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in Trend] 이사회 쿠데타 진압한 샘 올트먼...오픈AI 'AGI' 개발 속도 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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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 기자
입력 2023-11-2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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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사회 해임 5일만 CEO로 다시 복귀...새 이사진 구축도

  • 구성원 강력 지지 힘입어 차세대 언어모델·일반지능 개발 속도

  • 초기AGI Q스타 둘러싼 이견이 갈등 원인...수학·과학 난제 해결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 사진아주경제DB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 [사진=아주경제DB]
이사회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 축출로 시작된 오픈AI의 내분이 올트먼의 CEO 복귀로 봉합되어 가고 있다. 미국 매체들은 올트먼이 단순히 CEO를 복귀한 것을 넘어 투자자와 직원들의 지지에 힘입어 이사회 반대 세력을 내쫓고 전보다 더 강한 경영권을 휘두르게 될 것으로 예측한다. 친위 쿠데타가 성공한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다. 오픈AI의 초거대 AI 상업화와 함께 '일반인공지능(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개발·출시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올트먼 해임과 투자자·직원 반발...긴박했던 5일

26일 인공지능(AI)업계에 따르면 오픈AI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올트먼이 오픈AI CEO로 복귀하는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사회의 올트먼 해고와 이에 따른 핵심 인력의 마이크로소프트(MS) 이직, 직원 700여 명의 반발과 이직 선언 등으로 오픈AI가 공중분해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한때 팽배했지만, 결국 5일 만에 이사회가 항복선언을 함으로써 마무리됐다. 오픈AI 이사회는 리더십 부족이라는 석연치 않은 이유를 들어 올트먼 CEO를 내보냈지만, 결국 이사진 교체라는 역풍을 맞았다.

이번 사태는 오픈AI 비영리 법인 이사회에서 시작됐다. 약 2개월 만에 월활성이용자(MAU) 1억명을 넘어서며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한 '챗GPT' 서비스 개발사이기에, 오픈AI 내분에 세계 AI업체·종사자들 관심이 집중됐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17일 일리아 수츠케버(오픈AI 수석과학자)·애덤 디앤젤로(쿠오라 창업주)·타샤 맥컬리(AI 거버넌스 전문가)·헬렌 토너(전 옥스퍼드대 AI 거버넌스 센터 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오픈AI 이사회는 "올트먼이 회사를 계속 이끌 수 있을지 그 능력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며 올트먼과의 갈등을 공식화했다. 이사회는 "리더십이 부족한 올트먼 대신 미라 무라티 오픈AI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임시 CEO로 임명하겠다"고 후속 인사까지 내놓았다.

다만 이사회는 올트먼을 몰아낸 구체적인 이유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며 시장에서 온갖 추측이 난무하도록 했다. 브래드 라이트캡 오픈AI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올트먼이) 어떤 부정행위나 회사 재무·사업·안전성·보안 등과 연관된 것은 아니다"는 내용을 전 직원에게 발송한 것이 공유한 정보의 전부였다.

이런 불투명한 행보는 올트먼을 지지하는 오픈AI 투자자·직원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먼저 18일 올트먼 동지이자 오른팔로 여겨지는 그레그 브록먼 오픈AI 공동창업자가 올트먼을 따라 회사를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19일엔 오픈AI 영리 법인의 지분 49%를 쥐고 있는 최대 투자자 MS의 사티아 나델라 CEO가 엑스 계정을 통해 올트먼과 오픈AI 직원들을 영입해 AI 개발팀의 최고책임자 자리를 맡기겠다고 직접 밝혔다. 나델라 CEO는 오픈AI 이사회가 투자자와 먼저 논의하지 않고 일방적인 결정을 내린 것에 크게 실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트먼이 합류한다고 알려진 다음 날 MS 주가는 주당 377.44달러(약 49만원)로 전 거래일 대비 2.05%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트먼이 AI 업계에서 얼마나 거물이 됐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모습이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매체에 따르면 20일에는 오픈AI 직원들이 "올트먼이 CEO로 복귀하고 현 이사회가 사임하지 않으면 모든 직원이 올트먼을 따라 MS로 이직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연판장을 돌렸다. "사람 없는 오픈AI는 아무것도 아니다"고 외치며 전체 오픈AI 직원 770명 가운데 700명이 넘는 인원이 여기에 서명했다. 챗GPT·GPT-4 등을 잇달아 발표하며 거대언어모델(LLM)뿐 아니라 AGI 개발까지 넘보던 오픈AI가 공중분해 될 위기의 순간이었다. 

