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섭 칼럼] 'ESG 회의론'은 한낱 기우에 불과하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주영섭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 前 중소기업청장
입력 2023-04-26 06: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 ESG 공시 의무화 등 정부의 개입 확대

  • - MZ 세대 등 미래 세대의 ESG 선호

  • -ESG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기본

  • - ESG는 고객 등 이해관계자 마음 얻기

  • - 기술·비즈니스모델 혁신으로 고도화 필요

[주영섭 교수]


2020년대 들어서며 기업 경영과 투자의 새로운 세계적 규범으로 부상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미·중 갈등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라 작년 에너지, 자원, 식량 등 글로벌 공급망에 교란이 시작되며 ESG 환경이 급속도로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 순배출의 ‘제로’화, 즉 ‘넷제로’를 목표로 하는 탄소중립을 위해 대폭 감축 내지 ‘제로’화해야 하는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수요가 오히려 급증하고 가격이 상승하며 글로벌 에너지기업의 화석연료 관련 이익이 증가하고 있다. 일시적 현상으로 보이나 그럼에도 글로벌 투자 심리가 요동치며 블랙록 등 ESG 투자를 주도했던 투자사가 다소 유보적 태도를 보이는 등 ESG 추동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생기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제 ESG가 한물간 것 아니냐는 회의론이 대두되며 ESG에 대한 관심이 식어가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ESG는 투자사, 정부, 소비자의 요구라는 ESG 열풍의 3대 촉발 요인 관점에서 향후 전개 방향을 전망할 수 있다. 최근의 관련 국내외 ESG 동향을 살펴보면 이러한 회의론이나 논란은 기우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논란이 된 투자사 요인은 일시적 조정을 겪을 수 있으나 ESG 공시 의무 확대, 탄소국경조정제도 시범 운영 등 각국 정부의 제도적 요인과 함께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소비자 신주류층의 친환경 구매 추세 등 소비자 행동적 요인은 더욱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외 의존도가 큰 한국 기업에 있어 정부와 소비자 측면의 이 두 ESG 요인은 국내는 물론 해외 매출과 수익에 직결되어 명운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우리 기업, 투자사, 정부 등 관련 주체는 회의론과 같은 불필요한 논란에 시간을 낭비하는 일 없이 ESG 전환을 위한 근본적 대응에 주력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등 글로벌 혁신 동향 및 기조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대응력, 수용성은 우리나라의 강점이 되고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 빨리 뜨거워지고 빨리 식는 과민 반응 내지 지속력 부족은 고쳐야 할 약점이다. 아울러 국내 도입 과정에서 면밀한 내면적 분석을 통한 체화 과정이 생략되고 외면적으로 보이는 결과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선진국 복지 제도, 스마트 공장 및 제조, 데이터 경제 등 많은 해외 선진 제도의 도입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인데 ESG도 예외가 아니다. ESG에 대한 회의론도 남이 하니까, 투자자나 정부가 하라니까 따라 하는 수동적 자세와 정확한 인식 부족의 결과이다. ESG를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문제에 민감한 MZ세대 등 미래 세대가 소비자 및 조직 구성원으로서 궁극적으로 원하는 방향이라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이 방향을 만족시키는 것이 기업 생존과 성공의 핵심 요건이라는 인식을 기업문화로 만들어야 한다. ESG를 단순히 환경 보호, 사회 공헌, 윤리 경영과 같은 ‘착한’ 수동적 책임이 아니라 기업의 기본인 ‘고객의 마음 얻기’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얻고자 하는 ‘현명한’ 능동적 기업 활동으로 보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인식은 ‘무늬만 ESG’라는 그린워싱(Green Washing) 등 부작용을 줄이고, 어렵다고 기피함이 없이 오히려 기업 성장의 기회로 보는 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겉’보다 ‘속’,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는 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선도자(First Mover)’가 되는 길이다. ESG 선도국이 되려면 ESG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함께 앞서 강조한 ESG의 궁극적 목적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선제적으로 제도 및 정책을 만들어 가야 한다.
 
