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최대 명절인 뗏(Tết)을 앞두고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설렘보다 중압감이 앞선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가족 재회의 기쁨으로 상징되던 뗏이 타인과의 비교와 평가의 장으로 변질되면서 누군가에게는 축제가 아닌 ‘회피하고 싶은 시간’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7일(현지 시각) 베트남 청년 신문은 뗏이 다가옴에 따라 학업, 직장, 수입, 결혼 등 지극히 개인적인 삶의 영역이 공공연한 질문의 대상으로 오르내리는 현상을 집중 보도했다. 특히 많은 이들이 친척과 주변의 시선 속에서 자신의 현재 상태를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찌민시 투득 지역에서 근무하는 레 투이 반 씨는 결혼 2년 차임에도 아직 아이 소식이 없어 뗏을 앞두고 긴장감이 커졌다. 그는 "결혼 전에는 혼인 여부를 결혼 후에는 출산 계획을 묻는 질문이 끊이지 않는다"며 "고향 방문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학생들 역시 예외는 아니다. 졸업을 앞둔 대학생 응우옌 응옥 쿠인 안 씨는 졸업 지연 문제로 큰 압박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졸업 여부와 취업 현황을 묻는 반복적인 질문에 노출될수록 자존감이 낮아지는 기분"이라고 전했다. 세일즈맨 쯔엉 민 푹 씨 또한 "친척들의 월급 및 자산 비교에 지쳐 어느 순간부터 명절 분위기 자체를 경계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나타나던 명절 두려움 현상이 같은 유교 문화권인 베트남에서도 나타나는 모양새다.
뗏의 어두운 이면은 심리적 부담을 넘어 생존의 영역에서도 드러난다. 호찌민시 중심부에는 여전히 하룻밤 4만 동(한화 약 2100원)의 비용으로 길거리 잠자리를 구하는 노점상들이 존재한다. 이들 대부분은 빈딘 출신으로 명절 대목을 맞아 생계를 잇기 위해 고향행 대신 거리의 밤을 선택한 것이다.
지난달 2일 새벽, 응우옌짜이 거리 인근 가로등 아래에서는 노점상들이 지게를 옆에 둔 채 짧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20년 넘게 거리에서 간식을 팔아 세 자녀를 키운 보 티 리엔 씨는 "장사가 끝나봐야 하루 수입을 알 수 있다"며 "팔리지 않으면 그날의 고생은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몸이 허락하는 한 일을 멈출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에게 있어서 뗏은 휴식의 시간이 아닌, 생계를 위해 더 치열하게 움직여야 하는 시기다. 가족과의 재회보다 당장의 수입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는 차가운 현실은 축제의 화려함 뒤에 숨겨진 뗏의 또 다른 얼굴로 평가된다. 매체는 "누군가에게 뗏이 비교와 질문의 화살을 견뎌야 하는 시간이라면, 누군가에게는 잠을 아껴가며 생존을 증명해야 하는 시간"이라고 짚었다. 같은 명절 아래 놓여 있으나 각자가 감내해야 하는 뗏의 무게는 결코 같지 않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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