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우리나라가 당면한 경제사회적 과제 가운데 지역 불균형만큼 심각하고 풀기 어려운 과제는 아마 따로 없을 것이다. 심각하다는 것은 경제·사회·문화·권력 등 모든 면에서 일극화로 집중됨에 따라 수도권 쏠림은 가속화되는 반면 지방은 경제와 인구 면에서 백화되어 소멸되는 현상이 매우 뚜렷해지기 때문이고 풀기 어렵다는 것은 지난 여러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십 년 동안 이 문제가 개선되지 못한 채 오히려 악화되고 고착화되기 때문이다.
2013년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5대 국정목표 중 네 번째 목표를 ‘안전과 통합의 사회’로 설정하고 그 안에 지방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주요 정책과제로 포함시켰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는 140개인데 그중에 국민대통합을 위한 지역균형발전(국정과제 112), 지방대학 지원확대(113), 지방재정확충 및 건전성 강화(114), 지방분권강화 및 지역공동체 활성화(115), 그리고 지역경제 산업활력제고(116) 등 다섯개가 핵심적인 지방균형발전 정책과제였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지방균형발전 정책을 평가한다면 무엇보다도 정책순위에서 후순위로 밀렸고 나열식이며 비체계적이란 점이다. 정책목표 우선순위에서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국정목표 1)나 맞춤형 고용복지(국정목표 2)에 비해 한참 밀렸고 그나마 선언적인 정책목표의 나열에 그침에 따라 종합적이고 획기적인 지역균형발전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다음에 들어선 문재인 정부도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중요한 국정과제로 삼은 것은 박근혜 정부와 다르지 않았다. 즉, 문재인정부의 5대 국정원칙 중 네 번째를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으로 잡고 그 안에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자치분권, 골고루 잘사는 균형발전, 그리고 사람이 돌아오는 농어촌을 주요 국정전략으로 설정했다. 구체적으로 100대 국정과제를 살펴보면 강력한 재정분권(국정과제 75), 고르게 잘사는 국가균형발전(76), 도시경쟁력강화 위한 도시재생뉴딜(79), 해운강국 건설(80), 복지 농어촌 구축(81),깨끗한 바다 풍요한 어장(84)으로 되어있다. 그렇지만 문재인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도 우선순위에서 소득주도 성장정책이나 공정경제에 한참 밀렸으며 행정자치나 지방분권 등 법제도적인 면에 몰입함과 동시에 농어촌 복지, 해운강국, 그리고 바다 및 어장환경 등 일부 지방산업의 문제에 치우침에 따라 국가적이고 종합적인 지역 균형적인 발전전략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웠다.
윤석열 정부 인수위원회(2022년 5월 3일 발표)는 지역균형발전문제를 소홀히 다루었다. ‘약속8‘에 효율적인 국토공간 활용을 통해 성장을 촉진하겠다는 목표로 혁신도시, 강소도시, 스마트시티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있긴 했고 또 살고 싶은 농어촌을 구축하겠다는 ‘약속13‘ 안에 농산어촌에 대한 지원과 농수산업 지원에 대한, 그리고 풍요로운 어촌과 활기찬 해양 등이 포함되어 있지만 이것은 문재인 정부 정책과제의 복사판이라는 착각을 일으키기 딱 알맞았다. 한 달 뒤 발표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2022년 6월 16일)’을 보면 4대 정책방향 중 넷째인 ‘함께하는 행복경제’ 안에 넷째 국정과제가 지역균형발전으로 설정되어있지만 그 내용을 보면 지방의 경쟁력강화를 위해 메가시티와 같은 강소도시를 육성하자는 과제와 지방이전 기업에 대한 세제지원을 강화하여 자생력을 높이는 과제, 그리고 ‘지역소멸대응기금’을 늘리자는 정책과제들이 들어가 있었다. 여전히 단편적이고 나열적이며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려웠다. 이런 지적을 전부터 예견하고 인식한 당시 정부는 오래 전부터 계획해왔던 ‘기회발전특구(ODZ:Opportunity Development Zone)’를 핵심내용으로 하는 ‘지방균형발전전략’을 2022년 7월에 내놓았다. ‘기회발전특구’란 개인 또는 법인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기 위하여 관계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필요한 곳으로 법에 따라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정·고시되는 지역으로서 정부의 획기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는 지역이다. 