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 새 정부, '관세폭탄' 막아라

조현미
조현미 산업2부 차장

이재명 정부의 통상 외교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새 정부 초대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인 여한구 본부장이 22일 미국 워싱턴DC에 도착했다. 이번 방미는 이재명 정부 들어 처음으로 양국 통상 수장이 만나는 자리다. 여 본부장은 방미 기간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비롯한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를 만나 '상호관세'를 비롯한 통상 현안을 놓고 협의할 예정이다.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는 새 정부가 서둘러 해결해야 할 핵심 안건으로 꼽힌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2일(현지시간) 전 세계 무역 대상국에 대한 차등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한국에는 25%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같은 달 9일에는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10% 기본관세를 제외한 15%의 추가 관세 부과가 오는 7월 8일까지 유예되면서 우리나라는 한숨을 돌렸다.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화장품·식품업계도 마찬가지다. 그간 우리나라 화장품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 혜택을 받았다. 많은 K-뷰티 기업이 높은 품질에 낮은 가격을 내세우며 미국 시장에서 선전할 수 있었던 이유다.

성장세도 가파르다. 미국국제무역위원회(USITC) 자료를 보면 지난해 K-뷰티의 대미 화장품 수출액은 17억100만 달러(약 2조3400억원)로 화장품 강국인 프랑스(12억6300만 달러·1조7400억원)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라운드랩·조선미녀·아누아·스킨1004 같은 중소기업(인디 브랜드) 화장품은 미국 소비자들에게 선택을 받은 덕분에 단기간에 덩치를 불리기도 했다.

식품업계 사정도 다르지 않다. 미국은 K-푸드 최대 수출국이다. 지난해 한국 농식품의 대미 수출액은 15억9000만 달러(2조1900억원)로 1년 전보다 21.2% 늘며 수출 국가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올해 1분기에는 25.1% 증가한 3억5000만 달러(4800억원)를 기록했다.

주요 수출 품목인 K-라면의 매출 확대도 미국 덕을 크게 봤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해외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미국을 포함한 미주 지역 수출 비중은 28%로 전년보다 8%포인트 뛰며 최대 시장으로 떠올랐다. 2016년 26%에 불과했던 전체 매출 중 해외 매출 비중도 2023년 68%, 2024년에는 77%로 급증했다.

화장품·식품업계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때 상호관세 유예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으며 업계 근심은 깊어지고 있다.
 
상호관세는 기업 경영에만 악영향을 끼치는 현안이 아니다. 민생과도 직결된다. 한국경제인협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22일 'KERI 경제동향과 전망' 보고서에서 미국발 통상정책 불확실성 등 영향으로 우리나라 올해 경제성장률이 1.0%에 그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그러면서 한국 경제 반등 폭은 대미 통상 외교와 정부의 경기 부양책 등이 결정할 것으로 분석했다.

새 정부는 준비된 대안을 제시하며 우리 기업에 유리한 수준으로 관세를 낮추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미국의 속도전에 휘말릴 필요는 없지만 여유를 가지거나 불필요한 발언이나 행보로 시간을 허비해선 안 된다. 관세폭탄의 시계는 지금도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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