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모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이번에도 빈손으로 회의를 마쳤다.
안보리는 13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공개회의를 열고 북한의 전날 고체연료 ICBM '화성-18형' 발사를 의제에 올렸으나, 대북 규탄 성명이나 결의안 채택 등의 성과를 내는 데는 실패했다.
특히 이날 안보리에는 비이사국인 한국과 북한 대사가 이해 당사국 자격으로 참석했다. 북한이 안보리 회의에 참석해 발언한 것은 약 5년 7개월 만으로, 한·미·일을 포함한 서방과 북·중·러는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웠다.
제프리 드로렌티스 미국 차석대사 대리는 "가장 강력한 용어로 북한의 ICBM 발사를 규탄한다"며 "북한은 올해 들어서만 ICBM 4번을 포함해 탄도미사일을 20번이나 발사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안보리 이사국으로서 우리 모두는 북한의 불법적이고 부당한 탄도미사일 개발에 맞서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며 "2개 이사국의 반대로 안보리가 한목소리를 못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2개 이사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장쥔 중국 대사는 "중국은 한반도에서 특정 국가의 반복적인 전략무기 전개와 군사적 압력 증대에 대해 우려한다"며 "미국의 압박으로 북한은 어마어마한 안보와 생존 위협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남북 대표가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미사일 발사는) 주권 국가의 자위권 행사”라며 지난 4월 워싱턴 선언, 대규모 한·미 연합군사훈련 등을 비판했다. 그는 "미국이 한국에 40년 만에 처음으로 핵무기를 다시 배치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미국의 선제적 위협에 따른 자위적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황준국 한국 대사는 북한이 작년 이후 90기 이상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제사회의 북한 비핵화 의지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 의지보다 강하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단합된 한목소리의 규탄과 국제 제재만이 북한을 압박할 수 있다"고 촉구했다. 황 대사는 북한 인권 상황에 관한 공식 회의 재개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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