의 정의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확산하면 대전환 시대의 국가 과학기술 전략에 대한 새로운 방향이 보인다. 현재 기술 중심으로 되어있는 R&D 전략 및 예산 구조, 국책 연구원 조직, 프로세스 등을 미션 중심으로 전면적 개편을 검토해야 한다. 미션 중심 R&D는 인류·국가·사회의 비전 중심이다. 기본적으로 과학기술뿐만 아니라 인류·국가·사회의 미래 방향을 제시하는 인문학, 사회학, 경제경영학, 행정학 등 다양한 연관 분야가 융합된 다학제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유인 달 탐사 계획인 ‘Man on the Moon’ 프로젝트는 미션 중심 전략의 대표적 사례로 잘 참조할 필요가 있다. 1957년 당시 소련의 세계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 발사로 엄청난 충격을 받은 미국은 더 우수한 인공위성 기술 개발이 아니라 인간을 달에 보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1961년 발표하였다. 이는 유인 달 탐사에 필요한 수천 가지 신기술을 집중적으로 개발함으로써 우주 기술에서 소련에 앞서는 것은 물론 전 분야에서 일약 세계 최고의 기술패권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전형적 미션 중심 프로젝트다. 미션의 명분에서 앞선 미국은 본 프로젝트에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과학기술인을 동원하여 1969년 목표를 이룰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건강, 지속가능, 스마트, 안전, 성장 등 인류·국가·사회가 추구하는 ‘미션’을 중심으로 R&D 전략, 정책, 예산, 조직, 프로세스 등 제반 요소를 재구조화하여 국민이 체감하는 획기적 성과를 만들기를 기대한다.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추진하고 있는 임무 중심 R&D,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융합연구 사업 등 현 정부의 노력에 집중적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탄소중립, 항·역노화. 미래 스마트 도시 및 국가, 미세먼지·물 문제 해결, 기술안보적 전략기술 등 시급하고 중요한 미션의 발굴이 중요하다. 연관된 전 분야가 참여하는 융합적이고 다학제적인 R&D와 글로벌 개방형 혁신으로 발굴된 미션을 달성함으로써 과학기술 선도국이자 기술패권 국가로의 도약을 기원한다.
 

 


주영섭 필자 주요 이력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산업공학박사 △현대오토넷 대표이사 사장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중소기업청장 △한국디지털혁신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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