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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스페이스에서 뉴 스페이스로...기로에 선 일본 우주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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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진 기자
입력 2023-07-19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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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AXA 신뢰 흔들리는 반면 민간업체 주목받는 상황

  • 민간기업과 위주로 가야 한다는 의견과 시기상조라는 견해 대립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지난 14일 아키타현 노시로에서 연소 시험 중이던 소형 로켓 입실론S의 엔진이 폭발해 연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지난 14일 아키타현 노시로에서 연소 시험 중이던 소형 로켓 '입실론S'의 엔진이 폭발해 연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 [사진=교도통신·연합뉴스]
 


'올드 스페이스냐, 뉴 스페이스냐.' 일본의 우주개발 정책이 기로에 놓였다. 그동안 일본의 우주개발 정책은 정부 주도로 이뤄진 '올드 스페이스'였지만, 이제는 한계에 마주했다는 견해가 나온다. 최근 연이은 로켓 발사도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민간 기업에 무게 중심을 두고 우주를 개발하는 '뉴 스페이스'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우주개발 선두 국가인 미국의 항공우주국(NASA·나사)과 스페이스X의 관계를 본보기 삼자는 견해다. 이 경우, 나사 격인 일본우주항공연구기구(JAXA)는 다양한 기술 확보, 예산 증대 등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제약을 넘어설 수 있고 민간 스타트업은 투자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우주개발 정책의 방향성에 대해 의견이 갈린다. 민간과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하는 가운데 민간 중심 개발과 협력보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흔들리는 JAXA…떠오르는 아이스페이스

일본 JAXA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연달아 발사체 실험에 실패하면서 과거의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지난 14일 교도통신과 NHK 방송 등에 따르면 일본 아키타현 노시로시 로켓실험장에서 소형 고체 연료 로켓인 '입실론S' 2단 엔진의 연소 시험 중 폭발이 발생했다.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점화 시도 1분 만에 폭발이 발생했다. 건물 전체가 화염에 휩싸였고 연기가 하늘을 뒤덮었다. 

폭발 사고로 인한 부상자는 없었지만 일본 정부의 우주개발 정책의 신뢰에 금이 가게 됐다. 당장 일본 언론들은 혹독한 평가를 내렸다. 닛케이아시아는 "우주에 대한 일본의 야망이 타격을 입었다"고 전했다. 교도통신은 "일본의 로켓 개발에서 실수가 속출하고 있다"며 "이번 폭발로 신뢰에 금이 가고 입실론S의 개발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일본의 로켓 발사 실패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과 2월에는 대형 로켓 H3 발사에 실패했다. JAXA는 지난 3월 일본 가고시마현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새 주력 로켓 H3를 발사했으나 2단 로켓이 점화되지 않아 파괴됐다. 이미 2월에도 발사에 실패한 만큼 이번에는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JAXA와 미쓰비시중공업이 2014년부터 약 2060억엔(약 2조원)을 투자해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것이어서 평가가 더욱 냉혹했다.

일본 정부와 JAXA에 대한 기대가 줄어드는 반면 민간 기업에 대한 기대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일본의 우주 관련 스타트업 아이스페이스(ispace)가 대표적이다. 

아이스페이스도 JAXA와 같이 지난 4월 로켓 발사 실험에 실패했지만, 다른 평가가 나온다. 아이스페이스의 달 착륙선은 지난해 12월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민간 우주항공기업인 '스페이스X'의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발사 후 4개월 만에 고도 100㎞ 궤도에 진입해 착륙을 시도했지만 통신이 두절됐다. 

통신 두절로 반토막난 주가가 빠른 시일 내에 회복한 모습은 아이스페이스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보여줬다. 즉자적인 수익 창출을 내기 어려운 우주 기업의 특성상 주가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이를 탈피한 것이다.
 
