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 "도로 위 배달까지"..스타벅스가 중국서 생존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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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중국)=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3-04-12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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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옌제취' 서비스 출시…'도로 위'에서 픽업

  • '모세혈관'처럼 침투···4·5선 도시 적극 공략

  • 커피기업 우후죽순···中커피시장 경쟁 '가열'

스타벅스가 최근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선보인 '옌제취' 서비스. 고객이 굳이 차에서 내리지 않고도 손쉽게 도로 위에서 커피를 픽업할 수 있다. [사진=웨이보]

모바일 네비게이션 앱을 켜서 회사 출근길에 소재한 스타벅스 매장을 하나 선택해 차량 번호와 색깔을 입력하고 커피 한 잔을 주문한다. 픽업 시간에 맞춰 매장 앞에 도착하면 쇼핑백을 든 직원이 도로에서 대기하고 있다. 창문을 열어 커피를 건네받으면 차에서 내리지 않고도 손쉽게 출근길에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최근 스타벅스가 중국에서 출시한 '옌제취(沿街取)' 서비스다. 도로 픽업 서비스란 뜻이다. 서비스료 3위안(약 575원)만 내면 차를 세워놓고 매장으로 들어가거나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찾아갈 필요없이 도로 위에서 손쉽게 스타벅스 커피를 픽업할 수 있다. 스타벅스가 중국 최대 지도앱 가오더와 협업해 출시한 서비스다. 스타벅스는 현재 베이징 100곳, 상하이 50곳 매장에서 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베이징은 자동차 보유대수가 중국 전역에서 가장 많은 데다가, 도로 상황도 복잡해 소비자 옌제취 수요가 높다는 분석이다. 스타벅스는 1년 내 전국 1000여개 매장으로 옌제취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최근 나날이 높아지는 중국인의 커피 수요를 맞추기 위해 스타벅스도 중국서 공격적으로 사업을 전개 중이다.

각국별 커피매장 수 비교 [그래픽=김효곤 기자]

'모세혈관'처럼 침투···4·5선 도시 적극 공략

중국 베이징 시내의 한 스타벅스 커피 매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스타벅스는 현재 6000여개인 중국 내 매장 규모를 2025년까지 9000개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9시간마다 매장을 하나씩 열어야 하는 셈이다. 중국 시장에서 더욱 확고하게 자리를 잡기 위해 장쑤성 쿤산시에 1억3000만 달러를 투자해 아시아 최초 로스팅 공장도 열 예정이다.

스타벅스는 중소도시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사실 커피를 즐기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중국 대도시에서 커피업체 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딜로이트에 따르면 베이징·상하이·광저우 같은 대도시 주민들은 연간 약 300잔의 커피를 마신다. 미국에 가까운 수준이다. 하지만 전체 중국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평균 9잔에 불과하다. 중소도시 인구 100만명당 커피숍이 30개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있다. 그만큼 중소도시 커피시장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쓰촨성 광안, 산시(陜西)성 안캉, 후난성 지서우, 산시(山西)성 양취안, 장시성 핑샹··· 지난해 4분기 스타벅스가 중국에 새로 진출한 도시다. 대부분이 이름도 생소한 중국 지방의 4·5선급 중소도시다. 중국 온라인매체 제몐망은 스타벅스가 모세혈관처럼 중국 대륙 곳곳에 침투하려 한다고 표현했을 정도다. 원줸 스타벅스 중국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중국 3000개 현(縣)급 시장에도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라고 이야기했다. 

스타벅스의 지방 중소도시 공략법은 대도시와는 또 다르다. 매일 아침 습관적으로 모닝커피를 마시는 고객으로 붐비는 대도시 매장과 달리, 중소도시는 점심 혹은 저녁 식사 이후 시간대가 가장 많이 붐빈다. 일상적으로 커피를 마시기보단, 사람들과 사교 생활을 위한 커피 수요가 크다는 뜻이다.

게다가 중소도시 고객은 대도시보다 충성도가 강하다. 가정(제1의 공간)이나 사무실(제2의 공간)과는 다른 문화와 휴식의 제3의 공간을 강조하는 스타벅스 고유의 이미지가 대도시보다 중소도시 고객에게 더 먹혀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따라서 스타벅스는 지방 중소도시에 입점할 때는 핵심 상권을 골라 매장 인테리어를 현지 특색에 맞게 고급스럽게 꾸미고 서비스 방면에서 더 신경을 써서 고객과의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단맛'을 즐기는 중소도시 고객의 특성을 파악해 프라푸치노 같은 달콤한 음료는 더 많은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도 한다. 
 
커피기업 우후죽순···中커피시장 경쟁 '가열'

중국 토종 커피브랜드 루이싱커피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사실 스타벅스는 지난해 전 세계 매출 320억 달러(약 42조3000억원) 중 중국에서는 25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데 그쳤다. 코로나19가 확산된 지난해 4분기에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9%나 감소하며 실적이 예상보다 4배나 악화됐다.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악재도 있었지만, 최근 중국 국내외 업체가 뛰어들면서 커피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진 것도 이유다. 

특히 지난 2020년 회계 부정 사태를 초래한 중국 루이싱커피는 막강한 라이벌이다. 2022년에만 2000개 이상의 매장을 오픈하는 등 스타벅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새로 등장한 코티커피도 이미 1300개 매장을 오픈했다. 코티커피는 2025년까지 스타벅스를 넘어서는 1만개 매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코티커피는 회계 부정 사태로 물러난 루이싱커피 전 경영진이 만든 신규 브랜드다.

외국업체 추격도 만만치 않다. 캐나다 업체 팀홀튼은 올해 1월에 중국서 600번째 매장을 열었으며, 2026년까지 매장 수를 270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탈리아 브랜드 라바짜도 얌차이나와 손잡고 2025년까지 중국서 1000개 매장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중국 국가우정국(우리나라 우체국 해당), 스포츠브랜드 리닝, 전기차 브랜드 니오,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등도 커피 상표를 등록하는 등 커피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고 있다. 중국 시나과기망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중국에 커피 관련 기업만 16만8000곳으로, 월평균 36.4% 증가율로 커피 기업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중국인들에게 커피가 사실상 일상생활의 일부분이 되면서 1잔당 30위안이 넘는 스타벅스의 가격 경쟁력도 하락하고 있다. 중국 토종 커피 가격은 1잔당 10위안 안팎에 불과하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칸타르 월드패널의 중화권 책임자 제이슨 위 전무는 FT에 “10년 전까지만 해도 커피는 '차(茶)의 나라' 중국서 서방의 라이프스타일을 전달하는 일종의 '이국적인 서방음료'로 여겨졌지만, 이제 수많은 중국 토종 브랜드가 생겨났다”며 “게다가 대부분이 아프리카, 남미 지역에서 커피 원두를 수입해 품질 면에서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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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도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이군요.. 대 스타벅스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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