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마흔 살' 둘리를 바라보는 '둘리 아빠' 김수정 작가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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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이 객원기자
입력 2023-06-0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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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공룡 둘리가 탄생한 지 어느덧 40년이 됐다.
'고길동이 불쌍해지면 어른이 된 것'이라는 말처럼 둘리를 보고 자랐던 세대는 이제 고길동의 나이에 가까운 사회의 중역이 됐다. 
둘리를 탄생 시킨 '둘리 아빠' 김수정 작가와 40살이 된 둘리를 바라보는 마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둘리와 둘리 아빠로 불리는 김수정 작가[사진=김호이 기자]

Q. 40년이라는 시간 동안 둘리의 입장에서 만화를 바라봤던 어린이들이 이제는 고길동의 입장을 더 이해할 나이가 됐다. 둘리와 고길동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달라진 점이 있나요?
A. 40년이라는 시간이 짧은 시간은 아니에요. 작가 입장에서 그리고 둘리 아빠 입장에서 둘리를 대하는 마음이 여전해요. 그리고 고길동씨를 다루는 마음도 같고요. 여러분들 곁에 고길동이 있는 것처럼 제 곁에도 있어요. 앞으로도 계속 변함 없이 여러분이 둘리를 사랑하듯이 저도 역시 둘리를 사랑하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끌어내려고 해요. 캐릭터에 대한 마음은 변함 없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Q. 30년 만에 '얼음별 대모험'을 다시 작업한 소감은요?
A. '얼음별 대모험'이 제작된 게 30년 전 1996년에 개봉됐는데 다시 선보이면서 장면을 보니까 그때 당시에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했던 기억들이 선명해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때 참 열악한 상황 속에서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는데 그때 작업에 참여했던 상당수의 스태프들이 떠났고 지금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적은 수만 남았어요. 당시 이 작업을 할 때 한 사람 한 사람 다 부족했지만 그래도 총감독부터 열정적으로 이 작업을 했어요. 그 많은 스태프가 힘을 모아서 적은 예산으로 날짜에 맞춰서 작품을 만들었고요. 한국 애니메이션을 걸고 해냈던 열정을 다시 보는 것 같았어요. 그 열정이 어느 정도 이어지지 못한 점도 아쉬운데 다시 한번 그 열정을 되살렸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진= 김호이 기자]

Q. 리마스터링 자료는 어떻게 구했나요?
A. 리마스터링된 필름은 한국영상원에서 복원 작업을 했는데 저는 이 작업의 진행 과정은 몰랐어요. 국책 사업으로 복원 작업을 했고 그 중에 둘리가 들어간 것 같은데 원래 있던 마스터 필름이 영상원에서 보존을 시켜놓은 거예요. 필름은 시간이 지나면 퇴색되고 손상되니까 처음 영화가 만들어지면서 마스터 필름을 맡겼는데 그걸 영상원에 의해서 발견이 됐고 작업이 된 거예요. 저는 리마스터링 작업 과정 중에 여러 가지 체크를 하고 컬러 등에서 조언을 했고 이건 영상원에서 오롯이 만들어진 작업이에요.
 
Q. 둘리가 오랫동안 사랑 받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A. 둘리에서 중요한 건 캐릭터 자체와 이야기 구조에요. 황당무계하고 판타지, 엉뚱한 이야기도 있지만 둘리 주변을 둘러싼 캐릭터들이 현실적이거든요. 현실을 바탕으로 깔고 있어서 사람들의 이야기와 삶과 연계 되면서 오랫동안 우리들 곁을 지키지 않나 그렇게 봐요.
 

[사진= 김호이 기자]

Q. 둘리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예정은 없나요?
A. 아기공룡둘리를 새로운 이야기로 애니메이션으로 다루는 작업은 미정이에요. 우선 고길동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에 대해서는 계획이 없어요. 2009년에 TV 시리즈 이후 극장판을 기획했는데 중간에 무산되면서 끝내 선을 못 보이게 됐는데 여건상 좋지 않아서 출판 만화 쪽으로 나오게 될 것 같아요. 내년쯤으로 계획하고 있는데 그 작품에서 고길동 씨에 대한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Q. 작가님이 바라보는 한국 애니메이션 상황은 어떤가요?
A. 애니메이션이 지속적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정체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게 느껴질 정도로 상황이 안 좋은데 가장 큰 문제는 먼저 시장 같아요. 애니메이션이 제작에 소요되는 경비가 사실 만만치가 않고 그 제작비 대비 소위 흥행,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으로 보고 있어요.

그런 부분에서 투자자들이 꺼리고 있고 투자가 꺼려지고 가뭄에 콩 나듯 계획이 되다 보니까 그 바탕에서 발전될 수 있는 기술적 노하우가 쌓이지지 않는 것 같아요. 그리고 투자자들은 이익을 남겨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재투자가 안돼요. 저 같은 경우에도 '얼음별 대모험'을 제작하고 투자받은 빚을 갚는데 만 5년이 걸렸어요. 그래서 2009년에나 TV시리즈가 나왔고 한 편 제작하고 다 끝내는데 결국 10여년이 걸린다는 거죠.

이런 부분에서 어려운 문제가 있고 제작자와 감독도 새로운 걸 만드는 데 굉장한 시간이 걸리게 되는 거예요. 사실 쉽게 애니메이션 제작을 염두에 두기 어려운 상황이에요.
 

김수정 작가가 전하는 메세지 [사진= 김호이 기자]

Q. 최근 슬램덩크 등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이 흥행을 이끌었는데 어떻게 보세요?
A. 먼저 제가 애니메이션 감독이자 만화가인 상황인데 새로운 작품들을 계승해서 공유하지 못한 점에서 송구스러워요. 지금 한국 극장가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이 흥행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쓰리고 한편으로는 죄책감이 들기도 해요. 한국에서 애니메이션 제작 여건이 사실 호락호락하지가 않아요.

마음은 굴뚝같은데 여러 가지 여건이나 상황이 따라와 주지 못한 것도 있어요. 제 개인적으로 못난 부분들이 있어서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네요. 그렇지만 한국에서도 앞으로 상황이 좋아지고 애니메이터들과 애니메이션 관계자들이 조금 더 열심히 하신다면 더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사실 참 말씀드리기가 힘드네요. 앞으로도 제게 기회가 생긴다면 애니메이션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작업할 생각도 갖고 있고 그런 기회도 만들어보려고 해요.
 
Q. 마지막으로 고길동의 입장에 서게 된 어른이 된 독자와 팬들에게도 한 말씀 해주세요.
A. 시간이 흘렀다고 배신하면 안 되지 않나 생각해요. 사실 둘리도, 고길동도 이야기는 변하지 않았는데 사람의 입장이나 이치가 바뀌었어요. 그래서 40년 전이든 27년 전이든 과거로 돌아가서 다시 한 번 둘리를 좋아하고 지지하고 둘리와 한 몸이 돼서 지지했던 그 시절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그러면서 고길동씨는 접어두고 내 아이와 같이 마냥 둘리가 돼서 천진난만한 추억 속으로 가주셨으면 좋겠어요. 
 

김호이 기자(왼쪽)와 김수정 작가(오른쪽) [사진= 김호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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