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섭 칼럼] 대한민국 제조업, '한강의 기적' 다시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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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섭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 前 중소기업청장
입력 2023-05-29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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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하노버 산업박람회가 대한민국에 던진 교훈

  • - 산업 대전환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 시급

  • - 디지털화·지속가능성이 산업대전환의 핵심

[주영섭 교수]


 
기술이 기업은 물론 국가 경영의 중심이 되고 있다. 경영 환경이 속도·규모·범위 면에서 전에 경험하지 못한 초변화가 이루어지며 디지털·그린·문명의 3대 대전환이 핵심 성공요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초변화 대전환 시대의 핵심에 기술이 있다. 가열되고 있는 미·중 패권경쟁도 기술이 핵심이다. 기술이 없으면 국가와 기업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시대다.
 
기술과 그 원천인 과학의 진보는 과학기술인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인문사회학, 경제경영학, 법학 등 모든 학문이 융합되고 정치, 행정,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국가 구성원을 포함한 과학기술의 대중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중국도 과학기술강국 도약을 위해 전 국민의 25%가 과학기술 소양을 갖추게 하는 과학기술 대중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세계적 기술 전시회에 우리 정부, 국회, 지자체 지도급 인사들의 발길이 많아지는 현상은 매우 긍정적이다.
 
하노버 산업박람회는 라스베이거스 CES(소비자전자쇼)와 함께 세계 양대 기술전시회다. 라스베이거스 CES가 스마트 홈·모빌리티·헬스케어 등 소비자(B2C) 기술 분야의 세계 최대 기술 전시회인 반면, 하노버 산업박람회는 자동화 장비, 로봇, 에너지 기계 등 산업 기계 및 솔루션 중심의 기업(B2B) 기술 분야의 최대 기술 전시회다. 이제 기술 트렌드를 모르면 기업도 국가도 경영할 수 없는 시대이기에 적어도 CES와 하노버 산업박람회는 기업인은 물론 각계 인사들이 반드시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4월에 개최된 76회 하노버 산업박람회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사실상 2019년에 이어 4년 만의 전면 오프라인 행사로 열렸다, 2020년은 연기 끝에 취소되었고 2021년은 전면 온라인, 2022년은 온오프라인 혼합으로 열린 바 있다. 75개국에서 4000여 개 기업이 참가하였고 5일간 13만명이 참관하여 아직 2019년 수준에 많이 미달되었으나 옛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는 평이다. 올해도 작년에 이어 “산업 대전환”을 슬로건으로 디지털화와 지속가능성을 핵심 주제로 제시하였다. 우리 기업과 정부도 산업 전략 및 정책의 기조로 삼아야 할 방향이다.
 
디지털화와 지속가능성을 통한 산업 대전환은 올라프 숄츠 총리의 개막식 연설에서도 핵심 기조로 강조되었다. 숄츠 총리는 연설의 전반부에서 세계가 함께 ‘자유롭고 공정하며 회복 탄력성이 있는 공급망’을 만드는 데 협력하기를 촉구하였다. 중국과 러시아의 원자재 무기화 움직임을 염두에 두면서 자유무역과 다변화, EU 역내 생산 등 유연하고 단호한 조치를 피력하였다. 아울러 독일의 산업 대전환을 위한 즉각적이고 강력한 정책을 제시하였다. 구체적으로 먼저 2045년 세계 산업국가 중에서 최초로 탄소중립을 실현한 나라가 되겠다는 분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공약으로 국내외 기업들의 독일 투자를 독려하였다. 둘째로, 인허가 등 행정처리 시간의 반감, 전기차 보급 가속 등 신속 행정을 제시하였다. 셋째로, 숙련 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재직자 교육 등 직업 훈련 강화, 보육시설 확대로 근무시간 연장, 고급인력 유치를 위한 이민법 개정, 비자 기간 단축 등 다양한 실행 안을 소개하였다. 글로벌 인재 유치 경쟁에서 독일이 뒤질 수 없다고 강조하는 대목도 인상적이었다. 우리 정부와 기업에도 많은 시사점을 주는 내용이다.
 
