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 SCO 회원국 경제협력 성지로 떠오르는 칭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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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다오(중국)=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3-04-2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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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개월 만에 SCO 회원국 전용 박람회장 '뚝딱'

  • SCO 회원국과 무역 '활발'···지난해 21% 증가

  • SCO 세 불리는 中···美 포위망 뚫기 '안간힘'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지난 24일 찾은 중국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시 산하 자오저우(膠州)시에 위치한 상하이협력기구(SCO) 국제엑스포센터. 입구에 들어서자 거대한 스크린에 문구가 뜬다. '멀리서 친구가 오니 또한 기쁘지 않은가'라는 뜻의 중국 고전 '논어'에 나오는 구절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8년 칭다오에서 열린 SCO 정상회의에서 세계 곳곳의 SCO 회원국의 중국 방문을 환영하며 언급한 말이기도 하다. 
 

상하이협력기구(SCO) 국제엑스포센터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거대한 스크린에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라는 문구가 뜬다. [사진=배인선 기자]

20만㎡ 규모가 넘는 축구장 28배 크기의 어마어마한 면적에 지어진 국제엑스포센터는 ‘상허즈주(上合之珠)’라고 불린다. ‘SCO의 진주’라는 뜻이다. 7개 조개껍데기가 서로 모여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엑스포센터는 알파벳 A~G까지 모두 7개 구역으로 이뤄졌다. 외관이 얼마나 거대한지 카메라 한 화면으로는 도저히 담아 내기가 힘들 정도다.
 

'상허즈주' SCO 국제엑스포센터 전경. [사진=배인선 기자]

7개월 만에 SCO 회원국 전용 박람회장 '뚝딱'

'상허즈주' SCO 국제엑스포센터 모형. [사진=배인선 기자]

이곳은 SCO 회원국만을 위한 투자·무역 박람회장이다. 지난해 2월 초부터 공사가 일사천리로 진행돼 약 7개월여 만인 작년 9월 말 완공됐다. 총 투자액만 40억 위안(약 7710억원)이 들었다. 

안내원은 "20개 SCO 회원국(옵저버, 대화상대국 포함) 전용 전시관뿐만 아니라 국제회의장·기자회견장·연회장·다목적홀 등 SCO 회원국의 투자·무역 등 비즈니스 박람회 개최는 물론 각국 문화·관광 등을 체험하고 상호 협력할 수 있도록 종합 기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C구역 중앙에 위치한 러시아 국가관 입구에 들어서자 수도 모스크바의 상징적 건물인 성 바실리 성당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안드레이 데니소프 주중 러시아 대사가 '중국과 러시아의 우의는 하늘·땅만큼 영원하다'는 뜻으로 ‘러중우의, 천장지구(俄中友誼, 天長地久)’라고 친필로 쓴 종이액자도 한 쪽에 걸려있다. 이곳엔 보드카·와인·칵테일 등 러시아산 각종 주류와 함께 초콜릿·비스킷 등 식품류가 전시돼 있고, 직접 구매도 가능하다. 엑스포센터에는 러시아관을 비롯해 모두 20개 SCO 회원국 국가관이 마련돼 있으며, 일반인에게도 공개돼 있다.

오는 6월에는 이곳서 SCO 회원국을 위한 무역·투자 박람회도 열린다. 2019년 처음 개최한 SCO 무역·투자박람회는 코로나19로 건너뛴 지난해를 제외하곤 올해로 4회째를 맞이했다. 2021년 박람회에선 구매의향 계약을 포함 모두 13억 위안어치의 거래계약이 체결됐다고 한다.
 

SCO 국제엑스포센터 C구역에 위치한 러시아 국가관 [사진=배인선 기자]

SCO 회원국과 무역 '활발'···지난해 21% 증가

SCO 국제엑스포센터에 설치된 SCO 협력시범구 소개 전시물. 8개 SCO 회원국 국기가 내걸려 있다. [사진=배인선 기자]

칭다오가 중국·SCO 협력 시범구로 지정된 것은 2018년 6월이다. 당시 칭다오에서 열린 SCO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이 처음 언급했다. SCO를 비롯해 중국 신 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를 둘러싼 국제협력을 위한 새로운 플랫폼을 칭다오에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해 7월 미·중 무역전쟁의 포성이 울리기 직전에 추진된 것.

