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에 자연 담기③][르포] '농촌유학'서 되찾은 웃음소리…"선생님 ·친구와 대화 많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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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전북)=신진영 기자
입력 2023-07-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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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 동상초 10년차 생태체험 특화학교

  • 묻고 답하는 소통 교육에 만족도 높아

  • 유학생 11명으로 지역생 10명보다 많아

전북 완주군 동상면에 위치한 동상초등학교에서 22일 인권 테마 수업이 이뤄졌다. 사진=신진영 기자

전북 완주군 동상면 동상초등학교에서 지난달 22일 인권 테마 수업을 하고 있다. [사진=신진영 기자]


시골 벽지 학교에 서울 학생들이 몰려들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지역 시도교육청과 협업한 '농촌유학' 유학생이다. 농촌유학은 공교육 위기 극복과 도시·농촌 학교가 상생하는 방안을 고민한 결과물이다. 서울시교육청은 "도시의 바쁜 삶을 벗어나 아이들에게 '제2의 고향'을 선물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고 공교육 정상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농촌유학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학교가 재미없고 선생님과 교류도 잘 없었어요. 여기서는 친구·선생님과 대화를 많이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전북 완주군 동상면 대아저수지 안쪽에 위치한 동상초등학교 5학년생인 안유담군(12)은 엄마 권유로 농촌유학을 택했다. 안군은 지난달 22일 기자와 대화를 하다 같은 학년 안성찬군과 까르르 웃었다. 둘은 학교에서 알게 된 동갑내기 친구다. 유담군은 지난해 10월, 성찬군은 올해 2월 서울시교육청 농촌유학 프로그램을 통해 이곳에 왔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전북교육청과 농촌유학 상호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렇게 온 학생들은 최대 1년까지 농촌유학생으로 있을 수 있다. 교육 기간은 1년 단위로 연장할 수 있다. 
 
10년 전부터 농촌유학생 유입

전국에서 가장 많은 농촌유학 실행지가 있는 곳이 전북이다. 총 23곳이다. 민환성 동상초 교장은 "폐교 위기에 처했던 학교들이 농촌유학 프로그램으로 다시 살아났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농촌유학 프로그램은 '지역센터형'으로 운영된다. 학생 여러 명이 법인격을 갖춘 활동가에게 보살핌을 받으면서 생활하는 것이다. 

동상초에서 농촌유학 프로그램을 운영한 지는 10년도 더 됐다. 하지만 학교 자체적으로 농촌유학생을 모집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홍보가 잘되지 않아 많은 학생과 학부모가 알지 못했다. 신청 과정도 체계적이지 않았다.
 
사진=신진영 기자
동상초등학교 입구에 들어서면 학교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이 보인다. [사진=신진영 기자]

그러던 중 지난해 8월 서울시교육청이 전북교육청·전라북도·재경전북도민회와 '농촌유학 활성화를 위한 상호협력 체계 구축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동상초는 서울시교육청과 전북교육청 지원을 받아 그해 9월 첫 참가자를 모집했다. 그 결과 농촌유학을 희망하는 학생이 예전보다 늘었다고 동상초 교사들은 전했다. 

전북 각 학교는 지역 특성에 맞는 농촌유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동상초는 학교를 둘러싸고 있는 산과 저수지에 맞는 '생태체험 특화학교'다. 올해는 '사계절 참빛깔 힐링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학생들이 사계절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교실이 된다는 취지다. 진상덕 동상초 교감은 "완주군 동상면 특산품이 감"이라며 "(학생들과) 감잎을 따서 씻은 뒤 말려 감잎차를 만들었다"고 체험학습 사례를 소개했다.
 
농촌유학생 수 지역학생 앞질러

동상초는 농촌유학생이 지역 학생보다 많다. 재학생 21명 가운데 농촌유학을 온 학생은 11명, 지역 학생은 10명이다. 동상초 농촌유학은 센터형으로 운영되는 터라 혼자 농촌에 와서 생활할 수 있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 학생이 대상이다. 도교육청 홈페이지에서 원하는 교육과정이 있는 학교에 농촌유학을 지원하면 해당 학교에서 면접을 본다. 

진 교감은 "3명을 뽑을 계획인데 5명이 지원하면 면접을 본다"며 "면접에서 통과하면 농촌유학센터로 주소를 옮긴 후에 정식으로 (농촌) 유학생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 인성 분야를 주로 물어본다"며 "부모님 의사로만 온 학생이 아닌 스스로 왔는지도 살펴본다"고 덧붙였다. 

이곳 유학생들은 센터 선생님을 '엄마' '아빠' '할머니' 등으로 부른다. 임진희 열린마을농촌유학센터장은 학생들에게 '엄마'라고 불린다. 이날도 센터장을 찾는 한 학생은 "엄마 어디 가셨어요"라고 묻기도 했다. 

학교 정문에서 만난 학부모 A씨는 "지금보다 (농촌유학으로) 더 많은 학생이 왔으면 좋겠다"며 시교육청과 도교육청 지원이 확대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전북 완주군 동상면 대아저수로에 위치한 동상초등학교. 사진=신진영 기자
전북 완주군 동상면 대아저수로에 위치한 동상초등학교. [사진=신진영 기자]

 

묻고 답하는 교실···만족도↑

"친구들, 인권이란 무엇일까요?" 교사가 질문하자 교실 안은 "저요!"라고 외치는 아이들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날 동상초에선 인권을 주제로 교육을 진행했다. 한 학생이 "권리요"라고 답하자 교사는 "권리가 무엇일까요?"라고 다시 질문을 던졌다. 다른 학생이 번쩍 손을 들며 "마땅히 지켜야 하는 것이요"라고 우렁차게 말했다.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각종 영상과 시각 자료를 활용한 '소통 교육'이라고 양석문 동상초 농촌유학 담당 교사는 설명했다.

서울과 다른 수업은 아이들에게 새로움으로 다가온다. 이는 유학 연장으로 이어진다. 유담군은 올해 6월 서울로 돌아갈 예정이었지만 얼마 전 부모님과 상의한 끝에 동상초에 1년 더 있기로 결정했다.

서울 서초구에서 학교를 다녔던 유담군은 "서울과 달리 선생님·친구들과 대화를 많이 할 수 있는 게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 같이 전주역에 놀러 가서 책도 사고 밥도 먹은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이라며 밝게 웃었다.
 
전북 완주군 동상면에 위치한 동상초등학교 맞은 편 모습. 사진=신진영 기자

전북 완주군 동상면에 위치한 동상초등학교 운동장 [사진=신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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