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미국과는 기브 앤 테이크(Give-and-Take), 중국엔 이성적 맞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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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교수
입력 2023-04-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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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교수]




美-中 충돌이 격화되면서 그들의 결별이 갈수록 빨라진다. 이로 인해 30여 년 만에 다시 생겨나고 있는 현상이 신(新)냉전  기류다. 그러나 엄밀히 들여다보면 美-蘇 냉전 시대의 양상과는 사뭇 다르다. 당시에는 동서라는 지역과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이념으로 진영 간의 경쟁 구도가 선명했다. 경제보다 안보에 비중을 둔 군비가 경쟁의 핵심이었다. 반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냉전 형태는 과거와 현저히 다르다. 우선 지역 구분이 없이 지구촌 대부분 국가가 얽히고설켜 자국의 이익에 따라 수시로 이편과 저편을 넘나든다. 냉전 주도 국가인 미국과 중국-러시아의 속내를 간파하면서 경제적 이익과 안보적 상황에 따라 수시로 말을 갈아탄다. 살길을 찾는다는 명분에 더해 반사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안달이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패권국인 미국과 이에 도전하는 중국 혹은 러시아의 주변국에 대한 영향력이 예전과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느 쪽도 상대를 압도할 힘이 부족하므로 진영의 세(勢)를 불리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다. 주변 국가들은 각기 처한 상황에 따라 어디로 움직일 것인가를 두고 심각하게 고민한다. 어느 편에 서는 것이 국가 안위에 우리하고, 경제적 이익이 더 클 것인가를 두고 의사결정을 한다. 이 결과로 현재 나타나고 있는 양(兩) 진영의 색깔을 보면 굉장히 시사적이다. 미국 주도의‘자유·시장·민주주의'와 중국 주도의 ‘권위적·국가 주도·전체주의' 모델로 양분되고 있다. 분열을 촉진하는 매개물로 시장·상품·기술·자원(원부자재) 등 경제적 요소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미국 편에 서고 있는 국가들은 전통적 동맹인 유럽(동유럽 포함) 국가를 포함하여 중국으로부터 잠재적 안보 위협을 느끼고 있는 동북아(북한 제외)와 대양주 국가들이다. 아시아 국가 내에도 친미·친중·중립 노선으로 다양하게 존재한다. ASEAN 10 국가들은 한목소리로 미·중 사이의 균형을 강조하면서도 국가마다 처한 상황에 따라 수시로 태도를 바꾸는 것이 특징이다. 미얀마·캄보디아·라오스 등 3개국은 정권 태생부터 중국에 기울어져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나머지 7개국은 최근 중국보다 미국 편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가는 중이다. 중국과 국경을 하면서 중국을 대체하는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인도의 경우 전반적으로 미국 편에 서 있지만, 사안에 따라 양 진영을 오가면서 실익을 챙긴다.
 
에너지 자원의 보고인 중동 국가들의 행보는 더 미묘하다. 10여 년 전 미국에 셰일 오일이 개발되면서 중동 국가에 대한 미국의 이해가 약화한 데서 기인한다. 하지만 셰일 오일의 조기 쇠락설이 불거지면서 다시 중동 산유국의 입김이 세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하튼 이 틈새를 중국이 그냥 보고 넘어갈 리가 없다. 지역 맹주라고 자처하는 이란과 사우디를 7년 만에 중재하면서 이들을 중국 편으로 끌어들이는 외교적 성과를 거두었다. 수년 동안 중동에 공을 들인 결과가 가시화되고 있는 셈이지만 사우디는 언제든지 등을 돌릴 수 있는 국가로 분류되기도 한다. 같은 미주 대륙에 있는 상당수 중남미 국가들에 다시 좌파 정권이 들어서면서 친중 노선으로 유턴하고 있다. 반면 금전 공세로 중국에 가까웠던 아프리카 국가들은 방향을 틀어 오히려 미국 편으로 말을 갈아타려는 움직임을 보여 주목을 끈다.
 
남이 못 가진 것을 지렛대로 ‘다크호스’ 전략 펴야
 
현재의 냉전 구도가 훨씬 복잡하고 위험하다는 주장에 설득력을 실린다. 과거에는 양강의 힘이 막강해 불필요한 마찰과 파열음을 억제할 수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여건하에서는 어디에서나 무엇이 터져 나올지 예측이 어렵다. 국가 이기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언제든지 국지적인 돌발 사건이나 사고가 생길 수 있는 분위기다. 시장, 기술, 에너지나 핵심 광물 등 자원을 가진 나라들이 이를 무기화하여 가지지 못한 나라를 괴롭힌다. 동맹이라는 틀 속에 가두어 진영 내 이익은 최대화하면서 진영 밖의 무리에게 불이익을 주려는 편 가르기가 절정이다. 제대로 된 카드 하나라도 가진 나라와 가지지 못한 나라 간의 명암이 극명하다. 이것저것도 가진 것이 없는 나라는 지정학적 위치만으로도 이익을 배팅하기도 한다.
 
우리 문제로 좁혀 보자. 지정학적으로 반도 국가이면서 중국과 일본에 더해 러시아라는 강자가 이웃이다. 이들과 힘으로 겨루기 어렵다면 상대가 쉽게 건드릴 수 없는 한방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불행하게도 시장이 큰 것도 아니고, 태생적으로 부존자원은 거의 제로다. 오로지 기댈 것은 남들이 가지지 못한 기술이나 만들지 못하는 상품이다. 한편으론 자신의 편이 되지 않고 남의 편이 되는 것이 불편하다는 인식을 그들에게 각인시켜야 한다. 상대가 섣불리 무시할 수 없는 이른바 ‘다크호스(Dark Horse)’ 전략이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 보인다.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우리를 진영 내로 끌어들이려고 노력하는 이유가 뭐겠나. 반대 진영으로 넘어갈 시 생겨날 불이익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방미 중이다. 돌아가는 바깥세상의 상태가 매우 엄중하다. 자칫하면 이 거대한 체스판에서 얻는 것보다 잃을 것이 훨씬 많아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한다.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중국은 혹시 우리가 지나치게 미국이 기울어질까 온갖 협박이 난무한다. 우리가 가진 한방이 없다면 이들이 왜 안달하면서 서로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고 하겠는가. 그렇다면 왜 우리가 이토록 미국이나 중국에 저자세인가 하는 자괴감이다. 지리적 위치 외에 아무것도 없다면 이들에게 끌려갈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당해지는 것이 맞다. 미국에도 주고받는 공정한 셈법으로 실리적 접근을 해야 한다. 중국에 대해서는 우리 주권을 침해하는 망발에 대해서 정상적으로 맞대응을 해야 한다. 이들에게 작아질수록 설 자리는 좁아지고, 국가나 기업 혹은 개인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줄어든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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