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단체 관광객 버스가 사라지니 이제야 동네가 조용해진 것 같습니다.”
최근 일본 관광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 급감을 반기는 이른바 ‘인바운드(국내 관광) 긍정론’이 확산하고 있다. 오버투어리즘(관광 공해)에 시달리던 주민들은 한시름 놓았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개인 관광객의 증가로 인한 또 다른 형태의 공해는 여전하다. 최근 들어 일본은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대신 ‘주민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전례 없는 극약 처방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요미우리,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야마나시현 후지요시다시는 지난 3일, 아라쿠라야마 센겐공원에서 올봄 개최 예정이었던 벚꽃 축제를 전격 취소했다. 2016년 지역 홍보를 위해 시작한 지 10년 만의 첫 중단이다. 이곳은 오층탑과 후지산, 벚꽃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방일객들 사이에서 이른바 ‘인생샷 성지’로 통한다.
그러나 매년 축제 기간 20만 명 이상이 몰리며 발생한 극심한 교통 체증과 주거지 무단 침입, 쓰레기 투기 등 ‘관광 공해’가 임계점을 넘었다는 판단이다. 호리우치 시게루 시장은 “주민들의 평온한 일상이 위협받는 현실에 강한 위기감을 느낀다”며 축제 취소로 관광 수익보다 시민들의 평범한 일상을 택했다. 실제로 축제 기간 중 도로에 쏟아져 나온 관광객들로 인해 통학 중인 아동이 보도에서 밀려나 차도로 걷는 등 위험천만한 상황이 반복되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오버투어리즘의 성지인 교토의 대응은 더 공격적이다. 교토시는 시영버스 운임에 ‘시민 우선 가격’을 도입하기로 하고 관련 예산을 편성했다. 관광객으로 인해 정작 시민들이 버스를 타지 못하는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거주민에게는 저렴한 요금을, 관광객에게는 높은 요금을 적용하겠다는 취지다.
마쓰이 고지 교토시장은 “시민들이 만원 버스 때문에 제때 이동하지 못하는 불편을 해소하는 것이 행정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교토시는 시스템 개편을 위해 민간 버스 사업자까지 포함한 대규모 지원 사업을 펼칠 예정이며, 아울러 2028년까지 ‘선불제 및 앞문 승차’ 방식을 전면 도입해 정류장 대기 시간을 단축한다는 계획이다.
몰지각한 관광객에 대한 ‘무관용 원칙’도 세워졌다. 교토 아라시야마의 명소인 ‘치쿠린노미치(대나무 숲길)’는 최근 낙서로 몸살을 앓던 시유지 내 대나무들을 확인하고 일부를 벌채했다. 단순히 관광객의 양심에 호소하던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낙서 행위는 3년 이하의 구금 또는 30만 엔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는 범죄(기물손괴죄)”임을 명시한 다국어 경고문을 전면에 내세웠다.
전 세계 관광객이 모여드는 도쿄 아키하바라 역시 무분별한 길거리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치요다구는 이에 대응해 태양광 압축 기능을 갖춘 ‘스마트 쓰레기통’ 도입을 검토 중이다. 쓰레기가 차오르면 자동으로 압축해 넘침 현상을 막음으로써, 쓰레기가 쓰레기를 부르는 투기 심리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치요다구에 따르면 올해 초 청소 자원봉사자들과 연계한 선제적 캠페인 결과, 1월 1일부터 사흘간 수거된 쓰레기량이 작년 1.7톤에서 올해 1톤으로 크게 감소하는 등 가시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일본의 이러한 대응은 관광객 유치라는 경제적 논리보다 주민의 ‘삶의 질’이 우선이라는 강력한 선언이다. 교토의 버스 운임 차등 정책 역시 주민이 낸 세금으로 유지되는 공공 서비스의 혜택을 온전히 거주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실용적 결단이다.
이는 북촌 한옥마을 등 주거 밀집 관광지의 오버투어리즘 문제를 앓고 있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관광객 숫자에만 매몰되어 주민의 일상을 내어주기보다, 지속 가능한 공존을 위해 방문객과 거주민 사이의 명확한 선을 긋기 시작한 일본의 실험이 성공을 거두고 지속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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