제조업 기반 日스타트업, 시장이 주목하는 이유
일본의 경우, 특유의 제조업이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조업과 우주 분야가 결합한 스타트업이 주목받는 상황이다. 우주산업에 적용되는 정밀한 기술과 소재에서 앞서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주산업은 자동차나 전기 등 다른 산업군과 달리 모방이 어렵다. 그만큼 경쟁력에서 앞서나가면 독보적인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로켓 발사는 미국이나 중국에 뒤처져 있지만, 소재나 기술이 중요한 인공위성 분야는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시장에서도 인공위성 분야의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잠재력이 인정받고 있다. 일본에서 '민간 우주산업의 영웅'이라고 불리는 아이스페이스는 지난 4월 상장했다. 앞서 2022년 7월까지 국내외 벤처캐피탈과 기업의 출자를 받아 268억엔의 자금을 조달했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 받던 상황이었다. 

대기업도 민간 스타트업에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 도요타 자동차나 덴츠 그룹은 위성 스타트업과 손을 잡고 우주산업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인공위성 분야에서 세계에서 유일한 기술을 가졌다. 일본에서 100억엔 이상 자금을 조달하는 스타트업이 이어지는 배경이다. 일본 잡지사 다이아몬드는 "우주산업 스타트업의 상장이 3년 이내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민간기업과 협력 통해 상승 작용 일으켜야" vs "美 제외하고 시기상조"

일본 내 우주산업이 커지면서 JAXA가 민간기업에 투자해 상생을 이뤄야 한다는 의견에 힘을 실린다. NASA와 미국 우주 관련 기업의 모습을 따라가자는 것이다. 실제 일본 정부는 이를 위한 법 개정에 나섰다. 다만 반론도 제기된다. 세계에서 가장 독보적인 기술을 확보한 미국 정도만 가능한 일이지만, 일본의 현재 위치는 미국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최근 닛케이는 일본 정부가 소형위성망 등을 정비해 민간 기업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전했다. 앞서 JAXA는 학술 연구, 위성 개발 및 교육 엔지니어를 포함한 11개 분야로 제한하는 법률에 따라 기업 투자가 제한돼 있었다. 하지만 법안 개정을 통해 국가 주도에서 민간과의 협력으로 나아가겠다는 취지다. 내년 가을께 이 같은 내용의 법안 통과를 목표로 한다고도 덧붙였다. 

일본 정부의 이 같은 모습은 '올드 스페이스'에서 '뉴 스페이스'로 나아가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과거 정부 주도로 우주산업을 개발했다면 이제는 민관 협력이나 민간 위주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것이다. 

그동안 JAXA의 움직임에 아쉬움을 표했던 이들은 뉴 스페이스로의 전환에 환호하고 나섰다. 뉴 스페이스로의 전환을 찬성하는 이들은 JAXA의 자금 확충이 쉬워지리라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민간스타트업이 JAXA로부터 출자를 받으면 그 기술력을 인정받아 자금 조달에 탄력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다. 거꾸로 JAXA에 대한 민간투자가 이뤄져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우주 스타트업계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본의 한 우주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는 "정부는 민간 기업의 역량을 더욱 이용하기 원할 수 있다"며 "JAXA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술이나 지적 재산을 사회에 충분히 환원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었다"고 전했다. 아이스페이스의 후원자 도쿄 벤처캐피탈 인큐베이트 펀드의 아카우라 토루도 "정부가 스타트업이 개발한 제품과 기술을 사들인다면 수익이 증가하고 성장이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간과 협력 혹은 민간 중심이 아니라 아직 정부 주도 우주 개발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일본 정부가 롤모델 삼는 NASA와 스페이스X의 관계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보는 시선이다. 일본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NASA와 스페이스X의 관계는 우주산업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 미국만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주장이 꼽는 현실적인 장벽은 기술이다. 우주 로켓 기술은 탄도 미사일 발사 기술과 유사해 외국으로 반출이 제한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그러다 보니 미국과 다른 나라의 기술 누적 상황이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은 NASA와 미군 우주사업에 종사한 이들이 스타트업으로 이직해 발전했지만, 일본은 이 같은 모습이 나타나기 쉽지 않다는 점도 거론된다. 일본 매체 다이아몬드는 "이 같은 격차는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우며 미국처럼 할 수 있는 나라는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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