칭다오 정부는 이를 위한 교통·물류 인프라 구축은 물론 투자 무역 편리화 조치를 줄줄이 내놓았다. 

협력시범구가 위치한 칭다오 자오저우 지역에는 2021년 칭다오 신 공항이 들어섰고, 공항과 항구를 잇는 도로 인프라도 속속 지어지고 있다. 일대일로 연선국을 오가는 국제화물 열차편도 빠르게 늘었다. 지난해에만 SCO 협력시범구에서 중동·동남아·유라시아 지역으로 출발한 열차편만 775편이다. 2019년 346편과 비교하면 2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SCO 회원국의 수출기업은 현지 은행에서 최대 5000만 위안까지 관세 보증금을 담보로 제공하는 등 무역 편리화 조치를 활용해 기존에 하루 걸리던 통관 수속을 단 2분 만에 완료할 수 있게 됐다. ​올 초에는 SCO 국제위안화 서비스센터가 출범하면서 SCO 회원국 간 위안화 결제도 한층 편리해졌다. 올해 1~3월 SCO 회원국 간 위안화 업무량은 132억4700만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0% 가까이 늘었다.

덕분에 칭다오와 SCO 회원국 간 교역액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미·중 간 지정학적 갈등 등으로 국제무역 환경이 불확실한 가운데서도 칭다오의 SCO 회원국 간 교역액은 전년 대비 21% 이상 늘어난 873억6000만 위안에 달했다. 코로나19 발발 직전인 2019년과 비교해서도 갑절 이상으로 급증한 것. 같은 기간 칭다오 전체 대외무역액은 7.4% 늘어난 것과 비교된다. 반면 지난해 칭다오의 대 한국·일본 교역액은 4%대 증가율에 그쳤다. 
 
SCO 세 불리는 中···美 포위망 뚫기 '안간힘'
SCO는 2001년 중국과 러시아 주도로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 등 6개 회원국으로 공식 출범했다. 중앙아시아 국가 정치·경제·안보 문제를 협의할 목적으로 창설됐다. 2015년 파키스탄과 인도가 추가로 가입하며 8개국으로 늘었다. 

SCO 8개 회원국 인구만 40억명, GDP는 23조3000억 달러로, 전 세계 인구의 절반과 GDP의 4분의1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과 SCO 회원국 간 교역액은 4118억 달러로, 2001년 창설 때와 비교해 34배 증가했다. 

게다가 이란·벨라루스·아프가니스탄·몽골 등 4개국은 옵저버 국가, 카타르·스리랑카·터키·캄보디아·아제르바이잔·이스라엘·이집트·아르메니아·사우디아라비아·네팔 등도 대화상대국으로 가입하는 등 SCO는 영향력을 빠르게 넓혀가는 중이다. 특히 지난해 중동의 대표 반미 국가인 이란의 정회원국 격상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하는 등 반미 색채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엔 군사·안보뿐만 아니라 무역·투자·금융 등 방면에서 회원국 간 경제 협력을 강화해 나가는 중이다. 미·중 지정학적 갈등 속 중국이 미국 등 서방국의 포위망을 뚫고 국제 경제 협력을 추진하는 플랫폼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것. 오는 6월 열리는 무역투자박람회에서 SCO 회원국 간 산업망·공급망 포럼이 함께 열리는 것도 그 이유에서다. 아쉬가르 파키스탄 연합통신 기자는 “현재 많은 국가들이 SCO 가입을 희망하고 있다”며 “향후 몇 년 후 SCO 영향력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SCO 지방경제무역협력시범구를 중국어·러시아어로 홍보하는 간판이 자오저우 시내 곳곳에 걸려있다. [사진=배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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