이런 반발에 결국 올트먼 해임을 주도했던 수츠케버 수석과학자가 먼저 백기를 들었다. 그는 자신의 엑스 계정에 "이사회 결정에 참여한 것을 깊이 후회한다"며 "오픈AI를 망가뜨릴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 글에 올트먼이 좋아요(하트) 표시를 남기면서, 그와 대립할 뜻이 없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결국 투자자·직원들의 강력한 지지를 바탕으로 '왕의 귀환'이 일어났다. 올트먼 CEO는 오픈AI 복귀 후 엑스 계정에 "나는 오픈AI를 사랑하며, 최근 며칠 동안 한 모든 행동은 회사가 추구한 사명을 위해서였다"며 "새 이사회와 나델라 CEO 지원에 힘입어 오픈AI로 돌아가서 MS와 더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를 기대한다"고 글을 올려 2기 체제 출범을 알렸다.

올트먼 복귀와 함께 이사진 전면 개편도 전격적으로 진행됐다. 4명으로 구성됐던 기존 오픈AI 이사진 가운데 올트먼의 지지 세력인 디엔젤로는 계속 남고, 올트먼 CEO 퇴진에 가담한 다른 3명이 빠진다. 

대신 올트먼과 친분이 깊은 브렛 테일러 전 세일즈포스 공동 CEO와 친AI 성향 경제학자인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 새로 이사회에 합류한다. 새 오픈AI 이사회는 총 9명으로 구성되며, 핵심 투자자인 MS 측 인사도 합류할 예정이다. 오픈AI는 이사회가 백인 남성 위주라는 비판을 의식해 여성을 포함해 더 다양한 인물이 합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오픈AI 비영리 법인 이사회가 더는 영리 법인 경영진을 마음대로 교체하지 못하고 중대 결정에 앞서 투자자·직원의 동의를 받아야 할 정도로 약화된 것만은 분명하다.
 
