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 왜 못들었냐" vs "몰린 인파 통제"...​'이태원 참사' 용산경찰서 첫 공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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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소희 기자
입력 2023-05-08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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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임재·송병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사진=아주경제DB]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 대응을 소홀히 해 피해를 키운 혐의로 기소된 용산경찰서 관계자 5명에 대한 첫 재판에서 검찰이 "112 신고가 됐음에도 현장 경찰이 상황을 무전을 통해 듣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용산서 112상황실 측은 몰린 인파를 통제하느라 무전을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8일 업무상과실치사상, 허위 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과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 등 용산서 경찰관 5명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 전 서장이 지난해 10월 29일 인파가 골목길에 몰려 있다며 경찰 인력 충원을 요청하는 무전을 받았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저녁 식사를 해 무전을 받은 지 20분가량 지나서야 이태원 파출소로 향했다고 보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는 참사 당일 용산서 112상황실에서 근무한 정현욱 운영지원팀장(경감)에 대한 검찰 측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정 팀장은 이태원 참사 당일 오후 9시경 이태원역 2번 출구에서 교통과 인파를 통제하고 있었다.
 
정 팀장은 사고 당시 현장에서 인파를 관리하느라 무전 내용을 주의 깊게 듣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정 팀장은 검찰이 "저녁 9시경 코드제로로 분류된 112 신고를 상황실에서 접수한 지 1분 후 용산서에 하달했는데 무전으로도 전달받은 기억이 있느냐"는 질문에 "당시에는 몰랐다"고 답했다.

참사 당시 인파가 몰려서 위험하다는 112 신고들이 무전으로도 전달됐지만 현장 상황을 통제하느라 제대로 듣지 못했다는 취지다. 이 전 서장 측도 공판준비기일에서 "당시 무전 내용이 잘 들리지 않았는데도 검찰은 공소장에 (피고인이) 똑똑히 듣고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처럼 기재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9시 22분경 송병주 전 실장이 '인파가 많아서 차선을 1개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인파를 밀어서 1개 반 정도 확보했다'는 내용의 무전을 했다. 당시 차로를 침범한 인파를 인도로 밀어올리는 활동을 했느냐"고 질문하자 정 팀장은 "강제력을 행사해 사람들을 인도로 민 게 아니라 반대쪽으로 이동하게끔 유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전 서장은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 등 상부 기관에 경찰(경비) 기동대 지원을 직접 요청하거나 자신의 지휘·감독하에 있는 경찰에 지원을 요청하도록 지시하지 않은 혐의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날 재판에서는 참사 직전 용산서가 경찰 기동대를 요청한 경위에 대한 증언도 이어졌다. 정 팀장은 "서울청 실무자를 통해 경찰(경비) 기동대는 지원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상황을 인지했다"며 "교통 기동대라도 받아보는 것 어떻겠냐는 말을 들었다"며 용산서가 당시 경비 기동대가 아닌 교통 기동대만 요청한 경위를 설명했다.

이날 재판에는 이종철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 등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도 참석했다. 재판에 앞서 유족들은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책임자 엄벌을 촉구했다.

고(故) 오지민씨 아버지 오일석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은 "어느 누구도 책임지는 자가 없다는 데 분노를 느낀다"며 "이번 재판이 기소조차 안 된 서울경찰청과 서울시청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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