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in Trend] ICT 기업들, 실외 자율주행 로봇 시장 선점 속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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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 기자
입력 2023-05-0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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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행법상 자율주행 로봇은 인도 못 다니는 차(車)

  • 개정 지능형로봇법 시행하면 '실외 주행' 길 열려

  • 이통 3사·포털사 자율주행 로봇 신사업 속속 시동

  • 5G·센서·AI·클라우드 기술로 다목적 서비스 구현

  • 전 세계 시장 급성장…2030년 30조원 규모 전망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물품·음식을 나르고 방역·보안 업무를 보조하는 ‘실외 자율주행 로봇’ 시대가 열린다. 최근 개정된 ‘지능형 로봇 개발·보급 촉진법(이하 지능형로봇법)’이 연내에 시행되면 자율주행 로봇이 보도를 다니고 공원 등에 출입할 수 있게 된다. 이 분야 기술 개발에 투자해 온 국내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이 앞다퉈 서비스 상용화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 로봇은 현행법(도로교통법)상 ‘차(車)’로 분류돼 인도(人道)로 주행할 수 없다. 그래서 국내 기업은 관련 기술을 개발해 놓고도 일부 건물 내부와 대학교 캠퍼스, 규제 특례를 부여한 지방자치단체 등 일정 구역에서만 서비스를 실증하고 제공했다. 산업계는 자율주행 로봇이 실외에서 보도를 이동할 수 있게 되면 큰 사업 기회가 열릴 것이라며 제도 개선을 요구해 왔다.

이와 관련한 논의는 2022년 8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발의된 지능형로봇법 일부개정안이 11월에 상정돼 올해 3월 소위원회와 전체회의 심의와 의결(수정가결)을 거치면서 구체화했다. 지난 4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능형로봇법 개정안은 실외 이동로봇 개념 정의와 이를 위한 운행 안전 인증체계, 배상 책임보험 가입 의무 등 제도적 기반을 담고 시한부(2028년까지)인 기존 법을 영구법으로 전환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앞서 ‘2022년 소프트웨어 산업 10대 이슈 전망’ 발표를 통해 자율주행 로봇 서비스와 같은 지능형 로봇 분야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완화하고 솔루션·서비스 보급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년 전 실내외를 오가는 로봇 배달 서비스를 선보인 우아한형제들도 올해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 실외 자율주행 로봇 상용화와 관련한 규제가 일정 부분 해소되기를 기대했다.

올해는 로봇 기술 융합 서비스가 제도적인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본격적인 상용화 기반을 확보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는 이와 관련한 디지털 신기술과 이동통신 서비스 인프라 확보를 위해 신중하게 투자와 제휴를 추진해 왔다. ICT 업체 가운데 자율주행 로봇 신사업을 겨냥한 SK텔레콤(SKT)·KT·LG유플러스와 네이버·카카오 등 이동통신 3사와 포털·플랫폼 사업자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진화하는 이통 3사 실외 자율주행 신사업···KT ‘글램핑’·SKT ‘순찰’·LGU+‘물류’
 

덕성여대 캠퍼스에서 SKT가 ‘AI순찰로봇’ 시범 테스트를 하고 있다. [사진=SKT]

실외 자율주행 로봇 서비스는 최신 디지털 신기술, 정보기술(IT) 인프라를 융합해 활용한다. 고성능 센서와 5G 이동통신, 전산 인프라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로봇 두뇌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기술이 동원된다.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로봇 운영을 담당하는 관제 플랫폼, 이용자 서비스 요청과 응대를 매칭하는 로봇 플랫폼, 고정밀 측위 기술과 고정밀 지도 데이터도 함께 구축돼야 한다.

SKT는 2020년 글로벌 5G 연합체인 ‘텔코 인프라 프로젝트(TIP)’ 파트너 발굴·협력 프로그램인 ‘TIP 에코시스템 액셀러레이션 센터(TEAC)’에서 협력 상대로 선발된 뉴빌리티와 공동 사업하는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2022년 5월 서비스 공동 개발 업무협약을 맺고 로봇 운용을 효율화하는 기술 ‘메타트론 그랜드뷰’를 탑재한 로봇을 6월 제주 핀크스GC에서 열린 ‘SKT 오픈 2022’ 남자 골프 대회에 음료 제공 용도로 배치했다.

지난 3월에는 뉴빌리티, 물리보안 기업인 SK쉴더스와 손잡고 ‘자율주행 AI 순찰 로봇’ 공동 개발과 서비스 상용화를 예고했다. 이 서비스는 뉴빌리티의 배달 로봇 기술에 SKT의 AI 기술, SK쉴더스의 출동 보안 서비스를 결합한 자율주행 로봇이 지정 구역을 움직이면서 모니터링을 수행하고 특이 상황을 감지하면 관제 센터에 알려 보안 요원을 출동하게 하는 보안·경비 서비스다. 3사는 각자 공동 개발을 위한 각사 역할과 개발 비용 분담 방안, 사업모델 등을 담은 본계약을 상반기에 체결해 연내 상용 서비스를 출시한다.
 

이상호 KT AI Robot사업단 단장과 최종석 캠핑톡 대표, 김정환 캠핑아웃도어 대표가 KT 자율주행 배송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KT]

KT는 2019년 12월 ‘AI 호텔 로봇’을 시작으로 자율주행 로봇 사업에 뛰어들었다. 식음료(F&B) 배달 로봇, 고령층 돌봄서비스용 AI 케어 로봇, 감염병 예방을 위한 방역 로봇 등 목적별 실내 로봇 서비스 사업 구상을 다각화했다. 2022년 12월 로봇 기술 기업 뉴빌리티와 손잡으면서 실외 자율주행 로봇 사업 확산 준비에 돌입했다.

