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저축은행, 이자 비용 1년 새 2.5배 쑥…하반기 전망도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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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훈 기자
입력 2023-06-04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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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주경제 DB]

대형 저축은행들이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후 형성된 고금리 기조로 이자 비용이 작년보다 2.5배 가까이 늘었고, 결국 순익은 74%가 급감했다. 이들 업체는 높은 물가상승률에도 판매 및 관리비 등 고정비용을 줄이는 비상 경영 체계에 돌입했지만, 하반기 분위기도 좋지 못하다. 최근 저축은행의 평균 예금금리가 100일 만에 연 4%대로 재진입한 게 가장 큰 문제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5대 대형업체(SBI·OK·웰컴·페퍼·한국투자)의 올 1분기 합산 이자 비용은 5112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1분기 2095억원에서 불과 1년 새 2.5배가량 급증했다. 앞서 저축은행들이 무리해서 예금금리 인상을 단행했던 게 부메랑이 돼 날아왔다. 이들 업체는 “기준금리 인상 후 본격화된 시중은행으로의 ‘고객 이탈’을 막으려면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라고 토로했지만, 비용 부담 급증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문제는 이자수익 증가 폭이 비용 상승분에 크게 못 미친다는 점이다. 같은 기간 이들 업체의 이자수익은 9879억원에서 1조1840억원으로 2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저축은행은 주요 대출 이용자가 상대적 저신용자인 만큼, 이미 법정 최고금리(연 20%)에 근접한 상품을 상당수 취급 중인 게 발목을 잡았다. 따라서 기준금리가 아무리 올라가도, 상승분을 대출 금리에 고스란히 반영할 수 없다. 지금과 같은 금리 인상기에는 수익성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시중은행이 예금과 대출 금리를 함께 올리며 수익을 지켜낼 수 있는 것과 상황이 다르다.

이로 인해 5개 업체의 1분기 합산 당기순익(378억원)은 작년 동기보다 74%가 급감했다. 이마저도 OK저축은행의 1분기 실적이 유가증권 투자에 힘입어 267억원에서 376억원으로 41%(109억원) 늘어난 덕이다. 이를 제외한 4개 업체의 합산 순익은 단 2억원에 그쳤다. 작년 동기(1174억원)보다 1172억원이 줄었다.

저축은행들은 일단 판관비 절감 등을 통한 대응에 나섰다. 5개 저축은행의 판관비는 작년 1분기 1725억원서 올 1분기 1572억원으로 153억원이 줄었다. 1분기 물가상승률이 4~5%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긴축경영 기조가 확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하반기 전망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최근 저축은행의 평균 예금금리가 3달 반 만에 다시 연 4%대(4.01%)로 올라선 게 가장 큰 악재다. 시중은행의 예금금리가 연 3.8%까지 오르면서, 격차를 벌리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이는 향후 실적에서 또다시 이자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건전성 부담도 여전하다. 저축은행의 1분기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연체액은 3998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86.0%(1848억원)가 늘었다. 분기 기준 최대치이며, 향후 추가 상승 가능성도 크다. 이에 대한 부담은 결국 부동산 시장이 안정을 되찾기 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방 소재 영세 업체들의 경우, 대형업체들보다 어려움이 몇 배는 더 클 수밖에 없다”며 “기준금리가 하락하기 전까진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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