당시 정부의 ‘지방균형발전전략’ 안에는 진정한 지역주도 균형발전(약속1), 혁신성장을 바탕으로 좋은 지역 일자리 창출(약속2), 지역 고유한 특성을 살리는 자율(약속3)을 내걸고 20개의 국정과제가 선정되어 있는데 그 핵심은 전례 없는 세제상의 특례를 주어 기업의 지방이전을 촉진하되 지자체가 주도하고 기업이 자율적으로 순응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를 원만히 추진하기 위해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제정 2023년 7월 4일, 시행 7월 10일, 이후 수차례 개정)을 제정하고 이와 함께 과거에 있었던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과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을 폐지하였다. 이 법에는 지역균형발전에 필수적인 많은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예컨대 지방시대 종합계획의 수립, 지역혁신체계구축, 균형발전 거점 및 교통물류망 구축, 지역 문화, 의료보건 개선, 기업 대학 및 공공기관의 이전 등이 법으로 규정되어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되는 것이 초광역권 및 초광역산업 설정이라 할 수 있다. '초광역권'이란 지역의 경제 및 생활권역의 발전에 필요한 연계·협력사업 추진을 위하여 2개 이상의 지방자치단체가 상호 협의하여 (자율적으로) 설정하거나 ‘지방자치법’ 제199조에 따른 특별지방자치단체가 설정한 권역으로서 시·도의 행정구역을 넘어서는 권역을 말하고 ‘초광역권 산업’이란 지역균형발전 및 국가경쟁력 향상에 기여도가 높고 지역경제·산업 발전을 촉진할 초광역권의 협력산업으로서 법에 따라 선정된 산업이다.
새로 출범한 정부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자치분권 기반의 ‘5극 3특’ 중심 국가균형성장전략을 내놓았다. '5극 3특' 체제란 전국 17개 시도를 수도권, 동남권(부울경 메가시티), 대경권(대구, 경북), 충청권(충남북, 세종, 대전) 및 호남권(광주전남) 등 5개 초광역권으로 빠짐없이 결합해서 특별지방자치단체를 구성하고, 제주, 강원, 전북 등 3개 특별자치도에도 자치 권한과 경쟁력을 보강해 혁신추진, 균형발전 거점 조성, 광역 교통망 연계구축, 공공기관 및 기업과 대학의 지방이전을 착실히 추진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이를 충실히 뒷받침할 거버넌스, 재정, 법 및 제도의 혁신과제 등을 병행해서 지역이 주도하는 성장 기반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정치인이 과거 주장했던 5극 2특 초강역 다극체제와 비슷하기도 하고 또 남부해안을 따라 U-벨트를 구축하자는 제안과도 유사하지만 중요한 점은 전통적인 행정구역상의 자치단체로 쪼개지고 나눠질 것이 아니라 산업, 교통, 인재 및 교육, 과학기술, 문화 측면에서 고유 특성을 살린 유기적인 초광역 단일체를 통해 국가적 경쟁력을 되살리자는 점이 중요하다. 이제 남은 것은 계획을 실천에 옮기고 성과를 도출하는 것이다. 막대한 재정이 들어갈 것이고 지역에 따라서는 엄청난 희생과 피해를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기업으로서는 예상치 못했던 리스크나 부작용에 봉착할 수도 있고 곳에 따라서는 주민들의 저항도 제기될 수 있으며 예상 밖으로 기대효과가 더디게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나 지역균형발전 문제는 지역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국가의 문제이고 나라 미래가 걸린 문제다. 여야가 있을 수 없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제 밥그릇만 챙길 문제가 아니다. 지방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는 말은 정말 맞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정책 최우선순위를 지역균형발전으로 잡고 올인해서라도 지역경제를 체계적이고 획기적이며 근원적으로 살려주기를 고대하는 것이다. 그래야 지방 중소기업이 살고 지역일자리가 생기면서 대한민국다운 나라가 되살아나는 것 아니겠는가. 이것이 진짜 성장이 아니겠는가.
필자 주요 이력
▷UCLA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조사제1부 전문연구위원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 실장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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