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로 간 '유류분' 제도…"불효자 양성" vs "망인 유족 생존권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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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언 기자
입력 2023-05-17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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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유류분 제도' 첫 공개변론  [사진=연합뉴스]


사망한 피상속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정 상속분에 대한 권리를 법정상속인에게 보장해 주는 '유류분제도'가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놓고 헌법재판소에서 공개변론이 열렸다. 피상속인의 재산 처분의 자유를 침해하며 오히려 '불효자'만 양성한다는 주장과 상속인의 상속재산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을 보호할 필요성이 여전히 인정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헌재는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민법 제1112~1116조 및 제1118조의 위헌 여부 심리를 위한 공개변론을 열었다. 헌재가 유류분 제도를 놓고 위헌 여부에 대한 공개변론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 민법은 유류분제도를 두고 있는데 이는 특정 상속인에게 재산이 몰리는 상황으로부터 다른 상속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특히 과거 장남 위주로 유산이 상속되면서 부인이나 딸이 불합리하게 상속에서 배제되자 이들의 권리를 일정 부분 법을 통해 보호할 필요성이 인정되면서 도입된 것이다.

유류분제도에 따라 피상속인의 유언과 무관하게 피상속인의 직계비속과 배우자는 법정 상속액의 2분의 1,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는 3분의 1을 유류분으로 청구할 수 있다. 
 
"시대 변화로 여성 지위 향상…'패륜적 상속인'만 양성"
청구인 측은 1979년 유류분제도가 처음 시행된 이후 시대가 변화했고 핵가족화·여성 지위의 향상과 남녀평등 실현 등으로 법이 제정될 당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상당 부분 상실됐다고 주장했다.

또 "유류분제도는 피상속인의 재산 형성에 전혀 기여하지 않은 유류분권자들이 마치 당연한 권리인 것처럼 재산을 요구하도록 만들어 분쟁을 유발하는 '불효자 양성법'"이라고 밝혔다. 유류분제도는 '상실 사유'를 두고 있지 않아 패륜적인 상속인에게도 유류분반환 청구권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인으로 변론에 나온 현소혜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현행 민법상 유류분 제도는 지나치게 경직돼 있고 유류분 반환 의무의 범위도 지나치게 넓어 피상속인의 재산처분의 자유 및 수증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밝혔다. 
 
"개정 필요성이 '위헌' 의미하진 않아…피상속인 유족들 생존권도 보호해야"
반면 이해관계인인 법무부는 시대 변화에 따라 사회 현실에 맞게 유류분제도를 일부 수정해야 할 필요성은 어느 정도 인정되지만 여전히 상속인의 상속재산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을 보호받을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법무부 측은 "유류분제도가 피상속인의 재산처분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박탈하지 않고, 유류분 범위가 법정상속분의 일부로 제한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피상속인의 재산권이라는 제한되는 사익이 유류분제도로 인해 달성되는 유족들의 생존권 보호 및 상속재산형성에 대한 기여 보상이라는 공익보다 현저히 크다고 볼 수 없어 법익의 균형성도 충족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참고인으로 참석한 서종희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입법 당시 유류분제도의 취지가 약해지거나 퇴색됐을지라도 여전히 제도 존재 의의가 있고 개정의 필요성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위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며 "비교법적으로도 유류분제도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유류분제도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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