초기 AGI 개발하고 비밀 부쳐...규제론자 이사회 반발

사태가 일단락되면서 전 오픈AI 이사회가 왜 무리하게 올트먼을 축출하려 했는지는 비밀에 부쳐졌다. 하지만 이를 두고 AGI와 관련된 일부 연구진의 내부 정보 공유가 이번 해임 사태를 불러일으켰다는 주장이 나왔다. AI 개발에 속도를 내는 빅테크에 앞서기 위해 AGI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올트먼과 개발 속도를 늦추더라도 안전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이사회 갈등이 AGI를 현실화할 수 있는 기술이 사내에서 개발되면서 결국 CEO 해임이라는 극단적 형태로 분출했다는 것이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22일 업계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오픈AI 몇몇 연구진이 이사회에 인류를 위협할 수도 있는 AGI 'Q스타(Q*)'를 발견했다고 보고했다"며 "이것이 올트먼 해임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무라티 CTO도 최근 직원들에게 "Q스타라는 획기적인 AI 개발을 둘러싼 의견 대립이 이사회의 조치를 일으켰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는 AGI를 ‘인간보다 똑똑한 AI 시스템’으로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챗GPT를 필두로 하는 LLM은 언어 생성과 요약 면에선 사람보다 빠르고 똑똑하지만, 수학·과학 난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은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픈AI는 수츠케버 주도로 'GPT-제로' 프로젝트를 사내에서 운영하고 있었다. 오픈AI는 현재 LLM 바탕이 되는 트랜스포머 기술의 핵심 개발자 중 한 명인 루카스 카이저와 '테스트-시간 계산'이라는 새로운 기계학습 기법을 개발한 뒤 LLM이 이런 난제를 해결하려면 더 많은 시간과 컴퓨팅 자원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바탕으로 오픈AI는 최근 언어 추론 능력과 함께 수학 난제 해결 능력을 갖춘 Q스타 모델 구축에 성공했다. Q스타의 수학 난제 해결 능력은 아직 초등학생 수준에 불과하지만, 올트먼은 관련 보고를 받고 AGI 개발을 위한 돌파구를 확보했다고 흥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답변이 나올 수 있는 언어와 달리 수학은 하나의 정답만 존재한다. 따라서 이를 완벽히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은 AI가 사람처럼 학습하고 정답을 이해하는 능력을 갖추게 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부족한 계산 실력은 과거 LLM이 그랬듯이 지속적인 컴퓨팅 자원 투입과 모델 학습으로 얼마든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AI 규제론자인 수츠케버는 내부에 AGI 위협에 대비하는 전담팀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며 올트먼과 갈등을 일으켰다. 오픈AI 영리 법인에서 일어난 갈등은 결국 일부 연구진을 통해 AI 규제론자가 다수인 비영리 법인 이사회에 전달됐고, 결국 이사진은 "올트먼이 일관되게 솔직하지 못하고 이사회 업무를 저해한다"며 해임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트먼 2기 체제, 차세대 LLM·AGI 개발 가속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 오픈AI 내 AI 규제론자는 빠져나가고, AI 낙관론자를 중심으로 올트먼 2기 체제가 확립됐다. 2기 체제에서 오픈AI는 이제 본격적으로 차세대 LLM 개발과 함께 AGI 현실화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올트먼이 복귀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자신을 지지해 준 직원들에게 막대한 금전적 이익을 안겨주는 것이었다. 디인포메이션은 22일(현지시간) 스라이브 캐피털 주도로 오픈AI 직원들이 보유한 주식 매각이 다음 달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번 주식 매각은 오픈AI 회사 가치를 860억 달러(약 112조원)로 책정하고, 직원들이 보유한 주식을 새 투자자들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투자자들은 비상장 기업인 오픈AI의 주식을 상장 전에 확보하고, 오픈AI 직원들은 돈방석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금전적인 이익은 오픈AI 직원들이 올트먼을 따른 강력한 요인이기도 했다.

이어 투자 성과를 바탕으로 올트먼은 차세대 LLM 'GPT-5(가칭)'와 AGI 개발을 위한 자금 확보에 본격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올트먼은 최근 AI 모델 개발을 위한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는 데 향후 최대 1000억 달러(약 130조원)가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혀왔다.

오픈AI를 사실상 자회사로 거둔 MS의 추가 투자와 사내 영향력 강화도 함께 예상된다. LLM과 AGI 학습을 위한 슈퍼컴퓨터를 민간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이 보유한 MS는 최근 전 세계 3위 성능의 슈퍼컴퓨터 '이글'을 추가로 구축하며, 오픈AI AGI 모델 개발을 위한 인프라 확충을 마쳤다.

대표적인 AI 규제론자인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 제자이자 올트먼 해임에 앞장섰던 수츠케버는 2기 체제와 반대되는 AI 규제론자임에도 오픈AI에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AGI 개발에 'AI 천재'로 불리는 그의 능력이 계속 필요하기 때문이다. 올트먼이 자신을 쫓아냈음에도 불구하고 그와 갈등을 빚을 생각이 없다고 공식화한 이유이기도 하다. 힌턴 교수와 수츠케버는 앞서 "AI가 복제력을 토대로 무한대로 지식을 학습하면 인간이 그 결과물이 어떻게 나오는지 원리를 파악할 수 없게 된다"며 "AI가 인류에게 해로운 결정을 하기 전에 세계 각국에서 AI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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