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글로벌 경제 회복세 요원 ..정부와 정치의 역활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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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교수
입력 2023-05-15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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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교수]


글로벌 경제의 시선이 온통 미국과 중국에 쏠려 있다. 국가마다 처한 형편이 각기 다르기도 하지만 공통으로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시행착오를 거듭한다. 회복에 대한 열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모나리자 착시 현상과 같이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들어 가는 형국이다. 하나가 뚫리면 또 다른 하나가 막히는 돌려막기 현상의 반복으로 '상저하고(上低下高)‘의 기대감마저 갈수록 가물가물해지는 분위기다. 미국에 쏠리는 눈길은 언제 연준이 금리 인하를 중단할지에 집중된다. 중국으로 향하는 눈길은 경제활동 재개, 즉 리오프닝 낙수효과가 언제 나타날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한편으론 각국이 경제적 유불리에 따라 미국 편 혹은 중국 편에, 때로는 양 진영을 넘나들면서 반사이익 챙기기에 급급하다.
 
포스트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에 따른 경제적 불확실성의 확대 재생산으로 공적 영역의 기능이나 역할이 여느 때보다 중요해진다. 그것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거슬리는 것은 경제 회생을 두고 정부 혹은 중앙은행의 지나친 시장 개입이나 과도한 대응이 오히려 회복을 지연시키고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다. 일부 국가 주도의 경제 체제를 가진 전체주의 국가들은 이를 역이용하여 정권 유지 혹은 체제 공고화라는 다른 수단으로 흐르고 있는 현상도 곳곳에서 목격된다. 하물며 회복의 쌍두마차인 미국과 중국 경제의 탈동조화가 확대되면서 회복 불능 사태가 장기화핳 것이라는 우려마저 확산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정부의 오판과 정치 기능의 미작동은 치명적이다. 잘나가는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의 차이가 의외로 민간 부문보다 공공 부문의 대응 능력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여느 때보다 높다.

미국의 경우 지나치게 물가에 집착함으로써 실물경제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는 상태다. 중소 은행들의 부도 우려가 진정되지 않으면서 기업의 돈 빌리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대출 조건 악화로 기업이나 가계의 자금난이 확대, 은행발(發) 경기 침체가 구체화할 것이라는 경고음이 세게 울린다. 설상가상으로 디폴트(국가 부도)라는 최대의 위기 상황마저 대두되어 ‘전시 상황실(War Room)’까지 가동되고 있을 정도다. 국가 빚이 한도에 육박해 이를 상향 조정하는 극단적인 조치가 나타나지 않으면 재정 구조가 열악한 주 정부부터 일부 기능 마비가 본격화될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극단적 처방이 나오겠지만 만약 현실화하면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시 휘청거리면서 세계 경제의 회복 속도를 크게 둔화시킬 것이 예상된다.
 
중국 경제의 정상화 속도도 과거와 다르게 매우 더디다. 팬데믹 기간 중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던 제로 코로나의 후유증이 의외로 크다. 글로벌 수요 위축으로 수출이 여전히 부진하고 수입은 7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내수가 소폭 증가하고 있지만 상품 수요는 늘지 않고, 서비스 부문 지출만 증가하는 중이다. 보복 소비 기대는 시기상조고, 소비의 엇박자만 크게 눈에 띈다. 경기 회복의 척도인 구매관리지수(PMI)를 보면 제조업은 하강 추세이고 서비스업만 확장 국면을 유지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년 만에 최저치다. 대출은 줄고 저축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도 경제 불황의 짙은 그림자를 덧씌운다. 혹자는 이를 두고 중국 경제주체들의 자신감 상실을 원인으로 지적한다. 거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한국 경제에 대한 내·외부 평가 인색···전 정부 5년의 역주행 후유증 
 
또 하나 최대 경제권인 유럽 경제도 가물가물하다. 다행히 겨울철 이상 고온 현상에 힘입어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최악의 경제위기를 가까스로 넘겼지만 회복의 8부 능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유럽 경제의 성장 엔진이라고 할 수 있는 독일 경제가 삐걱거린다. 성장의 중심축인 제조업의 마이너스 성장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 산업생산이 1년 사이 최대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고물가·고금리·글로벌 교역 둔화라는 삼중고가 추락세를 끊지 못하게 한다. 독일이 잘 돌아가야 유럽 경제의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영국은 브렉시트(EU 탈퇴)로 인한 부정적 경제 효과가 두드러지고 있고 다른 유럽 국가들도 크고 작은 국내 사정으로 인해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미국과 중국 경제가 딜레마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을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있는 주변국들의 행보에 변화가 감지된다. 이들만 쳐다보고 갈 것이 아니라는 점과 이들에 맞추어 거시 혹은 미시 경제 정책을 펼치는 것이 더 위험하다는 것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우선 금리 인상과 관련해서 미국과 보조를 맞추지 않고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디커플링에 돌입한 국가들이 늘어난다. 자국 경제 상황에 맞게 금리 인상을 적정 수준에서 멈추고 경제주체에 활력을 더하는 당근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접고 대안을 찾아 나섰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중국이나 미국 등 특정 경제권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 위기에 훨씬 더 취약하다는 점을 감지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국은 어떤가. 일단 대외적인 평가를 보면 IMF가 한국 경제의 회복력에 대해 가장 박한 점수를 주고 있다. 글로벌 시장이 돌아가지 않고 있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낮은 점수를 주는 것에는 수긍이 간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한때 글로벌 우등생인 한국을 열등생으로 전락시키고 있어 기분이 상한다. 이러한 평가에 흥분하기보다 냉정하게 자구책을 찾는 것이 더 현명하다. 지금과 같이 경제적 불확실성이 크고, 글로벌 질서의 재편에 따른 정치의 경제 개입이 불가피한 시기에 정부(정치)의 역할이 커지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그러나 무질서하고 시장의 기능을 왜곡하는 부적절한 개입은 도리어 악영향을 끼친다. 점점 더 똑똑한 정부, 국가 간의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 경제에 대한 내·외부의 저평가가 정부 혹은 정치의 실패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할 때 다시 정상으로 가는 길이 보일 것이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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