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 AI를 도구로 소유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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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 기자
입력 2023-06-2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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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요즘 사람들은 인간과 인공지능(AI)의 공생을 이야기한다. 한쪽에서는 AI로 인해 인간의 일자리가 빼앗길 우려를 제기하지만 다른 쪽에선 일자리를 빼앗는 것은 AI가 아니라 그 AI를 부리는 인간이라고 지적한다. AI가 인간의 다양한 인지적 능력을 흉내 내고 인간보다 나은 결과물을 보여 주더라도 그렇게 되도록 명령하고 이끄는 것은 결국 인간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람이 내린 지시에 맞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말과 노랫소리를 들려주면 그에 맞는 정보를 찾아 번역이나 요약해 주는 AI는 최근 흔해졌다. AI 개발사들은 이것이 일의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높여 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간과 AI가 공생할 가능성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사실 AI는 동작과 결과를 예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너무 많다. 이제까지 인간에게 주어진 '도구'와 가장 많이 다른 점이다. 자동차는 수만 개 부품이 결합돼 만들어진 복잡한 기계지만 우리는 전문가를 통해 그 동작을 예측하고 이해할 수 있는 지식을 얻을 수 있고 그로 인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그래서 안심하고 자동차를 이동의 도구로 간주한다. 심오한 작동 원리가 눈으로 확인되지 않는 공장 제조 설비도 투입 자재를 통해 제품 특징과 생산 규모를 예측하고 제어·정비할 수 있다면 생산 도구로는 충분하다.

하지만 AI를 사용해 만든 결과물에는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 주로 인터넷에 올라 있는 방대한 텍스트와 이미지,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학습한 ‘생성 AI’는 특히 과정을 이해하거나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생성 AI는 언뜻 보기에는 수준급 솜씨로 기존 글이나 사진, 음성과 유사하지만 차이가 있는 결과물을 만든다. 하지만 학습한 데이터 가운데 고유한 창작물을 모방한 것일 수도 있다. 당장 AI 사용자가 이로 인한 저작권 침해 가능성을 해소하고 상업적인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고도 보기 어렵다.

인간은 남의 생각을 들여다보지 못하지만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진실을 추구할 수 있다. 상대의 경험에 대해 ‘역지사지’로 생각하고 정서적 공감도 한다. 여러 언어적·비언어적 표현을 통해 그 내용을 믿고, 적어도 검증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자기 행위와 그 결과에 대해 스스로 생각한 과정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고 이해시킬 수도 있다. 도구를 사용하는 행위 또한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는 도구의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다룰 수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

하지만 AI라는 도구는 언어를 비롯해 인간이 소통 수단으로 쓰는 시청각적 표현과 분석에 능수능란하지만 사람들이 그 내용을 믿게 할 경험과 정서는 없다. 현재로서는 검증 가능성도 부족하다. AI로 비롯된 결과가 순수한 창작이자 생산 결과물이고 진실하다는 믿음을 줄 수 있는 것은 결국 이를 도구로 쓰고자 하는 인간이다. 사용자가 자기 의지는 무엇이었고 AI가 도구로서 어떤 역할을 해 주었다고 얘기하고, 문제가 일어났을 때 그건 내 책임이라고 순순히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2016년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가 대국한 이후 바둑계는 기사들 기력을 높이기 위한 훈련 도구로 바둑 AI를 활용한다고 한다. 바둑이라는 지적 스포츠에서 AI의 도구 역할은 안정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문화예술 창작을 위한 표현 수단으로서 AI의 역할은 불안하다. 그런 가능성을 제시하는 국내 디지털 기업들조차 자신들의 비전에 합의하지 못한 듯하다. 창작 도구로서 인간 작가의 시나리오 구성과 표현 기법을 흉내 내는 AI 기술을 연구하고 있지만 자신들의 콘텐츠 창작 공모전에서는 그런 기술을 이용한 출품작을 받지 않겠다는 지침을 설정한 상황이다.

AI를 도구로 활용한 창작물이 보편화하려면 창작자 스스로 그 결과물을 얻기 위해 취한 의도와 실현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을 설명하고 이를 접한 인간 감상자에게서 믿음과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설명에 필요한 요소를 추출해 외부에서 검증 가능한 수준으로 제시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AI 기술은 창작을 위한 AI 도구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AI 기술이 스치듯 보기에 그럴듯한 결과물을 보여 주지만 그걸 쓴 인간이 결과물에 도달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검증받을 수 없다면 인간 사회에서는 불완전한 기계로 남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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