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제조 전쟁' 7개월째....연합전선 확대하는 CJ제일제당 vs 쿠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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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라다 기자
입력 2023-06-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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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팡, 중소 제조사와 협력 강화로 맞불...CJ제일제당, '反쿠팡 연대' 확대

[그래픽=아주경제]


7개월 간 공전을 이어가고 있는 CJ제일제당과 쿠팡 간 납품단가 갈등, 이른바 ‘햇반 전쟁’이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유통사와 제조사 간 힘겨루기 양상이던 양측 갈등이 'CJ제일제당-이커머스' 대(對) '쿠팡과 중소 제조사' 간 싸움으로 확전하는 모양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과 쿠팡은 상대방의 경쟁사를 우군으로 확보하며 납품단가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말 햇반, 비비고 등 가공식품 발주를 중단한 쿠팡은 CJ제일제당의 빈자리를 중소 제조사로 메우며 맞불 작전을 펴고 있다. 

쿠팡은 전날 중소 제조사의 판매 확대를 부각하며 CJ제일제당에 대립각을 세웠다. 특히 쿠팡은 사실상 CJ제일제당을 ‘독과점 식품기업’으로 규정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쿠팡으로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행보다. 그간 쿠팡은 특정 기업이 판매하는 품목 관련 매출 성장세에 대한 비공개 원칙을 고수해 왔다. 

특히 이날 쿠팡은 중소기업들의 매출이 급증한 대표 상품으로 CJ제일제당이 경쟁 우위에 있는 즉석밥과 만두 선정해 신장률을 발표했다. 당시 쿠팡은 "즉석밥 등 식품 품목을 독과점해온 대기업 제품이 빠지자 후발 중소·중견 식품업체들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쿠팡이 올해 들어 1~5월의 식품 판매 추이를 분석한 결과, 중견기업 즉석밥 제품이 최고 50배, 중소기업 제품은 최고 100배 이상 성장했다. 

거론된 제조사들은 오뚜기, 하림, 동원, 청정원, 교동식품, 취영루 등이다. 쿠팡에 따르면 즉석밥 시장에서 CJ제일제당의 햇반이 절반이 넘는 66.9%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점유율은 오뚜기의 '오뚜기밥(30.7%)', 동원F&B의 '쎈쿡', 하림의 '더 미식' 등이 나눠 갖는 구조다. 

쿠팡은 CJ제일제당(지난해 46% 점유율)이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만두 시장에서도 즉석밥과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냉동만두 부문에서 중소기업 취영루의 상반기 판매량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61% 급증했다는 것. 

일각에서는 쿠팡이 CJ제일제당을 직접 겨냥한 것은 ‘반(反)쿠팡 동맹군’ 확대를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이 지난 8일 마켓컬리에 이어 전통 유통 공룡인 신세계 유통 3사(이마트, SSG닷컴, G마켓)와 손을 잡고 공동 상품을 개발한다고 밝힌 직후 쿠팡이 반격 카드로 중견·중소기업의 즉석밥과 만두 판매 신장률을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은 쿠팡 대신 경쟁 이커머스를 우군으로 끌어들이며 '쿠팡 없는 이커머스 판로 확대'에 나선 상황이다. 
CJ제일제당은 먼저 범(凡) 삼성가로 끈끈한 신세계 유통 3사와 손을 잡았다. 동맹을 넘어선 혈맹으로 쿠팡을 압박하려는 CJ제일제당의 속내가 엿보인다.  

혈맹 이외에 이커머스업계 우군도 다수 확보했다. 쿠팡과 양강 체제를 구축한 네이버 외에도 11번가, 티몬 등과 할인전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 쿠팡에 납품을 중단했던 LG생활건강과 연합 프로모션도 벌였다. LG생활건강은 2019년 공정거래위원회에 공정거래법 및 대규모 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쿠팡을 제소했다. 

두 대기업의 대립 구도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CJ제일제당과 쿠팡 간 갈등은 납품단가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싸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커머스 1위인 쿠팡과 식품 제조사 1위인 CJ제일제당이 이번 싸움에서 지면 갑을 관계가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자존심 대결로 번진 만큼 쉽게 갈등이 봉합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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