KT는 올해 2월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 2023 현장 전시관에 ‘DX기술선도존’을 마련해 냉·온장 배송이 가능한 실외 배송 로봇을 전시했고 3월에는 글램핑장 운영업체 캠핑아웃도어, 캠핑장 예약 서비스 업체 캠핑톡과 실외 배송 로봇 사업화를 위한 3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KT의 실외 자율주행로봇 서비스는 캠핑아웃도어 글램핑장, 수영장, 카페, 가든키친 등에 도입됐다.

김민교 빅웨이브로보틱스 대표(왼쪽)와 임장혁 LG유플러스 기업신사업그룹장이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LG유플러스]

LG유플러스는 2020년 8월 자율주행 로봇 전문업체 언맨드솔루션과 로봇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순찰·물류·방역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실외 자율주행 서비스 로봇 상용화를 추진해 왔다. 그해 9월 양사 협력 첫 결과물로 현대오일뱅크 충남 서산 공장에 5G망을 활용한 실외 자율주행 순찰 로봇을 실증했다.

당시 LG유플러스는 공장 건물에서 외부 창고로 부품을 운반하는 물류 로봇 상용화도 예고했는데 이는 지난 3월 로봇 자동화 플랫폼 운영사인 빅웨이브로보틱스와 체결한 업무협약으로 추진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소호 기업과 스마트팩토리 등에 다양한 서비스 로봇을 제공할 계획이다. 빅웨이브로보틱스는 고객별 공정 자동화 로봇 솔루션을 추천하는 플랫폼의 AI 분석으로 LG유플러스의 상품을 신규 고객에게 소개한다.

◆고정밀 측위·5G 클라우드 결합한 네이버, 일반 건물 확장성 지향하는 카카오
 

네이버 사옥에 도입된 자율주행 로봇. [사진=네이버 웹사이트 갈무리]

이통 3사는 각자 구축한 5G·LTE망 인프라 활용을 전제로 실외 자율주행 로봇 서비스에 필요한 운영·관리 기술과 로봇 하드웨어 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디지털 네이티브 기업들은 AI와 클라우드 인프라, 디지털 지도 및 매칭 플랫폼 등 각자 강점을 보유한 기술을 활용해 로봇 서비스 신사업에 도전하는 양상을 보인다.

네이버는 2017년 네이버에서 분사한 선행연구 조직인 네이버랩스 차원에서 자체 로봇 기술 개발에 투자해 왔다. 네이버랩스는 2019년 인간형 로봇 ‘앰비덱스’와 실내 고정밀 3차원 스캐닝 로봇 ‘M2’ 등을 선보였고 2021년 12월에는 도심 환경의 주야간 실외 자율주행 로봇 서비스에 필요한 정밀 제어·측위 기술을 자체 개발해 통합한 소프트웨어 알트라이브(ALTRIV)를 실증했다고 말했다.

2022년 6월에는 갓 완공한 제2 사옥 ‘1784’와 올해 상반기 준공하는 제2 데이터센터 ‘각 세종’을 선도 기술 테스트베드(시험대)로 활용하겠다고 선언했다. 2022년 11월 네이버랩스, 네이버클라우드 등 ‘팀 네이버’의 M2 로봇, 고정밀 매핑과 AI 기반 측위 기술, 클라우드 서비스를 결합한 실내외 디지털 트윈 구현 솔루션 ‘아크 아이(ARC eye)’를 출시했다.

네이버 1784와 각 세종은 멀티 로봇 지능 시스템 ‘아크(ARC·AI·Robot·Cloud)’와 이를 운영하는 네이버클라우드의 5G 특화망 기반 초저지연 통신, 실시간 데이터 분석, 로봇 서비스를 결합한 ‘5G 클라우드’를 활용하는 자체 로봇 서비스를 실증하고 적용할 예정이다. 1784에선 이미 네이버 직원을 대상으로 자율주행 로봇 배송 서비스를 시범 운영 중이다. 각 세종에선 데이터센터 현장 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사내 카페에서 운영 중인 로봇 배송 서비스. [사진=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는 LG전자와 서비스 공동 개발에 협력 중인 카카오모빌리티를 통해 자체 로봇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22년 초 기술 콘퍼런스 ‘NEMO 2022’에서 ‘LG 옴니팟’ 전시를 시작으로 LG전자와 미래 모빌리티 분야 협업을 시작했고 6월 업무협약을 체결해 실내외 로봇 배송서비스 개념 검증과 서비스 연계 확장 계획을 예고했다.

구체적인 카카오모빌리티와 LG전자 간 협업 사례는 지난 4월 5일 소개됐다. 카카오모빌리티 임직원 대상 식음료 주문 배달 서비스를 LG전자 로봇 ‘클로이(CLOi)’ 솔루션과 연동하는 방식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고정밀 지도 제작 기술을 적용한 로봇 플랫폼을 개발해 전용 엘리베이터나 건축물 내 센서 등 로봇 친화적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일반 건물에 로봇 배송을 도입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이통 3사와 네이버·카카오의 로봇 사업 관련 투자는 이번 지능형로봇법 개정에 따른 실외 자율주행 로봇 서비스 상용화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진행된 것이다. 입법기관과 정부가 산업계 요구를 반영한 법령 개정을 실행해 합법적으로 실외 로봇 서비스 출시가 가능해졌다. ICT 업체 간 신흥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 개발과 실증, 상용화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넥스트 무브 스트래티지 컨설팅(Next Move Strategy Consulting)에 따르면 세계 자율주행 로봇 시장은 2021년 16억1000만 달러(약 2조원)로 추산된다. 2022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34.3%씩 성장해 221억5000만 달러(약 30조원) 규모를 형성한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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