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차병원 의료사고 진실게임-④] 수술기록 '축소·은폐' 의혹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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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팀
입력 2023-06-21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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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술 때 발생한 응급 사항, 기록지 반영 안 해"

  • 축소·소홀 기재, 의료법 위반⋯입증이 관건

사진=연합뉴스

환자가 병원을 찾는 이유는 치유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만일 믿고 간 병원에서 더 중한 병을 얻거나 최악의 경우 사망에 이른다면 환자뿐만 아니라 유족들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도 각종 의혹이 잔재한 의료진의 과실 정황이 곳곳에서 감지된다면 이는 유족을 두 번 울리는 셈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의료사고를 입증하는 것은 고스란히 유족 측에 있고 일반인이 의료진의 잘못을 입증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본지는 ‘분당 차병원 의료사고 의혹’과 관련해 의료사고 의심이 드는 정황과 당시 상황, 그리고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무엇이 진실에 가까운지 집중 보도한다. <편집자주>
 
분당 차병원에 입원해 있던 중 모친이 자리를 비운 지 하루도 채 안 돼 사망한 이민영씨(34). 유족들은 1차 뇌종양 수술에서부터 사고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수술 당시 의료진이 출혈을 유발한 데 이어 수술 이후에도 미온적으로 대처해 민영씨를 반혼수(Semi coma) 상태로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병원 측은 1차 수술과 관련된 유족 측 주장은 이미 무혐의로 종결된 사건이어서 더 이상 반론을 제기할 필요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이에 대해 유족 측은 의료진이 출혈 등 수술 당시 상황들을 은폐해 병원에 유리한 증거들로 진행된 수사여서 유족에게 불리했다고 주장한다. 민영씨 사망 원인에 대한 의료진 과실과 관련해 진행 중인 경찰 수사에서 다시 한번 되짚어 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민영씨는 2018년 1월 22일 차병원에서 머리에 삽입한 관(션트)을 교체하는 수술을 받은 이후 지난해 사망 당시까지 반혼수 상태였다.
 
■ 수술 중 출혈 발생⋯증상 이상하다는 유족 주장 이틀간 무시
 
유족이 제기하는 1차 수술 시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2018년 1월 22일 민영씨 머리에 삽입한 션트를 교체하는 수술을 받던 도중 의료사고가 발생해 뇌실 내 출혈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수술을 집도한 담당 의사가 수술 시작 후 4시간 경과한 시점에 수술실 밖으로 나와 민영씨 모친에게 “션트를 빼다가 출혈이 발생했다”며 “하루만 중환자실에 둬 보자”고 말했다고 유족 측은 주장한다.
 
병원 측은 뇌출혈은 수술 당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수술 후 합병증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합병증에 의한 출혈은 병원 측 과실로 추정할 수 없다는 주장을 고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민영씨 부친은 “병원 측 주장대로 수술 시 출혈이 없었다면 의사는 왜 수술 중에 나와서 ‘션트를 빼다가 출혈이 발생했다’고 안내했냐”며 “의사와 대화한 녹취록에서도 수술 당시 소뇌출혈이 있었다고 직접 설명했는데 어떻게 말을 바꾸는지 황당하다”고 일갈했다.
 
또 다른 문제는 수술 후 의료진 조치가 부적절했다는 점이다. 유족에 따르면 수술을 마친 민영씨는 의식이 점차 저하되고 안구진탕 등 증상을 보였다. 이에 유족은 뇌CT 등 정밀 검사해 줄 것을 병원에 요청했다. 안구진탕은 뇌출혈이나 뇌경색 등으로 안구운동계에 이상이 생겨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료진은 수술 후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라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민영씨 상태는 더욱 악화됐고 이틀 후인 24일 민영씨 모친이 전담 간호사에게 심각성을 알리자 병원 측은 CT 검사를 시행했다.
 
CT 검사에서 뇌출혈이 발견됐고 민영씨는 반혼수 상태에 빠졌다. 이후 민영씨는 뇌실 외 배액술, 뇌실 내 현종 제거술, 뇌·복강 내 단락술 등 총 7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반혼수 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 “수술 중 출혈이 있다고 했는데”⋯수술 기록 축소 기재했나
 
유족은 병원 측이 수술 기록지에 수술 중 출혈이 발생한 것과 시간이 더 늘어났다는 점을 기재하지 않고 은폐했다고 주장한다. 1차 수술과 관련된 수사에서 유족이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유족 측 주장대로 수술 과정에서 출혈이 발생했다면 의료진은 수술 기록지 특이사항 중 ‘BLOOD LOSS(출혈)’란의 ‘유’ 항목에 표시를 해야 했다. 하지만 수술 기록지 해당 난에는 ‘유’가 아닌 ‘무’에 표시돼 있었다.
 
수술 시간도 당초 고지한 것보다 2~3시간가량 더 늘어났지만 수술 기록지에는 기재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술 전 환자 가족에게 안내한 사항과 달라졌을 때 기록해야 하는 통상적인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병원이 수술 당시 출혈이 있었는데 수술 기록지에 기재하지 않았다면 이는 의료법 위반 사항에 해당할 수 있다는 법조계 시각이 나온다. 또 실제 수술 시간이 늘었는데 기재하지 않은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조언도 뒤따른다.
 
정현석 법무법인 다우 의료전문 변호사는 “우리 법원은 의료기관이 진료기록을 소홀하게 작성하였음에도 오히려 의료기관이 소송상 유리한 지위를 갖게 되는 것은 부당하므로 이때 의료기관에 불리한 심증을 형성할 수 있는 것으로 판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변호사는 “유족 측으로서는 의료기관이 수술기록을 축소하였거나 소홀히 기재했다는 것을 입증함으로써 유리한 판단을 받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차병원 측은 “수술 과실 여부는 이미 수사가 진행됐고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며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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