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청년 5명 중 1명 일자리 못 구해...자구책이었던 '택시·배달'마저 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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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기자
입력 2023-06-21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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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중국의 청년(16~24세) 실업률은 사상 최고치인 20.8%를 기록했다. [사진=웨이보]

중국의 청년 실업률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5월 청년(16~24세) 실업률이 20.8%로 지난달(20.4%)에 이어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청년 5명 중 1명은 구직난에 허덕이고 있다는 얘기다. 고용시장에 몰아친 역대급 한파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왕웨처(網約車·인터넷 예약 차량) 기사나 음식 배달원을 하면 된다는 자조 섞인 말도 현실화한 지 오래다. 시장 포화로 이제는 그마저도 어렵게 됐다. 여기에 올해 대졸자 수 역시 1158만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씨티그룹은 올해 졸업생들이 취업 시장에 뛰어들면 중국 청년 실업률이 25%를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취업난 가중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이강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이달 초 기업의 자금조달 능력 강화 등을 통해 서비스업 등 고용안정을 위한 핵심 산업의 완전고용을 촉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경기 침체와 구조적 원인 등이 맞물리면서 청년 실업난에 대한 돌파구 마련은 쉽지 않아 보인다.
 
자구책이었던 택시 기사·배달마저 포화
고학력을 자랑하는 청년들이 자신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자 한동안 이른바 ‘쿵이지(孔乙己) 문학’이 성행하기도 했다. 쿵이지 문학은 밥벌이조차 하지 못하면서 체면치레만 중시하다 몰락한 청나라 말기 지식인 ‘쿵이지’에 자신을 빗대어 쓴 자조적 글을 말한다. 그러나 높아져만 가는 취업의 벽 앞에 쿵이지 문학은 접어두고 자구책을 찾아 나선 청년들도 적지 않다.
 
중국 중화총노동조합에 따르면 올해 신규 취업자 8400만명 중 왕웨처 기사가 가장 많았고 음식 배달원, 택배기사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더 주목할 만한 수치도 있다. 중국의 한 배달 플랫폼에 따르면 배달원 295만2000명 중 전문학사 이상이 24.7%에 달한다. 그중 전문학사가 52만8000명, 학사가 14만4000명, 석·박사 이상이 5만7000명이다. 그러나 현재 왕웨처와 배달업계 시장 상황을 봐서는 이곳에도 올해 졸업생들이 설 자리는 없어 보인다.
 
한 예로, 원저우시 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왕웨처 영업 허가를 받은 9000여명의 기사가 시장 포화로 인해 4월 중순까지 투입조차 되지 못했다. 둥관과 쑤이닝, 지난, 싼야, 창사 등 도시는 잇따라 통지를 내고 “왕웨처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기사 80% 이상이 하루에 예약 10건도 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신규 기사 등록을 자제해 달라”고 권고했다. 일부 도시는 아예 왕웨처 기사 등록 및 영업 허가 등의 업무를 중단한 상태다.
 
배달업계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 최대 배달앱 ‘메이퇀’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배달원은 624만명을 기록했다. 불과 2년 만에 97만명이 증가했다. 하지만 주문량은 줄고 배달료는 인하되면서 하루 10시간씩 일해서 6000위안(약 107만원)도 벌기 힘든 상황이다. 월평균 수입은 3만5000위안 남짓. 하루 15시간 이상 근무한다고 해도 월 1만 위안 이상 가져가기 힘들다. 례핀데이터연구원이 발표한 ‘2023년 대졸자 취업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 52%의 희망 초봉은 5000~1만 위안이다. 사실 3000위안만 줘도 기꺼이 입사한다는 졸업생도 수두룩하다.
 
코로나 학번 거른다는 기업까지
당국이 코로나19로 봉쇄 정책을 강행하면서 지난 3년 동안 중국 경제는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3%로 둔화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발발 충격이 컸던 2020년(2.3% 성장)을 제외하고는 1976년 문화대혁명으로 역성장(-1.6%)을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특히 청년층 고용 비율이 높은 서비스·소매업이 크게 둔화하면서 채용시장이 얼어붙은 게 첫 번째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보다 구조적인 원인도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은 정부 규제에 따른 결과로, 졸업생들의 전공과 고용 수요 간 불일치, 즉 일자리 미스매치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2021년 중국 당국은 사교육비 부담으로 청년층이 아이를 낳지 않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영리 목적의 개인 교습을 금지하는 등 1500억 달러 규모의 사교육 시장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이 시기는 중국 당국의 '빅테크 때리기’가 한창이었던 때이기도 하다. 알리바바·바이두·우버 등이 규제 대상이 되면서 해당 기업들에서 수만명의 직원이 정리해고됐고 신규채용은 진행되지 않았다. 불행하게도 정보기술(IT) 관련 전공을 한 졸업생은 이 시기에 가장 많이 배출되었다. 이때 발생한 일자리 미스매치가 청년 고용시장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봉쇄기간 사회적·실무적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대면 활동 없이 원격 수업만으로 학위를 취득했다는 이유로 이 시기 졸업생들의 채용을 기피하는 분위기마저 감지되고 있다. 당국이 지난해 12월 제로코로나 정책을 철폐했지만, 그로 인한 파장이 이어지면서 고용시장 악화를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상하이 소재의 한 외국계 기업 채용담당자는 "최근의 구직자들은 기본적으로 온라인으로 학위를 취득했다"며 "채용 담당자 입장에서는 매력적이지 않다"고 SCMP에 말했다. 그는 이어 "고용주도 다음 졸업생을 기다리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소비 부진에 청년실업 해소 요원
중국 정부도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적 지원을 해오고 있기는 하다. 딩쉐샹 중국 부총리는 지난 5월 국유기업에 올해 졸업생 채용을 지난해보다 확대할 것을 요청하고 기업에 청년 채용 보조금 지원을 약속했다. 또 최근 당국은 서비스업 일자리 확대와 직업교육 강화에 공들이고 있다. 특히 맞춤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직업교육을 통해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걸림돌은 위드코로나 전환 이후에도 중국 경제 회복세가 시원찮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국 정부가 새로운 경제 견인차로 지목한 소비가 충분히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 크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5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2.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 3월(10.6%) 이후 석 달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긴 했지만, 4월(18.4%)에 비해 오름 폭이 크게 둔화했다. 블룸버그 전망치인 13.7%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사실 4월 수치도 작년에 상하이 봉쇄에 따른 기저 효과가 컸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증가분은 크지 않은 것으로 추산된다.

소매판매는 백화점·편의점 등 다양한 유형의 소매점 판매 변화를 나타내는 것으로, 중국이 위드코로나로 전환됐음에도 소비자들이 좀처럼 주머니를 열지 않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고 인플레이션 환경 속에서도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0%대로 떨어지면서 디플레이션 위기에 처한 것 역시 소비 부진을 방증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청년 실업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블룸버그는 전문가를 인용해 “궁극적으로 일자리 창출은 경제, 특히 젊은 세대가 주력인 서비스 산업의 성장에 달려있다”며 “중국의 소비 시장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은 탓에 민간 기업이 고용에 대한 투자 및 확대를 꺼리는 상황에서 내수 부진에 세계적인 경기침체, 그리고 미·중 간 반도체 갈등까지 겹쳐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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