먼저 E(환경) 측면에서는 세 가지 관점에서 ESG 경영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첫째로 탄소 및 환경 유해물질 배출 관점이다. 에너지·자원 절감을 포함한 탄소, 온실가스, 오염물질 배출을 계량화하여 최소화하는 일이다. 현재 대부분의 ESG 지표 등 ESG 관련 제도 및 정책이 여기에 집중되어 있다. 둘째로 기술혁신 관점이다. 탄소중립을 위한 다양한 환경·에너지 기술, 에너지 절감 기술, 순환경제 및 수소경제 기술 등 기술혁신이 목적이다. 지구 환경 측면에서 첫 번째 관점보다 임팩트가 훨씬 크나 현재 ESG 지표나 경영은 이에 대한 고려가 아직 미흡하다. 셋째로 비즈니스 모델 관점이다. 과거의 대량생산·소비 모델에서는 과잉 생산 및 과다 잉여가 필연적인데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대전환을 통해 맞춤형 생산·소비 모델로 전환하면 이를 방지함으로써 탄소중립에 대한 근본적 기여가 가능해진다. 탄소 및 오염물질 배출의 주범인 대도시화를 강소 도시 클러스터로 전환하는 것도 좋은 예다. 지구 환경 측면에서 앞의 두 관점 대비 보다 근본적 대응이나 이 역시 현 ESG 체제에서 고려가 아직 미흡하다. ESG 선도국이 되려면 첫 번째 관점은 기본이고 두 번째와 세 번째 관점으로 ESG 지표 등 제도 및 정책의 고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다음으로 S(사회) 측면에서도 역시 세 가지 관점의 ESG 경영이 필요하다. 첫째로 사회공동체로서 기본 인식 관점이다. 근로조건, 인권, 다양성, 안전·보건, 협력사·지역사회 동반성장 등에 대한 지속적 개선을 목표로 하고 현재 ESG 지표 등 ESG 경영이 여기에 주목하고 있다. 둘째로 기술혁신 관점이다. 기술혁신을 통하여 사회공동체가 겪고 있는 문제(Pain Point)의 해결이나 사회공동체가 추구하는 비전의 달성이 목적이다. 사회공동체의 5대 비전이라 불리는 지속 가능·건강·스마트·안전·성장에 기여하는 기술혁신은 사회 측면에서 첫 번째 관점보다 훨씬 파급력이 크나 현 ESG 체제에서는 이에 대한 고려가 역시 미흡하다. 셋째로 비즈니스 모델 관점이다. 앞서 강조한 대로 맞춤형 생산·소비, 강소 도시 클러스터 등 디지털·그린·문명 대전환에 따른 사회공동체의 변화를 비즈니스 모델 혁신으로 대응하면 사회적 파급력은 지대할 것으로 보인다. S(사회) 측면 역시 첫 번째 관점은 기본이고 두 번째 및 세 번째 관점에서 고도화가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G(지배구조) 측면에서도 E·S와 같이 기본 개념, 기술혁신, 비즈니스 모델 관점 모두 고려되어야 하나, 특히 기본 개념이 매우 중요하다. 그중에서도 지배구조란 의사결정의 지배구조를 의미한다는 인식이 핵심이다. 현 ESG 체제에서는 소유의 지배구조에 집중되어 있어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 물론 소유구조가 현실적으로 기업의 의사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는 건 사실이나 소유 외에도 남녀(Gender), 노소(나이), 인종 등 기업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인자의 지배구조도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화장품 등 여성이 주 고객인 기업은 이사회, 임원진 등 리더그룹의 여성 비율이 높아야 여성 고객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올바른 의사결정이 가능해진다는 인식이다.
 
ESG는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필연적 대세다. 기업은 물론 국가의 생존 및 성공 요건이고 시대정신이다. ESG 선도국 대한민국을 기대한다.


주영섭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 △전 중소기업청장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산업공학박사 △현대오토넷 대표이사 사장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한국디지털혁신협회 회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