올해 하노버 산업박람회는 인더스트리 4.0, AI(인공지능), 탄소중립, 수소 및 연료전지, 에너지 관리의 5대 산업 트렌드를 제시하였다. 먼저, 독일의 4차 산업혁명인 인더스트리 4.0은 디지털화 및 디지털 대전환의 일환으로 독일 정부와 자동차산업계가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Catena-X 프로젝트가 큰 주목을 받았다. 디지털 경제를 위한 데이터 생태계 구축 프로젝트인 Gaia-X를 자동차산업 분야에서 구현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향후 Manufacturing-X라는 프로젝트로 화학, 제약, 항공, 전기전자 등 독일이 강한 산업 중심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둘째로, AI는 사실상 모든 장비와 솔루션이 AI 기반으로 성능 및 효율 향상이 이루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핵심 기술로 부상했다. 챗GPT 열풍의 영향으로 생성 AI의 제조업 응용도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인더스트리 4.0이 ‘연합된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하면 AI가 더욱 힘을 받게 될 것이다. 셋째로, 탄소중립은 지속가능성의 핵심으로 재생에너지, 순환경제. 수소경제 중심으로 강력히 추진될 전망이다. 탄소국경조정제도와 함께 디지털 제품여권(Digital Product Passport)과 같은 체계적 제도가 조만간 시행되면 탄소배출 저감은 물론 순환경제의 가속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수소 및 연료전지와 에너지 관리도 지속가능성과 탄소중립과 직결되어 지속적 발전이 예상된다.
 
하노버 산업박람회의 슬로건과 핵심 주제, 5대 산업 트렌트는 제조 강국이라 자부하는 우리나라에겐 미래를 위해 시급히 대응해야 할 발 등의 불이다. 종합적으로 볼 때 당면과제인 ‘디지털화와 지속가능성을 통한 산업 대전환’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디지털화 및 디지털 대전환에 대한 인식과 공감대, 역량도 부족하다. 지속가능성과 탄소중립을 위한 그린 대전환도 진도가 너무 느리다. 이와 직결되어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해서도 벌써 일부에서는 한물간 유행이라 치부하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 미국, 중국, EU, 일본 등 다른 제조 강국들은 제조업이 양질의 일자리와 혁신의 원천임을 깨닫고 제조업 재무장에 나서고 있는 반면, 우리는 제조업 경시 현상과 함께 탈산업화를 지켜보고 있다. 우리 경제에 절대적 영향력을 가진 수출이 14개월 연속 무역적자, 8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감소 등 장기간 침체에 빠져 있다. 이는 일시적 시장 요인도 있으나,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조업계의 사기와 기업가정신 추락과 함께 글로벌 경쟁력의 저하가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세계 기술 패권전쟁의 한복판에서 상황 인식의 부족과 위기의식의 실종은 대단히 위험하다. 우리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을 살리기 위해 규제 혁신, 친기업적 정책 혁신 등 침체된 사기와 기업가정신의 고양에 시급히 매진해야 한다. 아울러 하노버 산업박람회가 제시한 방향을 분석하여 민관, 산학연, 여야가 함께 산업 대전환에 매진하고 기술 기반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우리 경제가 산다. 세계 기술 패권전쟁의 핵심인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우주항공, 미래차 모두 제조업이다. 우리는 잘살아 보자는 일념으로 모두 합심하여 단기간에 제조 강국으로 ‘한강의 기적’을 만든 국민이다. 대한민국의 성공 신화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산업 대전환을 국가적 당면과제로 삼아 특단의 대책을 실행할 시점이다. 하노버 산업박람회에서 독일 숄츠 총리의 말대로 이제 말이 아니라 실행이다.
 


주영섭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 △전 중소기업청장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산업공학박사 △현대오토넷 대표이사 사장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한국디지털혁신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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